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쌍용자동차에서 렉스턴 스포츠의 롱바디 버전,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했습니다. '칸'은 몽고 제국의 ‘황제’를 뜻하는 말입니다. 꽤나 뜬금없어 보이는 이름이지만, 이 이름은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체어맨에서도 상위 트림에 붙었던 ‘카이저’라는 이름과 연관이 있습니다. 카이저 역시 독일어권에서 ‘황제’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사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짐’칸’! 아니냐! 라는 우스갯소리가 더 널리 퍼지고 있지만, 넓어진 적재함이 렉스턴 스포츠 칸이 출시된 이유라고 봐도 무방한 만큼, 어떻게보면 이 차에 상당히 어울리는 해석이 아닐까 합니다.

 

렉스턴 스포츠의 베이스가 된 G4 렉스턴 자체가 기존 국산차들에 비해 상당히 큼직한 크기였습니다. 그것이 픽업트럭형 렉스턴 스포츠로 변경되면서 길이가 약 25cm가량 늘었습니다. 그래서 렉스턴 스포츠도 상당히 크고 넓은 적재함을 가진 차량이었는데, 거기서 더욱더 커져 무려 30cm나 길어져 5405mm로 늘어났습니다. 거의 미국산 픽업트럭에 견줄만한 사이즈입니다. 실제로 쉐보레에서 수입 떡밥을 던지고 있는 쉐보레 콜로라도의 길이가 5402mm인데, 이정도면 거의 노린거나 다름없는 사이즈죠. 미국산 픽업 트럭에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렉스턴 스포츠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 만의 디자인도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전면에는 ‘파르테논 라디에이터 그릴’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의 그릴이 적용되었습니다. 렉스턴 스포츠에서는 가로로 굵게 지나가는 형태였는데요, 스포츠 칸에서는 세로 방향으로 변경되어 웅장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후면 디자인은 렉스턴 스포츠와 동일하지만, 렉스턴 스포츠 로고를 작은 크기로 줄이고 칸 로고를 가로로 크게 배치하여 한눈에 다른 차임을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차가 길어지면서 전체적인 인상도 상당히 변했는데, SUV에 꼽사리로 달린 짐칸 같은 느낌에서 이제는 적재함이 당당히 한 몪을 하는, 픽업트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비율이 되었습니다. 바디 길이만 뒤로 길어지면 엉덩이가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 되기 쉬운데, 휠베이스 역시 11cm가량 길어져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해치지 않았습니다.

 

30cm나 길어진 길이가 전부 적재함에 투입되었습니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보다 24.8% 늘어난 1262리터의 용량을 가지고 있고, 중량 기준으로는 75% 늘어난 700kg까지 적재할 수 있습니다. 단, 이번에 소개하는 시승차량은 5링크 서스펜션 모델으로, 이 모델은 적재중량이 500kg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데크의 12v파워 아웃렛, 회전식 데크 후크가 적용된 점은 기존 렉스턴 스포츠와 동일합니다.

 


적재함 부분을 제외한 앞쪽 캐빈의 크기와 실내 구성은 렉스턴 스포츠와 거의 동일합니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의 캐빈 크기가 충분했기 때문인지 추가로 실내 공간을 늘리지는 않았습니다. 뒷좌석은 고정식 시트이지만 어느정도 등받이 각도를 확보해 두어 G4 렉스턴의 뒷좌석과 비교해도 크게 불편함 없는 착좌감을 제공합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뒷좌석 송풍구, 열선시트, 컵홀더 등 기본적인 편의사양이 마련되어 있어 일반 SUV와 다를 바 없는 느낌입니다.

 

넓어진 적재함에 맞춰 엔진 토크도 2kg.m 늘어났습니다. 최고출력은 181마력 그대로이지만, 토크를 늘림으로서 많은 짐을 실었을때도 답답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사실 기존의 40.8kg.m도 적은 수준의 토크는 아니었기 때문에, 짐 없이 평지에서 달릴때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짐을 가득 싣고 언덕을 올라간다면 이 2kg.m의 토크가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5링크 서스펜션으로만 구성되었던 렉스턴 스포츠와 달리 렉스턴 스포츠 칸에는 기존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에서 볼 수 없었던 ‘파워 리프 서스펜션’이 추가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트럭 등에 적용되던 판 스프링 서스펜션입니다. 넓어진 적재함 크기에 맞춰 대량의 짐에도 버틸 수 있도록 변경된 것입니다.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의 최대 적재중량 400kg에서 대폭 상승한 700kg까지 적재할 수 있습니다. 실용성이 더욱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 스프링 서스펜션의 단점은 승차감이 딱딱해진다는 점인데, 적재함보다는 2열 공간을 더 많이 쓰는 소비자를 위해 기존 5링크 서스펜션 사양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판매량이 적은 차종에 두가지 하체 구성을 적용한 것을 보면 여러 성향의 고객을 모두 잡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렉스턴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파트타임식 사륜구동과 LD를 탑재해 강력한 험로 주파 성능을 확보했고, 늘어난 적재량에 맞춰 LD가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더욱 높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픽업 트럭이 매우 생소한 장르의 차량이지만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입니다. 차 한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렉스턴 스포츠는 일상과 레저까지는 만족스러운 차량이었지만 사업에 활용하기에는 어딘가 아쉬운 적재함 크기였습니다. 그러나 칸은 경트럭을 훌쩍 뛰어넘는 적재량을 확보해 사업에 활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주차장에서 만큼은 커다란 차체가 원망스러울 수 있지만, 일상생활, 사업, 레저활동 등 어떤 상황에서도 제 일을 다 하는 본격 픽업 트럭은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차량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렉스턴 스포츠 칸 상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