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여러가지 사업을 현대그룹이 30년간 독점계약한다는 명목으로 선불을 요구해서 북한에 2000년 당시 5000억원을 송금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느나라와도 계약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는 듯 합니다. 류경호텔 건설과정을 보면 북한의 신용도가 어느정도인 짐작이 갑니다. 

시장경제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현대가 북한의 신용도를 정말 몰랐을까 싶네요. 

 

 

 

 

‘세계 最惡의 건축물 1위’ 류경호텔 잔혹사

글 : 장원재  장원재TV 대표

⊙ 1989년의 세계청년학생축전 앞둔 1987년 기공, 공사대금 체불로 1990년부터 중단
⊙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 텔레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 4월 개관 목표로 공사 재개했다가 철수
⊙ 체제 선전하려던 최고의 건축물이 체제 모순 증명하는 확실한 유물 되어버려
 
‘세계 최악의 건물’ 1위로 꼽힌 평양 류경호텔. 사진=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제공
  평양 류경(柳京)호텔을 아시는지? 작년 12월 25일, 영국 《데일리메일》이 꼽은 세계 6대 애물단지 건축물 중 하나다. 선정 기준은 높은 건축비용, 낮은 실용성, 터무니없는 유지비용 등이다. 류경호텔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회의사당, 스페인 베니돔의 인템포 아파트,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경기장,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루스키섬 다리, 중국 둥관의 뉴 사우스 차이나 몰 등을 제치고 당당 ‘세계 최악의 건축물’ 1위에 올랐다.
 
 

  105층 층고(層高)를 자랑하는 이 마천루는 1987년 착공 당시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 지어진 건축물 중 최초로 100층을 돌파’한 북한 건축사의 기념비였다. 하지만 공사 시작 3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미완공이며, 내부도 비어 있다. 외신에 따르면, 류경호텔을 완공하려면 최소 20억 달러(약 2조3750억원)가 필요하다.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건물 안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철거가 답이지만 그럴 수도 없다. 철거비용 문제가 아니라 북한 김씨왕조(金氏王朝)의 정통성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청년학생축전 거점으로 건립
 
  88서울올림픽에 맞대응하기 위해 북한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1989년 7월 1~8일)이라는 행사를 유치했다. 류경호텔은 이 행사의 거점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착공일은 1987년 8월 28일. 프랑스 시공회사가 설계, 기술 및 일부 자본을 제공했다. 하지만 공사는 1989년 5월 중단되었다. 돈 때문이다. 인력(人力)이야 무보수(無報酬) 돌격대로 메운다고 해도, 외화(外貨)로 지불해야 하는 건설비가 매년 4억 달러 이상이었다. 북한이 공사대금을 체불(滯拂)하자 프랑스 회사도 1990년 12월 완전히 손을 뗐다.
(손해를 불사하고 프랑스 회사는 완전 철수합니다.) 채무 불이행 
  ‘분단 후 공식행사 참가를 위해 방북한 첫 대학생’ 임수경이 북한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덕분에, 학생축전은 북한 당국의 당초 기대를 넘어선 선전효과를 냈다. 그사이 류경호텔 문제는 슬그머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나온 발표가 ‘1992년 4월 15일 김일성의 80세 생일’에 완공한다는 것이었다. 1990년 8월 북한 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마카오의 홍콩계 카지노 회사인 화재투자유한공사의 투자로 류경호텔 공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류경호텔의 카지노 사업권이 쟁점이었는데, 북한과 건설사 측의 이견(異見)이 있었다는 소문, 동북삼성(東北三省)의 이러저러한 자금이 류경호텔 카지노를 거쳐 돈세탁 되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북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문 등이 돌았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다.
 
 
  대우에 공사 참여 요청
 
  1996년 9월 15일 몇 년 만에 류경호텔 관련 뉴스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지난 92년부터 건축 공사가 완전중단 돼 붕괴위험설이 나돌고 있는 북한 최대의 평양 류경호텔 건설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대우그룹 측에 제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 당국이 최근 남포에서 최초의 남북합작공장을 설립, 가동 중인 대우그룹 측에 평양 류경호텔 건설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알렸다.
 
  대우의 대답은 ‘노(No)’였다. 건물의 붕괴 위험도 위험이지만, 불투명한 사업성이 문제였다. 핵심은 ‘재산권(財産權)’이다. 북한 당국은 ‘내 돈은 내 돈, 남의 돈도 내 돈’이라고 생각하는 정권이다. 위 기사에 나온 ‘최초의 남포 남북합작공장’의 북한 측 파트너는 재일동포 회사 사쿠라기업이 1987년에 설립한 모란봉합영회사다. 마카오에서 원단을 수입, 남포에서 가공 후 일본으로 수출해 중저가(中低價) 양복시장을 공략하는 프로젝트였다. 초반에는 괜찮았으나, 어느 날부터 일본으로 완제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쿠라기업 회장이 평양으로 갔다. 거기서 북한 측 파트너인 조선은하무역총회사로부터 들었다는 대답이 기가 막혔다. “마카오 쪽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사줘서 그리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왜 사전에 상의가 없었느냐, 그렇다면 수출하고 받은 돈은 어디로 갔느냐, 왜 내 돈을 가지고 마음대로 썼느냐”고 물으니 “혁명 사업에 기부한 것으로 생각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대우의 남포공장이 사실은 사쿠라기업 소유의 공장이었던 것이다. 류경호텔 완공까지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이후에 어떤 일을 당할지 도무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우 수뇌부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채무 불이행
 

  흉물로 방치되어 있던 류경호텔의 외관이 달라진 시기는 2008년 겨울이다.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이 유리창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재개 후 한 달 정도 지난 2008년 12월 중순, 오라스콤 텔레콤은 북한 최초로 휴대폰 사업을 시작했고, ‘오라은행’도 창립했다. 2009년 10월 오라스콤 텔레콤 회장이 북한으로부터 ‘친선훈장 제1급’을 받았을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훈장을 수여할 때 나온 얘기가 ‘2012년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호텔 완공 및 영업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2010년 초반에 유리 설치 공사가 완료되어 콘크리트 골조를 일단은 가렸고, 2011년 2월 17일에는 외장(外裝) 공사가 거의 끝났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역시 북한 당국의 사기성(詐欺性)이 문제였다. 이동통신 독점권(50년 독점보장권) 보장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어느 시점부터는 외화 환전을 가지고도 장난을 쳤다. 외화를 북한 돈으로는 바꿔주지만, 북한 돈을 외화로는 바꿔주지 않았다. 외화가 없다며 늑장을 부리기도 하고, 차일피일 각종 핑계를 대며 약속을 어겼다. 북한에도 암달러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활용 불가능이다. 공식 환율은 1달러 대(對) 100원이지만, 암시장 환율은 1달러 대 8000원이다. 설령 암시장에서 달러를 확보한다고 해도 오라스콤으로서는 영업이익 가운데 80분의 79를 앉아서 날려야 하기 때문이다.  채무 불이행

  문제는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이렇게 외국 기업을 등친 사람들을 ‘잘했다’며 격려한다는 사실이다. 사기로 번 돈을 ‘이익’으로 생각하는 것이다.장기적 신용은 중요하지 않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듯하다. 당장 돈을 만들면 그것으로 칭찬을 받는 것이다. ‘책임 완공 후 호텔영업권 50년 독점’을 조건으로 투자했던 오라스콤도 결국은 2012년 7월 류경호텔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애물단지가 된 ‘수령님 필생의 업적’
 
  이후로는 투자 의향을 밝힌 곳도 거의 없다. 류경호텔은 2018년 이후에 건물 외벽에 LED 등을 달아 ‘겉보기에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쓰임새가 전무(全無)한 실정이다. 북한 당국에 건설 재개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고, 그래서 완공이 언제일지도 알 수 없다. ‘수령님의 필생의 업적’이 평양 한복판에 흉물로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있는데 이것을 누구나 오며 가며 볼 수 있다. 은폐하려고 해도 은폐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류경호텔은 북한 당국의 ‘해결 불가능한 골칫덩어리’다. 체제를 선전하려던 최고의 건축물이 체제의 모순을 증명하는 확실한 유물이 되어버렸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유경(柳京)’은 버드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평양(平壤)의 별명이다. 어쩌면 평양 자체가 겉보기는 그럴듯해도 속은 텅텅 비어 있는 ‘류경호텔’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