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락했지만 그 정도 충격쯤이야… 株價 - 온갖 악재에도 상승… 최근들어 환율 영향 크게 안받아 음식료·철강·운송주는 실적호전… 외국인도 환차익 기대 [조선일보 최흡 기자] 주가가 쏟아지는 악재들을 뚫고 1400선을 넘어섰다. 지난 12월 1일 1300선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인 외국인 순매도, 12월 중순 이후에는 프로그램 순매도, 올해 들어와서는 원화 강세 등 악재들이 차례차례 등장했지만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아래로 하락(원화 강세), 수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환율·주가 관계 변화 중= 오랫동안 한국 경제에서 원화 강세는 곧 기업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는 견해가 많았다.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할 경우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는 수출품의 달러화 가격이 높아지게 되며, 이것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 주가 역시 약세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소한 2003년 이후로 이런 상황은 달라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2003년 이전에는 1개월에 환율이 1.7% 이상 하락하면 다음달 주가 하락으로 직결됐으나 2003년 이후에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입을 하는 기업들은 수입품의 단가가 낮아지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실적 호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의 경우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음식료주와 철강주, 외환 부채가 많은 운송주 등이 환율 급락에 따라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음식료 업종은 곡물 거래시 모든 결제가 달러로 이뤄지는 데다 내수 회복기대까지 반영돼 대상과 빙그레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기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한국전력도 2.68%의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가 1.34% 하락하는 등 일부 수출주는 약세를 보였지만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호재=환율이 하락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은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설령 보유 주식의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앉아서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상승)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환차손을 보게 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이 지난 10월 거의 한 달 내내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20원대에서 1050원대 후반까지 빠른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증시에서는 다수 의견이다. 실제로 4일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840억원어치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장기적으로는 악재될 듯=다만 환율 하락은 지금 현재보다는 이르면 2분기, 늦으면 하반기에 악재로 등장하리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현재는 워낙 증시 자금 유입이 많고 투자 심리가 좋기 때문에 모든 것이 호재로 보이지만 실제 환율 하락 충격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조흥투신운용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는 미국 시장이 금리 인상 후에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악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환율 하락을 경제 상황 호전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 이정호 이사는 “환율이 좀 더 떨어지고, 본격적으로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증시에 부담이 될 듯하다”며 “이 경우 증시는 하반기에 본격적인 조정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흡기자 [ pot.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