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豪·필리핀 4개국, 동·남중국해 '하나의 전구'로… 한반도는 제외

입력2025.07.01. 오후 4:01 
 
수정2025.07.01. 오후 5:17
올해 내 단일 전역 조정센터 설립 예정
중국 해상 영향력 확대 공동 대응 구상
지난 14일 남중국해에서 열린 필리핀과 일본 합동 해상 훈련에서 한 필리핀 해군이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다카나미를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4일 남중국해에서 열린 필리핀과 일본 합동 해상 훈련에서 한 필리핀 해군이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다카나미를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일본, 필리핀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전구)’으로 묶어 운용하기로 했다. 두 해역은 중국과 무력 충돌을 빚고 있는 곳이다. 단일 지휘 체계로 묶어 대(對)중국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일 마닐라스탠다드 등 필리핀 매체에 따르면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육지 국경이 없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하나의 전구’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상황 인식, 정보 공유, 그리고 실시간 작전을 위한 상호 전력 강화에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통합작전사령부가 이미 단일 전역 개념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일본·호주·필리핀 4개국 비공식 안보 협의체 ‘스쿼드(SQUAD)’가 연내 필리핀 마닐라에 이를 시행할 상호작전조정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실시간 정보 공유와 연합 훈련 조율을 담당하게 된다.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이 개념은 지난 3월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이 미국에 제안한 구상이다.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일본은 ‘원 시어터(하나의 전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 미국, 호주, 필리핀, 한국을 하나의 전역으로 인식해 협력을 심화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해 확장 야욕을 감추지 않는 중국 견제가 목적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다만 테오도로 장관은 한반도 해역은 이 전구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당장 동·남중국 해역에서 중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는 한국 측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 한국 정부는 "한반도가 일본 전역 구상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구 일원화는 중국과 갈등을 겪어온 필리핀이 일본 측 구상에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두 나라는 지난해 7월 ‘상호접근협정(RAA)’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국 군이 상대국에 파병하거나 합동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이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안보 기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보호협정 △군수물자 상호 지원을 돕는 물품·역무 상호제공 협정(ACSA) 체결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필리핀은 일본 외에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리투아니아 등과 방위 협력을 확대하며 대중국 견제망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