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종교와 무속(巫俗) 인디언의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동네 어구에서 있는 우리의 장승 같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인디언 족들의 이런 장승들은 그들의 토템 숭배에서 연유한 것인데 거기에 등장하는 동물로는 곰, 까마귀, 여우, 독수리, 비버, 산양, 상어, 고래 같은 것들이다. 그들은 동이족(東夷族)에서와 같이 까마귀를 대단한 영물로 취급하는데 태초(太初)에 까마귀가 인간과 만물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다. 태고 때에 아직도 세계가 혼돈 속에 있을 당시 이 까마귀가 혼동에서 우주를 창조한 것으로 신앙하고 있다. 알래스카 웨일즈 섬에는 여러 대의 장승 기둥이 서 있는데 그 중에는 곰 장승이 머리에 고래를 이고 있는 것도 있고, 사람의 어깨 위에다 까마귀를 얹고 있는 것도 있다. 인디언 토템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것이 곰인데 트링기트 인디언들은 곰을 가장 숭배하며 절대로 곰을 잡아먹지 않는다. 그 까닭인즉 곰이 자기들의 조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다(Haida) 인디언들은 지금도 그들이 곰 어머니로부터 내려온 후손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또 알래스카 연해의 인디언들은 회색 곰을 자기들의 조상이라고 신봉하고 있으며 곰 어머니에 관한 재미있는 신화(神話)를 가지고 있다. 이런 곰 숭배사상은 우리의 단군설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디언들의 창조신앙 속에 가장 많은 신화소(神話素)는 물과 어머니 신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푸에풀로" 인디언들의 최고 신인 주니 신은 남녀의 양성(兩性)을 모두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신이란 남녀의 양성을 다 초월해서 존재한다는 그들의 신앙 때문이다. 케레스 인디언들은 "생각하는 여인" 이라는 "수시수티나코" 여신을 창조신으로 모시는데, 이 여신을 지하에서 살고 있다. 또 호피 인디언들은 "단단한 존재의 여인" 후루잉 우티를 창조신으로 모시는데, 이 여신은 땅 자체이고 해나 별과 같이 살고 있으며 그의 아들이 바로 땅의 곡식의 신이라고 믿고 있다. 오랜 옛날에 이 세상에는 물 밖에 없었는데 후루잉 우티는 매우 작은 땅 탈라쇼모라는 산 봉우리에서 살았다. 그 여신은 달, 별과 석탄, 조개구슬 같은 단단한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아라파호 인디언의 창조신화에 있어서도「태초에는 이 땅이 온통 물에 덮여 있었는데 큰 신령님이 거북에게 명하여 바다 밑으로 내려가서 진흙을 가져오라고 한다. 그러나 거북은 바다 밑까지 도달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비버(海狸)에게 명하여 진흙을 가져오게 하였는데 비버는 성공적으로 진흙을 가져올 수 있었다. 큰 신령님은 이 진흙을 사방에 던져 흐트렸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상이 인디언들의 창조신화들인데 인디언의 부족 가운데 는 또 최고신을 신봉하는 부족들도 있다. 조지아 해협 부근에 살고 있는 콰티크트, 누트카, 벨라, 쿠라 같은 부족들은 `칼스'라는 신을 최고의 주재신으로 신봉하는데 이 칼스라는 말은 `위에 계신 분'이란 뜻이다. 이보다 좀 낮은 지위에 있는 신들은 이 킬스 신에게 종속되어 그에게 봉사한다는 단일 신관(神觀)이다. 이러한 신관은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조셉 H. 훼리는 그의 저서에서 지적하고 있다. 또 나바호 인디언들의 우주관은 모든 사물이 인격화되어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그들은 모든 사물에 인격성이 부여되어져 있다고 믿는다. 나바호 언어에서 자동사를 써서 표현하는 것보다는 타동사를 쓰기를 더 좋아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인디언들의 신앙 가운데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것이 샤머니즘이라 할 수 있다. 인디언들은 인간이 정령들과 직접 교접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교접은 자식들에게 대대로 전승되어 내려간다고 믿었다. 즉, 어떤 부모가 병을 고치는 샤먼을 행했다면 그 샤먼이 그 부모의 자식들에게 까지 대대로 그대로 전해진다는 말이다. 어떤 샤먼은 질병뿐만 아니라 전쟁과 평화 같은 중요한 사건들도 결정한다. 그리고 샤먼들은 '이크투샤'란 말을 할 때마다 부들부들 몸을 떤다. 이러한 입신정령(入神精靈) 숭배사상은 앞에서 설명한 나바호의 언어와 문법 속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은 언어를 분석해 보면 사물(事物)의 영(靈)은 나보다 높은 것이지만 사물 그 자체는 사람보다 낮다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옛날에, 사냥꾼들이 신령한 산양(山羊)들을 죽였기 때문에 살해당하고 말았는데, 그 때에 살아 남은 사냥꾼들이 스키나 강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강에서 낚시를 하고 잇는데. 큰 회색 곰이 나타나 어부의 통나무 뗏목을 모두 부숴 버렸는데 그 곰은 창에 맞아 죽는다. 어부는 이 동물이 곰이라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이 곰은 사람의 얼굴과 사람의 머리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어리석게도 그 어부는 곰의 머리카락을 잘라 버린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물의 신들은 크게 노하여 땅과 산까지 물로 채워 홍수를 일으킨다. 이 때부터 인디언들은 곰과 고래를 함께 토템으로 숭배하게 되었다.」 인디언의 신화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곰과 함께 고래도 그들의 숭배 대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인디언들의 곰 숭배신앙은 아시아 일대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여겨진다. 곰과 고래가 함께 등장하는 신앙은 아시아 대륙의 곰 숭배신앙이 베링 해협 근처에 있는 바다의 고래 신앙과 접합되는 과정에서 생겨 난 형상이라고 생각된다. 캘리포니아의 인디언 가운데는 곰 의사가 있었는데 그들은 수호신으로서 곰을 숭배하는 의사들이었다. 이 곰 의사들은 북과 방울을 사용했는데 정령(精靈)을 부를 때에는 북을 치고 방울을 흔든다. (우리나라의 무당과 비교 바랍니다.) 북미주의 인디언들은 주로 북을 사용하고 방울은 남북 미주 인디언들이 모두 사용한다. 곰 숭배 예배의식은 어느 지역에서나 유사성이 있고, 매우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것이다. 곰의 정령을 받게 되면 남자는 활을 잘 쏘아서 사냥에 능해지며 여자인 경우는 좋은 어머니가 되어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며 부지런해 진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인디언들의 놀이 인디언 족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놀이 가운데는 "실뜨기, 고누, 윷놀이" 등이 있는데 이것들이 그 형태나 방법에 있어서 우리들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맥팔랜 같은 학자들은 이런 놀이가 중국에서 건너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모든 서양 학자들이 한국의 것을 중국의 것이라고 혼돈하고 있듯이 그들 또한 이것을 혼돈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윷놀이, 싱뜨기, 고누 같은 놀이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 가도 흔히 있는 놀이이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놀이를 즐겨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니, 이것이 한국에서 유래하였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다. 흔히들 인간을 놀이의 동물이라고 하고 이 놀이에서 출발하여 문명을 창조해 왔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연장(延長)이 바로 인류의 문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실뜨기 놀이는 실을 양 손에 걸고 이리저리 여러 가지 모양으로 뜨는 것인데 이것은 일본,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등 세계 전역에 널리 펴져 있는 놀이이다. 인디언들의 이 실뜨기 놀이는 백인들이 미국 땅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그들은 이 놀이에는 어떤 마술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또 이 실뜨기 놀이를 손으로 뿐만 아니라 발가락, 이빨 입술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 없이 혼자서 하기도 하는데 한국인들이 하는 것과 꼭 같다는 것이 놀랍다. 그 다음은 인디언들의 윷놀이에 대하여 살펴 보면 그들은 이것을 경마 놀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놀이에서 그들은 우리의 윷판 같은 둥근 판을 만들어 놓고 윷 길이만한 막대기를 던져서 그 엎어지고 잦혀지는 모양에 따라서 윷말을 쓰는데 막대기 수는 세 개로써 우리의 네 개와 다르다. 그러나 윷판 위에 말이 가는 방법과 상대방의 말과 겹쳐질 때 잡을 수 있는 등 우리의 그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밖에도 우리 나라의 각 지방에 널리 퍼져있는 "고누"(꼬누 혹은 꼰)등 많은 놀이들이 우리와 너무나 비슷하다. 맥팔랜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150여 가지의 인디언 놀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들 중에는 한국의 민속과 비슷한 것이 허다하여 그들과 우리가 한 뿌리 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또 미주에 산재해 있는 "아파치"족들의 생활과 풍습 그리고 그 모습들이 우리와 매우 흡사할 뿐 아니라, 아파치라는 호칭 그 자체가 우리의 '아버지'라는 말이다. 그리고 저 찬란했던 잉카문명, 멕시코 문명 등도 그 근원이 아시아의 동방에서 건너간 것이니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기대된다. 몽골리안 루트와 한국인 십수년 전인가 미국의 한 박물관에서 에스키모 가족의 흑백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 100년 전 할아버지R26;할머니 모습과 너무나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다. 이후 미국의 원주민(Native American) 인디언 박물관에서 접한 인디언들의 생활모습에서도 까닭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의 구전(口傳)된 민속노래(folk song)가, 어렸을 적 우리 시골에서 접한 노동요나 제례요(祭禮謠)와 너무나 흡사했다는 점이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어~어 어~어’로 시작되는 노래는 우리 농촌에서 죽은 사람의 상여를 메고 나갈 때나 입관식을 할 때 부르는 제례요와 100% 같았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미국 대륙을 더 내려가 만난 멕시코인을 비롯 중R26;남미인 중에도 찢어진 눈매를 비롯한 얼굴 생김새, 표정, 동작, 체격이 영락없는 ‘한국인’이 적지 않았다. 이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에 이민간 동포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 아르헨티나 동포는 “고산지대에 갔더니 우리와 똑같은 생김새에 생활습속도 비슷한 원주민들을 만났는데 놀랍게도 성이 김씨더라”고 전했다. 의문은 몇년 후 풀렸다. 한국인의 원류(源流)인 북방몽골계가 수만년 전 시베리아~베링해협(과거에는 육지)~알래스카~북미~중R26;남미로 이동하면서 지금 에스키모, 인디언, 인디오들의 조상이 됐다는 연구 자료들을 접하면서였다. 결국 우리 모두는 수만년 전, 지금 바이칼호 부근 어느 곳에서 함께 살았던 조상들의 ‘한 뿌리’ 자손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수많은 세월과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 오면서 많은 변화가 이뤄졌지만 한국인들이 한반도에 정착해 비교적 단일혈통과 습속을 유지할 수 있었듯이 미대륙 혹한지대나 고산지대에서 동화를 거부하고 전통적 삶을 고수한 원주민들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기자가 에스키모나 인디언에게서 느낀 동질감은 수만년 전 ‘한뿌리’였다는 동류(同類)의식을 본능적으로 포착한 것이자, 그 장구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수만년 전 조상들의 생활 습속과 유전인자가 지금껏 완강하게 후손들에게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다. 문화 인류학적으로 몽골지역에서 시베리아 미국으로 뻗어가는 ‘몽골리안 루트’에 관해선 많은 연구가 돼있다. 그러나 지구촌 다른 곳 즉 몽골에서 남진해 티베트 고원을 거쳐 히말라야 산맥을 주변으로 펼쳐지고 궁극적으로는 인도양R26;태평양으로까지 확산되는 또다른 ‘몽골리안 루트’에 관해선 아직 연구가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티베트 역시 우리 북방 몽골계로 언어, 체격, 습속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이곳은 지역적으로 서역R26;동남아시아를 향한 ‘관문’ 구실을 하는 바람에 여러 종족R26;문화와 많은 교류가 있었다. 티베트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접하는 네팔의 경우 왕족은 무사계급으로 역시 몽골계다. 네팔 몽골계 중 날래고 산을 잘 타 한국 등반대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세르파족의 경우 단일혈통을 유지한 덕분에 한국인과 매우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 역시 국경을 접한 미얀마는 물론, 동진(東進)해 접하는 베트남R26;라오스R26;태국 치앙마이 등 인도차이나 반도에 사는 고산족들 중에서도 ‘코리안’과 비슷한 몽골족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몽골 반점을 지니고 있고 한복 비슷한 차림에 막걸리를 만들어 마신다. 그들이 말하는 방언에서도 우리 언어와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남부 아시아 지역에서 지금 한국인과 가장 비슷한 종족은 부탄 사람들일 것이다. 이곳은 사면이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이자 오지(奧地)로, 다른 곳에 사는 몽골계보다 훨씬 주위 환경에 덜 동화된 채 북부 몽골계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탄과 미얀마 사이 인도 동북부 산악지대에 사는 나가(Naga)족들 역시 우리와 같은 몽골계로 앞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이같은 북방몽골계 연구가 의미를 지니는 것은 몽골인들이 워낙 강인하고 생명력이 질겨 칭기즈칸 시대, 중국의 청나라 시대 등 인류사에 굵직한 족적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그 몽골계 중에서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바로 한국인이다. 서양인들의 시각이 아니라 바로 한국인의 주체적 시각으로 몽골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면 그만큼 우리가 누구냐는 데 대한 정체성R26;주체성 연구에 한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