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북한 지휘부 날릴 ‘한국판 벙커버스터’ 현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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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5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에 투입한 GBU-57과 같은 벙커버스터라는 점에서 전술핵 정도는 아니어도 북한에 부담을 줄 수 있다.”(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벙커버스터 GBU-57로 공격한 것을 계기로 한국이 보유한 현무-5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괴물 미사일’ 현무-5의 군사적 의미와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벙커버스터는 적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데 쓰이는 초대형 관통 폭탄(MOP)을 가리킨다. 미국 GBU-57이 이 분야에서 최신·최강 무기로 꼽힌다. 미국이 이스라엘 대신 이란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고 나선 데는 다양한 정치적·군사적 배경이 있지만, 이스라엘이 그 정도 위력의 벙커버스터를 보유하지 못한 까닭도 크다. 유사시 지하에 숨어든 북한 지휘부와 주요 핵시설을 타격할 ‘한국판 벙커버스터’ 현무-5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북한의 예민한 반응, 현무-5 위력 방증
현무-5는 ‘한국형 3축 체계’를 이루는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적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해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대량응징보복을 합한 개념이다. 현무-5는 만에 하나 북한이 한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이에 대한 ‘응징’과 ‘보복’을 맡게 되는 핵심 전력인 것이다. 북한이 현무-5에 대해 “쓸모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무기”(지난해 10월 3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담화)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위력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현무-5가 흔히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이유는 최대 8t에 달하는 탄두 중량 때문이다. 보통 미사일 탄두가 1t 정도이고 GUB-57도 2.4t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덩치다. 이 같은 탄두 중량 덕에 현무-5는 지하 100m 구조물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상 플랫폼에서 발사돼 마하(음속) 속도로 비행하다가 내리꽂히는 타격 방식도 위력을 배가한다. 현무-5의 사거리는 8t 탄두를 탑재하면 300㎞, 6t 탄두의 경우 600㎞ 정도로 추정된다. 그보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인 3000∼5500㎞에 달하는 사거리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막강한 위력의 전략 무기인 만큼 현무-5의 존재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동아일보는 2021년 9월 군 당국이 7∼8t 탄두를 탑재한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데 이어, 이듬해 7월 “군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가칭 ‘현무-5’로 정하고 개발 중”이라고 최초 보도한 바 있다. 현무-5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해 10월 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다. 당시 현무-5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약 20m 길이의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 탑재됐다. 현무-5가 실린 TEL도 공개 당시 화제를 모았다. 해당 TEL은 차체가 정면을 향한 채 타이어를 돌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측면 기동 이동 능력을 선보였다. 지형이 험하고 도시가 많은 한국 특성에 맞게 TEL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한 기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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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해도 非핵무기”
다만 어디까지나 비(非)핵무기인 현무-5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미국의 벙커버스터 공격에도 이란 지하 핵시설이 핵심 기능을 잃지 않았다는 분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사시 현무-5를 통한 응징 후에도 북한 지도부와 핵시설이 살아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무-5에 북핵 억지 효과가 있긴 하지만 결정적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며 “아무리 강력해도 비핵무기인 현무-5로는 북한에 ‘이런 무기로 공격받으면 정권이 사라진다’는 위협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서 차 부원장은 “북한이 우리를 핵 공격해올 경우 미국을 통해 핵 보복을 가할 것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