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것은 뭘까요?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가/감속과 타이어의 각도 정도 뿐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움직임은 지극히 다양하지요.
오늘은 자동차가 운행할 때 생기는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차량의 움직임은 크게 나누면 두 가지 방향의 움직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선방향의 움직임과 회전하는 움직임이죠.
직선운동은 다시 진행 방향에 따라 앞,뒤,상,하의 네 방향으로 나눌 수 있고,
회전운동은 X,Y,Z축의 3축 방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있어서 이런 움직임을 세세히 나누는 용어는 별로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종종 쓰는 방법인 항공역학에서 쓰이는 용어로 분류해 봅시다.
직선운동
- 추력(thrust)
추력은 흔히들 말하는 가속입니다.
차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죠.
추력은 역방향으로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지상태라면 후진을 하겟죠?
진행 상태에서 역방향의 추력을 걸면 차의 속도가 줄어듭니다. 브레이크를 잡는 동작이죠.
- 항력(drag)
항력은 공기의 저항을 말합니다.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에 한계가 있는 것도 이 항력 때문입니다.
항력은 속도가 높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특히 80km/h의 고속에서는 항력의 영향이 도로마찰력을 능가하게 됩니다.
차량에 발생하는 항력은 항력계수(Cd)로 표시할 수 있고,
이 값이 작을수록 더 적은 힘으로 더 빠르게 주행할 수 있습니다.
어떤 차량들은 항공기처럼 항력을 이용해 제동을 하는 에어브레이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 양력(lift)
양력은 물체가 지면에서 떠오르려는 힘입니다.
비행기는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을 이용해 지면에서 떠오르는 것이죠.
고속 주행시 차체 앞쪽이 떠오르면 순간적으로 양력이 발생해 그립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F1이나 르망 레이스카의 경우 차체가 완전히 떠올라 뒤집히기도 합니다.
그러니 자동차가 지면에서 떠올라서는 안되겠죠?
그래서 자동차에서는 날개를 거꾸로 달아 양력의 반대, 즉 다운포스가 생기도록 합니다.
- 중력(gravity)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지구상의 모든 자동차는 지구방향에 대해 1G의 중력가속도를 가집니다.
(전 지구의 중력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 중력은 차체를 바닥으로 끌어당겨 지면과 타이어간의 접지력을 만들어냅니다.
접지력을 높이려면 윙, 디퓨저, 언더패널 등으로 다운포스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F1차량의 다운포스는 차체 무게보다 더 높을 정도라서,
윙을 거꾸로 달고 주행하면 지면에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회전운동
사실 직선운동에 대해서는 항상 몸으로 체감하고 있기에
운전자라면 어느정도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당연한걸 왜 거창하게 설명하나?' 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회전운동에 대한 개념은 약간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적극적으로 회전운동이 생기는 항공기에 비해 차량의 회전운동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죠.
또한 차량은 전복되지 않는 이상 언제나 지면에 수평으로 서 있기 때문에
이런 회전에 관한 계기는 좀체로 찾기가 힘듭니다.
- 요(yaw)
차량의 무게중심을 기준으로 상하 방향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운동을 요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차량의 방향은 곧 진행 방향이므로 요가 발생하면 차량의 진행 방향이 바뀝니다.
즉 핸들을 틀면 그만큼의 요가 발생합니다.
-피치(pitch)
차량의 무게중심을 기준으로 좌우 방향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운동을 피치라고 합니다.
피치는 가/감속에 의해 발생합니다.
액셀을 밟으면 차체가 뒤쪽으로 기울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앞쪽으로 기웁니다.
-롤 (roll)
차량의 무게중심을 기준으로 앞뒤 방향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운동을 롤이라고 합니다.
롤은 차량이 코너링을 할 때 주로 발생하는데, 원심력이 발생하면 그 반대방향으로 차체가 기울게 됩니다.
불필요한 차량 움직임으로 인한 현상들
네가지 직선운동과 세가지 회전운동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중 자동차에 가장 필요한 움직임은 무엇일까요?
자동차는 이차원인 도로 위를 주행하는 것이므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력, 바닥에 붙기 위한 중력,
원하는대로 돌기 위한 요의 3가지가 있어야 원하는 방향으로 주행이 가능합니다.
반면 항력, 양력, 피치, 롤은 필요가 없는 부산물입니다. 생겨서는 안 되는 것이죠.
- 노즈다이브
주행중 브레이크를 강하게 작동시키면 차량 하중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차량의 앞쪽이 크게 주저않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원래는 항공용어로 기수를 지면을 향해 내리는 것, 즉 급강하를 말합니다.
노즈다이브가 발생하면 전륜의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줄어들어
노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힘들게 됩니다.
또 리어 하중이 크게 감소해 스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노즈다이브를 막으려면 차량 중심을 낮추고
서스펜션의 스프링 레이트와 댐핑을 조절해야 합니다.
순정 서스펜션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죠.
- 윌리(wheelie)
가속으로 차체 앞쪽이 들리는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것이 과해지면 심지어 앞 타이어가 뜨기도 합니다.
차중이 무겁고 무게중심이 낮은 사륜차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지만,
무게에 비해 출력이 크고 중심이 높은 이륜차에서는 종종 발생합니다.
드래그 레이스 차량에서도 윌리가 쉽게 발생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차체 뒤편에 윌리바라는 긴 막대를 달아 뜨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 스토피(stoppie, jackknife)
급작스러운 브레이킹 시 뒷 타이어가 들리는 것을 스토피라고 합니다.
사륜차에서는 좀체로 발생하지 않지만
물건을 싣지 않은 트럭이나 밴형 차량은 뒤쪽 타이어가 쉽게 들립니다.
접이식 칼을 펼치듯 일어선다고 해서 잭나이프라고도 합니다만,
국내에서만 자주 쓰는 용어입니다.
- 롤링(rolling)
코너링시 차량이 코너링 반대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롤링이라 합니다.
심한 롤링이 나타난 상태에서는 타이어가 지면과 수직상태가 아니게 되는데,
타이어의 접지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롤링이 발생하면 차량의 하중도 바깥쪽 타이어에 집중되고 불안정한 거동을 보입니다.
심지어 안쪽 타이어가 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LSD가 없는 경우 바로 스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롤링 역시 서스펜션 세팅으로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네거티브 캠버 각을 주면 직선안정성은 약간 떨어지나
코너링 시 노면 접지가 확실히 되어 더 안정적으로 돌 수 있습니다.
- 오버스티어/언더스티어 (over steer / under steer)
운전자가 원하는 것보다 차량이 더 많이 꺾이는 것을 오버스티어,
반대로 차량이 덜 꺾이는 것을 언더스티어라고 합니다.
타이어 접지가 균일하지 않거나, 브레이크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잘못된 타이밍에서의 액셀 조작, 스티어링 조작 미숙 등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의 원인은 상당히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원하는 만큼 요가 발생되지 않았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드리프트는 요를 강제로 발생시켜 차량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슬립 스트림(slip stream)
슬립 스트림은 주행 테크닉의 하나로 항력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차량이 고속으로 공기를 밀고 지나간 자리는 순간적으로 기압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 위치에 차량이 있다면 마치 앞으로 빨려들듯 더 빠르게 가속할 수 있게 되는데,
차량에 가해지는 공기 저항, 즉 항력이 일시적으로 제거됨으로서 가능한 일이죠.
튜닝 - 차량 거동의 최적화
퍼포먼스 튜닝은 가장 필요한 움직임을 극대화하며
필요없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불필요한 움직임의 억제
차량에 따라 고속 주행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차체가 바닥에 달라붙기 위한 중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어댐, 카나드, 윙 등을 통해 안정성을 늘릴 수 있지요.
피치와 롤은 서스펜션을 통해 제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차체가 높으면 중심도 높아지기 때문에 피칭과 롤링이 심해집니다.
따라서 도로 상황이 따르는 한 차체 높이는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또,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력(-댐핑)이 너무 약한 경우 피치와 롤이 심하게 발생합니다.
순정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위해 댐핑을 약하게 한 경우가 많습니다.
- 회전력을 높이려면?
추력은 엔진 튜닝을, 항력은 브레이크 튜닝을 하면 됩니다만,
회전력, 즉 요는 어떻게 해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요?
어렸을 때 뱅뱅이(...)라고 불렀던 회전식 놀이기구를 기억하시나요?
바깥쪽에 붙어서 돌릴땐 그다지 빨리 돌지 않지만,
중간의 기둥에 바짝 붙을수록 빨리 돌아갑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집니다.
질량이 차체 중심에 있을수록 회전이 빠르게 됩니다.
값비싼 슈퍼카, 레이싱카들이 엔진을 차체 중심에 설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차체에서 가장 무거운 엔진과 변속기가 차체 중심에 위치함으로서 회전력이 극대화 되는 것이죠.
아는 만큼 보인다
내 차에 어떤 문제가 있어도,
이것이 왜 발생하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다면,
제대로 된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그냥 멋있으니까, 비싸니까, 좋아보이니까 하는 튜닝은
실망스러운 성능으로 인한 두번 세번 중복투자를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단 한가지 튜닝을 하면서도 차량의 주행 역학을 제대로 알고 튜닝을 하면
튜닝을 하는만큼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는 진정한 애마로 거듭나게 될 겁니다.
오늘의 보배드림 이야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