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북한 지휘부 날릴 ‘한국판 벙커버스터’ 현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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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t 대형 탄두로 지하 100m 구조물 파괴… 대표적 북핵 응징·억제 수단

지난해 10월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등장한 현무-5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 뉴시스
지난해 10월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등장한 현무-5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 뉴시스
“한국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이상 재래식 전력으로 대북 억제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무-5는 북핵에 대한 한국의 대표적인 응징 억제 수단이자 유의미한 위협 수단이다.”(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현무-5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에 투입한 GBU-57과 같은 벙커버스터라는 점에서 전술핵 정도는 아니어도 북한에 부담을 줄 수 있다.”(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벙커버스터 GBU-57로 공격한 것을 계기로 한국이 보유한 현무-5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괴물 미사일’ 현무-5의 군사적 의미와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벙커버스터는 적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데 쓰이는 초대형 관통 폭탄(MOP)을 가리킨다. 미국 GBU-57이 이 분야에서 최신·최강 무기로 꼽힌다. 미국이 이스라엘 대신 이란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고 나선 데는 다양한 정치적·군사적 배경이 있지만, 이스라엘이 그 정도 위력의 벙커버스터를 보유하지 못한 까닭도 크다. 유사시 지하에 숨어든 북한 지휘부와 주요 핵시설을 타격할 ‘한국판 벙커버스터’ 현무-5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북한의 예민한 반응, 현무-5 위력 방증
현무-5는 ‘한국형 3축 체계’를 이루는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적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해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 대량응징보복을 합한 개념이다. 현무-5는 만에 하나 북한이 한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이에 대한 ‘응징’과 ‘보복’을 맡게 되는 핵심 전력인 것이다. 북한이 현무-5에 대해 “쓸모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무기”(지난해 10월 3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담화)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위력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현무-5가 흔히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이유는 최대 8t에 달하는 탄두 중량 때문이다. 보통 미사일 탄두가 1t 정도이고 GUB-57도 2.4t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덩치다. 이 같은 탄두 중량 덕에 현무-5는 지하 100m 구조물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상 플랫폼에서 발사돼 마하(음속) 속도로 비행하다가 내리꽂히는 타격 방식도 위력을 배가한다. 현무-5의 사거리는 8t 탄두를 탑재하면 300㎞, 6t 탄두의 경우 600㎞ 정도로 추정된다. 그보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인 3000∼5500㎞에 달하는 사거리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막강한 위력의 전략 무기인 만큼 현무-5의 존재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동아일보는 2021년 9월 군 당국이 7∼8t 탄두를 탑재한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데 이어, 이듬해 7월 “군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가칭 ‘현무-5’로 정하고 개발 중”이라고 최초 보도한 바 있다. 현무-5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해 10월 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다. 당시 현무-5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약 20m 길이의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 탑재됐다. 현무-5가 실린 TEL도 공개 당시 화제를 모았다. 해당 TEL은 차체가 정면을 향한 채 타이어를 돌려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측면 기동 이동 능력을 선보였다. 지형이 험하고 도시가 많은 한국 특성에 맞게 TEL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한 기술로 보인다.  

2021년 9월 15일 국방부가 ‘고위력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당시 목표물 타격 장면이라고 공개한 사진. 다만 당시 공개된 미사일은 현무-2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제공
2021년 9월 15일 국방부가 ‘고위력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당시 목표물 타격 장면이라고 공개한 사진. 다만 당시 공개된 미사일은 현무-2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제공
현무-5는 핵무기는 아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무-5의 위력을 핵무기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상대방을 두렵게 하는 위협 수단으로서는 분명 의미가 있다”며 “유사시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인데, 북한이 현무-5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억제에는 크게 ‘거부적 억제’와 ‘응직적 억제’가 있다. 전자는 MD체계와 같은 수단으로 적의 공격을 막는 것이다. 후자는 만약 적이 우리를 공격해올 경우 감당 못 할 피해로 되갚아준다는 개념이다. 자체 핵무기가 없는 한국은 북한에 ‘상호확증파괴’를 압박할 수 없지만, 유사시 현무-5를 통한 수뇌부 제거로 응징적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무리 강해도 非핵무기”
다만 어디까지나 비(非)핵무기인 현무-5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미국의 벙커버스터 공격에도 이란 지하 핵시설이 핵심 기능을 잃지 않았다는 분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사시 현무-5를 통한 응징 후에도 북한 지도부와 핵시설이 살아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무-5에 북핵 억지 효과가 있긴 하지만 결정적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며 “아무리 강력해도 비핵무기인 현무-5로는 북한에 ‘이런 무기로 공격받으면 정권이 사라진다’는 위협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서 차 부원장은 “북한이 우리를 핵 공격해올 경우 미국을 통해 핵 보복을 가할 것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