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0년째 발행되는 베트남 이라는 미국 잡지 한 권을 뒤적이다가,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슬픈 일러스트 한 컷과 마추쳤다 고급 양복에 베스트까지 바쳐입고 머리카락을 잘 빗어 넘긴 깔끔한 중년 신사가 이 기념탑을 방문해 전우들의 이름을 찾는 그림 이었다 날씨가 더운지 신사는 흰드레스 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붙이고 저고리는 바닥의 얇은 수트케이스에 걸쳐 놓았다. 마침내 그가 찿던 이름을 발견 하고는 가슴을 떨며 손바닥을 가져다 대는 순간 이였다 아, 놀랍게도 그의 눈앞에는 검게 빛나는 화강암 위로 전투복 차림의 옛 전우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그가 거느렸던 희생된 소대원인지도 모른다 몹시 지쳐 보이는 암담한 눈빛을 한 병사들이 그를 향해 저마다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러자 홀로 살아남은 것이 괴로운 듯 중년의 신사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 화강암 위로 팔을 뻗어 기대고는 터져나오는 오열을 참지 못한다 일러스트의 제목은 Reflections 였다, 그들에게는 그 전쟁이 그토록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이다... -주성민님의 소총수와 디지털 솔저 라는 책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