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2시군요. 천호동쪽에서 친구에게 급하게 전화가 와서 양재대로를 타고 둔촌동쯤 지날때였습니다. 도로가 왕복 12차선 정도로 넓어서 3차선에서 80KM 정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면에서 시커먼 구형아반테가 쌍라이트 키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운전한지 15년이 넘었건만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 황당하기 이전에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오른쪽으로 확 꺽었습니다. 그러자 그 검은색 아반떼(뒤에 하늘높이 솟은 리어스포일러를 달았음)도 오른쪽으로 꺽는게 아니겠습니까? 씨껍해서 다시 왼쪽으로 핸들을 틀자 차가 휘청하면서 바퀴가 밀려 끌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순간, 다행히 중심을 잡은 제차는 브레이크를 밟고 멈췄습니다. 어느정도 위험한 순간이었냐면 역주행해온 그 검은색 아반테 안에 타고 있는 애새끼들 얼굴이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긴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린 애가 운전자였는데 웃고 있었습니다. 차가 1차선 좌회전 차선에 멈추고 보니까 반대편 차선에 온갖 램프와 허접한 장식을 한 차들 안에 10대 후반(?)정도의 동료 폭주족 애들이 서행하면서 헤드라이트를 깜박대며 크락숀을 울리면서 이빨을 드러낸 채 웃고 있었습니다. 몇초간의 아찔한 순간이 지나자 마자 저는 꼭지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살기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받아버릴껄..... 받아서 밀어버릴껄..... 사실 제 차는 쏘렌토였거든요. 하지만 뒤쪽 서하남 인터체인지쪽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폭주족 애들을 쫓아가서 뭐 어쩌기도 뭐하고 해서 입에 쌍욕만 나불거리면서 그냥 천호동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친구놈 사정이 안그랬으면 돌아가서 뭔짓을 저질렀을지도 몰랐었습니다. 친구녀석이 자기 학교 동창회에서 오랫만에 후배들을 만나서 기분 좋다고 한 잔 사다가 오바해서 돈이 모자른 모양이었습니다. 친구녀석을 만나자 마자 어디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고 짜증부터 냈습니다. 오다가 사고나서 죽을 뻔 했다. 다음부터 술김에 앵꼬 났다고 오밤중에 전화하지 마라. 하고는 돈 10만원 건내주고 매몰차게 돌아서 왔습니다. 친구녀석이 꽤 미안해 하더군요. 사실 그렇게 화낼일이 아니었는데..... 전에 저도 술먹다 돈 모잘라서 이 친구놈한테 돈 몇만원 꾼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찝찝하고 짜증내면서 돌아오는데 다시 둔촌동 근처에 오니까 아까 그 일이 다시 생각나서 또 한번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그러다 신호대기하려고 2차선 쪽에 서있는데 좌회전 차선 쪽에 뭔가 묵직한 차량이 바로 옆에 천천히 다가와 서는 것이었습니다. 뭐지? 하면서 차를 보는데 처음엔 햄머 H2인가? 하면서 호기심을 보였는데 햄머치고는 작았고 벤츠 G바겐 은색이었습니다. 그런데 휀다쪽에 AMG마크를 달고 있었습니다. '와! 차 좋은거 탄다. 하고 운전자의 얼굴을 봤습니다. 쏘렌토 보다 약간 높은 차창너머로 한 3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였는데 내가 힐끔거리며 쳐다보자 처음에는 힐끔 무뚝뚝하게 보더니 조금 있다 앞을 보고 씨익 웃더군요. 속으로 돈 많은 사람이군 나이도 별로 안먹었는데 하면서 부러운 눈초리로 차를 훓어보았습니다. 곧이어 직진 좌회전 동시신호로 바뀌고 이에 평소하던대로 천천히 출발을 하려는데 좌회전할 줄 알았던 그 벤츠 지프가 갑자기 바로 코 앞에서 부다다당 하고 직진으로 끼어들어 오는것 아니겠습니까? 또 한 번 놀라서 브레이크를 잡고 쳐다보니 그 벤츠짚차는 마치 스포츠카인양 순간가속으로 저 멀리 쏜살같이 멀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또 황당하고 부아가 치밀어 올라 저도 풀악셀을 밟았습니다. 그래도 4천을 넘기면 엔진 깨질까봐 3800~3900을 유지하면서 160정도로 그 차를 쫓아가는데 한 참 멀리 가던 그 차가 오금동쪽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자 멈춰섰습니다. 그래서 한 번 차창열고 욕이라도 한마디해야겠다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 차도 쫓아온 저를 의식했던지 빨간신호에서 정지하고 있다 갑자기 좌회전을 확 꺽더니 또 부다다당 하면서 거여마천 쪽으로 빠지는 거였습니다. 반대차선에서 차가 오던말던..... 또 한 번 당한 기분이 든 저로서는 오늘 일진이 사납다고 느끼면서 이럴때일수록 조심해서 가야지 하면서 분당 수서간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한 100km정도를 유지하면서 가는데 이번에는 에쿠스 진주색 JL350이 똥침을 쏘는 것이었습니다. 짜증났지만 2차선 쪽으로 차선을 비켜주고 에쿠스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에쿠스가 차선을 바꿔서 다시 제 앞에 오더니 속도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뭐하는거야. 하면서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는데도 한 70~80km로 앞에서 깔작대더군요. 오늘 도대체 왜 이런 시련이..... 하면서 차선을 바꿔서 1차선으로 앞질러 가려하자 또 1차선 쪽으로 앞에 차를 붙이더니 비상등을 깜박이더군요. 까닭모를 제가 다시 2차선으로 가려고 차선을 바꾸니까 그 에쿠스가 다시 2차선 쪽으로 옮겨오더니 갑자기 속력을 내면서 앞질러가더군요. 참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참으려다. 아까 그 폭주족애새끼들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죽을때 죽더라도 에쿠스 꽁무니라도 쫓아가보자. 하면서 악셀을 바닥에 꽂히도록 밟았습니다. 알피엠이 4000을 넘건 말건 엔진이 깨지든 과열되던 내 알바아니다. 하면서 평소 폭주족 같았던 택시들을 제치고 비상등을 킨채 죽어라 그 에쿠스를 쫓아갔습니다. 앞에 택시나 승용차가 보이면 쌍라이트 깜박대니까 그 에쿠스랑 쫓아가는 제 차의 서슬에 놀라서 1차선 쪽 차들이 비켜주더군요. 판교를 눈 앞에 두고 거의 다 쫓아갔습니다. 속도계는 170에서 175 정도였는데 차 세대 간격으로 거리를 좁히던 순간 그 에쿠스가 속도를 줄이고 차선변경하면서 우회전 깜박이를 키더군요. 그래서 그 에쿠스를 지나쳐가게 되면서 타고 있던 놈들을 어렴픗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애들이었더군요. 한 20대 초반정도로 짐작이 갔습니다. 아버지나 엄마차 몰래 몰고 나와서 오밤중에 쇼하는 애들..... 앞에서 확 밀어붙이려다 쌍라이트 킨 채 앞쪽으로 천천히 껴들어 속도 줄였다가 다시 그냥 앞질러 갔습니다. 애들이 탄 에쿠스는 판교쪽으로 빠져나가더군요. 저도 속도를 줄이면서 이 일진 사나운 날이 또 안생기기를 바라면서 쉽게 흥분한 제 스스로가 조금 쪽 팔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까 그 둔촌동에서 역주행해오던 그 폭주족새끼들은 다시 만난다면 그냥 밀어 붙여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밤중에 대로변에서 아무리 차가 몇대 없다고 해도 반대편에서 80키로 정도로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었다면 충돌하고 깔려서 피떡이 되었다고 해도 불쌍할게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지들은 객기부리는 재미에 목숨 걸지만 그러다 사고나서 남 죽이면 죽은 사람만 개죽음이고 불쌍한 겁니다. 중앙선 침범도 아니고 차선을 3개나 들어와서 역주행을 한다는건 살인행위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에이 한 밤중에 차몰고 나올 일 만들지 말자.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다소 다혈질인게 맞는거 같습니다. 평소에 얌전하던 사람이 흥분해서 운전하니까 개가 된다고 나까지 이러다니..... 만약 역주행 이런 경우에는 브레이크 잡고 최대한 속도를 줄여서 피하는게 최고 입니다. 더 나쁜거는 분하다고 광분해서 쫓아가는 거구요. 보배드림 휀님들 안운하세요. 오래 사시려면..... 일진 사나운 날에 특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