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종권입니다. 저는 예전에 BMW sales 를 했었고.. 지금은 Jaguar LandRover 딜러에서 영업소장을 하며 sales person을 교육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는 저 역시 소비자였습니다. 세가지 Role 을 모두 해보고 나서 드는 생각이 있어 적어봅니다. 제가 썼던 리플에 대해 일부 회원들께서 반감이 있으신 것 같고 혹시 제가 생각하는 것이 제가 뜻한 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 있나 싶어서요. 좋은 소비자가 되기 위해 그냥 제시하는 값에 사야 하나? 정부의 과세정책이나 딜러, 임포터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내가 필요한 물건인가 잘 확인하고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 적절한 제품과 서비스인가를 잘 따져본 후 맞으면 구입하고 아니면 구입 안하면 됩니다. 구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만약에 공급자가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할 의향이 있고 그럴 여유가 있다면 가격을 낮추겠지요. 혹은 추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시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매를 거절하면 됩니다. 언제나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한이죠. 요구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되 막연히 기대하고 이렇게 해주겠지 하지 말고 명확히 짚고 가능하면 명문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 이용하다가 모르는거 생겨서 한밤중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안되나? 사고처리 고장처리 는 sales person이 알아서 다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제품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소비자가 그 제품을 잘 사용하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은 sales person의 책임입니다. 지불한 비용에 대해 충분히 서비스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고처리는 보험회사에 충분히 비용을 지불하며 매년 계약을 갱신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돈 준 곳에 서비스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서비스가 마음에 안들면 추가적인 보험을 들거나 보험회사를 바꾸면 됩니다. 고장의 수리에 대해서는 AS 센터가 주체입니다. AS 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sales person에게 안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를 사면서 그 사람과 거래를 했다고 해서 몇 년간은 불시에 불러도 탁 튀어오는 종처럼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이라면 불시의 상황에 대처하려면 다른 고객과의 약속을 깨야만 합니다. 기출고 고객의 요청을 거절하면 '차를 팔 때랑 태도가 달라진 싸가지 없는 직원' 이 되고 앞으로 계약할 고객과의 약속을 파기하면 '배부른 놈' 이 됩니다.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직원으로써 혹은 소비자의 마음과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직원으로써 sales person 은 이러저러한 사정을 service manager 와 service center 에 근무하는 adviser 와 mechanic 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제가 데리고 일하는 sales person 에게 그런역할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AS를 책임지지는 못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AS 까지 직접 할 수 있는 sales person 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만.. sales person 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절망감만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를 구분해주고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 빠져' 라고 말해주는 고객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sales person 은 또 나름대로 회사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도록 각종 보고서와 구두보고를 통해 노력을 합니다. 그런 걸 누리는 소비자가 똑똑한 소비자입니다. 비싼 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라면 티코 살때처럼 흥정할 수 없나? 티코를 사는 분들은 흥정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실제로는 고가의 차를 구매하시는 분들일 수록 비지니스 경험도 많고 네고에 능하며 셈이 정확하고 거스름 돈도 정확히 요구하시는 편이고 오히려 저가의 국산차를 사시는 분들이 차량구매도 몇 번 안해보신 분들이라 각종 등록비용이나 프로모션조건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영업직원에게 일임하고 거스름 돈도 되었다고 안 받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의 경우를 말하자면 제가 자동차영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견적내는 방법을 배우자마자 제가 샀던 첫 차의 구매관련 서류들을 찾아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나름 까다로운 소비자랍시고 알뜰한 구매를 해보겠다고 여러명의 영업직원을 만나면서 요구사항을 불려 놓았었습니다. 언더코팅이다.. 썬팅이다.. 청소도구에 뭐에.. 지금 생각해보면 그 차 팔아서 생기는 수당 얼마 남지도 않게 요구했던 것 같습니다. DC도 요구했으니까요. 그걸 흔쾌히 다 들어줬던 영업사원이 있어서 그 분에게 구매했지요. 전 제가 아주 똑똑한 거래를 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뭐 여러명에게 비교견적을 했었고 소개받아 만난 분이 한번에 그 요구를 들어주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제가 견적을 내는 방법을 배우고나서 보니 등록세는 6% 내고.. (원래는 5%) 또 할부수수료? 는 원래 안내도 되는 돈인데 근거도 없이 받았더군요. 즉 그 영업직원은 저의 지나친 요구사항을 앞에서는 들어주고 뒤에서는 저 모르게 자기 손실을 채웠더라구요. 헛헛.. 웃음이 나더군요. 물론 이런 경우는 명백히 '사기' 입니다만 제가 영업을 해보고 나니 돈을 쥐고 강자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몰아부치면 영업직원은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 싶어서 나중에 전화해서 따지고 싶지도 않더군요. (이분은 지금도 현대차 영업을 하고 계십니다.) 제가 고객으로 모셨던 분 중 가장 감동을 주셨던 분은 아주 까다로운 분이었습니다. 가격도 많이 깎으려고 노력하시고 시승도 여러번 하고 경쟁차종과 비교도 많이 하셔서 계약도 어렵게 했구요. 인도기일을 촉박히 요구하고 외진 곳에 있던 본인의 사무실까지 여러번 찾아오라는 등 요구사항도 많으셨고 차 받는 날 천원짜리 백원짜리까지 정확히 셈하고 영수증도 다 확인하시더니 "자.. 거래는 거래고 내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키느라 수고 많았소. 이거.. " 하면서 봉투에 팁을 담아 주시던 분이었습니다. sales person 에게 요구할 것과 아닌 것 그리고 명확하게 거래와 수고에 대한 사례를 분리하시는 모습에서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사람을 부리려면 저렇게 부려야 하는 구나..' 싶더군요. 존경받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 티코살때보다도 서비스나 대우를 요구하면 안되나? 우리나라에서는 차 살 때 받는 서비스를 그 직원이 제공하는 용역 (고려하는 차량에 대한 설명과 경쟁차종 비교, 소비자의 needs를 분석하고 그에 가장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주는 컨설팅, 차량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승, 좋은 금융상품을 찾고 서류준비의 진행을 도와주기, 좋은 판매조건을 찾고 출시예정일이나 각종 행사의 초청 등) 이 아니고 구매시 함께 주는 공짜물품 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전자의 것이라면 당연히 많이 요구하셔야 하고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sales person과는 거래하지 않아야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물론 그런 공짜 제공 물품들이 소비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일종의 '서비스' 라는 것에는 공감합니다만) 많이 요구하면 그 공짜물품의 단가가 낮아지거나 추후에 sales person 이 여러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겁니다. 혹은 제가 거래했던 현대자동차 영업직원 처럼 어딘가 다른데에서 자기 수익을 벌충하려 들겠지요. 그리고 티코를 사건 벤츠를 사건 소비자는 대우 받을 자격이 있지요. 요구하실 수 있구요. sales person 은 골프장의 캐디하고 비슷한 존재들입니다. 캐디가 골퍼의 플레이를 도와주듯이 고객의 쇼핑을 도와주고 자기들이 제공한 용역에 대해 수익을 발생시킵니다. 뭐 자율캐디피를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도 있습니다만.. 골퍼들이 캐디에게 '친절한 서비스' 내지는 '정확한 거리나 풍향, 스코어 같은 정보제공' 들은 당연히 요구해야 할 몫이고 요구도 하고 있습니다만 캐디피를 덜 주거나 깍자고 흥정을 하지는 않자나요? 혹은 캐디피를 주면서 '서비스로 뭐 안주냐?' 이런 요구도 안하지 않습니까? 8만원 받는 캐디피에서 뭘 주겠습니까? 줘봐야 회사에서 나오는 싸구려 tee 나 자기가 라운딩하다가 주운 로스트볼 정도 아니겠습니까? sales person 들도 비슷합니다. 18홀 라운딩 보다야 더 큰 거래이고 차 1대를 팔면 C 클래스라고 하더라도 8만원 보다는 더 받습니다만.. C라면 50만원~ 100만원 사이입니다. 흔히들 요구하시는 골프백이나 스파이크 스파이더라도 하나 사드리고.. 썬팅은 기본적으로 해드린 후에 세금 떼면 웃음 나오지요. 그러니 돈을 지불하시는 만큼 그들에게 제공받을 용역은 제대로 요구하시고 누리십시요. 하지만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과다한 무상제공 물품을 요구하시는 행위는 차를 구매할 때 만큼은 적당한 수준에서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캐디피 깎겠다고 들면 캐디들이 뒤돌아서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쑥덕쑥덕들 하지 않겠습니까? sales person 들도 그럽니다. 동호회에서도 자기는 sales person 을 이렇게 압박해서 이런 저런 리베이트와 물품제공을 많이 받아냈다고 전리품을 얻어낸 장수처럼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분들을 가끔 보는데 저는 그분들이 그 sales person들 사이에서 욕먹는 것도 함께 떠올리곤 합니다. 그것이 노력하고 아껴서 인생의 한대.. 최고 브랜드의 승용차를 구매하실만큼 성공한 분들이 sales person 의 입에 좋지 않게 오르내리는 것을 무릅쓰고 얻어낼만한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공짜를 좋아하던 모 장관과 골프를 여러번 함께 했던 저의 큰외삼촌 께서 해주신 얘기입니다. "모 장관이 골프장을 가면 차에서 골프백 싣고 내리는 친구들에게 팁을 안주는 거야. 한 번도 안주는 거야. 그러더니 어느날은 장관이 그러더라구 '내 백엔 왜 별표가 여러개 바닥에 그려져 있지?' 그게 그 골프백 내리는 친구들이 얄미워서 표시를 한거지.. 이건 진상이니 이 백은 조심해서 잘 다룰 필요 없다.. 이런 뜻으로 자기들끼리 기피대상으로 표시를 한거였어" 노동은 신성하다고 생각합니다. sales person 이 제공하는 용역에 대해서도 돈을 주고 산다고 생각해주십시요. 본인이 필요해서 사면서 '한 대 사주는 데..' 라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자기가 받을 용역비를 오픈하는 sales person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업계의 불문률이랄까..) 구매하시는 차량의 가격이 1억이건 2억이건 실제로 sales person이 받는 용역비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책정도 여러가지 방법에 의해 일률적이지 않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구요. 실제로 마이바흐를 파는 것 보다는 S600을 파는 것이 더 인센티브가 많다고 하더군요. 저 자신이 그런 생각이 들고나서부터는 저는 몸쓰는 사람들한테는 즉 용역을 제공하는 업에 대해서는 값 안 깎습니다. ^^ 술집에 가서 술 값은 깎을지언정.. 아가씨 팁 아끼지 않으려 하구요. 골프장 가서 캐디한테는 팁 만원이라도 더 주려고 하구요. 발레파킹이나 음식점 서빙 서비스차지 있으면 꼬박 꼬박 공손히 주려고 합니다. 정말 고맙다는 표현도 하구요. 그리고 내는 만큼 정당한 서비스도 요구합니다. 그런 소비자가 좋은 소비자 아닐까요? 소비자의 권리를 잘 누리되 본인의 품위는 떨어뜨리지 않는...좋은 소비자는 서비스제공자나 제품 생산자에게도 좋은 파트너입니다. 좋은 파트너를 얻은 서비스제공자나 제품생산자는 또 좋은 제품이나 좋은 용역을 제공하게 되고 (물론 경쟁이라는 뼈아픈 과정을 통해서입니다만) 이를 누리는 것도 소비자.. 결국은 스스로를 위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