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미묘한 파장 예상… 국방부 “동맹과는 무관”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한국형 헬기(KHP), 조기경보통제기 등 군 주요 무기도입 사업에서 미국 업체나 무기가 탈락할 상황에 놓인 것은 우리 무기도입사(史)에서 큰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한국군 주력무기는 미국제가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휴대용 대공미사일, 전자장비 등 중소 규모 무기사업에서만 유럽이나 이스라엘제가 도입된 경우가 몇차례 있었을 뿐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이지스함 레이더 체계, 대통령 전용헬기 등에서 미국제의 ‘승리’는 계속됐다. 때문에 이런 변화는 최근 ▲우리 국방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적용토록 규정한 미 무기수출통제법의 개정을 미측에 공식 요구한 사실 ▲유사시에 대비해 한반도에 비축된 전쟁예비물자(WRSA-K) 폐기와 관련한 한·미간 줄다리기 등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KHP사업은 1조3000여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2011년까지 헬기를 국내개발, 245대를 양산하는 총 5조4500여억원(양산비용 포함)의 대형 무기사업이다. 현재 주계약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프랑스·독일 합작회사인 유로콥터사를 해외 협력업체로 선정해줄 것을 국방부에 건의한 상태이다. 국방부의 심의와 최종 결정 과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선정 업체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로콥터와 경쟁을 벌였던 미국 벨사 등이 개발 및 사업추진 방식 등에서 우리측의 요구조건에서 크게 벗어나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미 군사협력 관계 면에서 KHP사업보다 민감한 반응을 낳고 있는 것은 조기경보통제기(AEW&C) 4대를 1조8000여억원의 예산으로 도입하는 E-X사업이다. 미국 보잉사의 E-737과 이스라엘 엘타사의 G-550이 2003년부터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는 ‘최저비용 조건충족’ 방침에 따라 두 기종이 모두 요구조건을 충족하면 가격이 낮은 제품을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두 기종 모두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상태인데 E-737은 G-550에 비해 기체 크기와 성능 면에서 앞서는 반면, 가격이 3억~5억달러나 비싼 것으로 알려져 가격경쟁에서 크게 불리한 상황이다. 군 일각에선 조기경보통제기가 우리 군의 ‘두뇌’이자 ‘눈’으로 유사시 미군과의 효과적인 연합작전을 위해 데이터 링크 등 상호 운용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非)미국제로 선정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이스라엘제 레이더의 일부 기술이 미국의 것이어서 미 정부의 수출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이스라엘측은 이스라엘 정부가 품질 보증 등을 했기 때문에 상호 운용성과 수출 승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방부 주변에선 이와 관련, ‘외풍(外風)’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나 국방부는 이에 대해 “전혀 아니다. 한·미동맹과는 무관하다”라고 펄쩍 뛴다. 그러나 최근 한·미간 미묘한 기류로 인해 이들 사업이 어떤 형태로 결론나든 후유증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