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지난 어느 봄날 끝자락의 이야기입니다.

원래 토요일에 캠핑장으로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하루 전 날 훌쩍 떠나게 되었네요.

가끔씩은 모든 걸 그 자리에 내려놓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살 필요도 있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해는 져서 깜깜하고..
온 세상이 뿌연 안개로 가득합니다.





안갯속에서 뜀박질하며 놀다 보니 꼬로록..
지맹이가 작품 사진(?) 한 장을 남겼군요.





간단하게 목살 몇 덩이를 굽고..





야채에 소스를 뿌려서 버무립니다.





저녁을 먹고 안개 낀 캠핑장을 걷습니다.
안개의 효과인지 야간 산책이 운치있습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졸음이 밀려옵니다.
오늘은 조기 취침에 들어가기로 하고
일찍 포근한 잠자리에 들어갑니다.

오늘따라 캠핑장에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너무 조용해서 적막함까지 느껴지네요.

아내와 딸아이는 이내 잠이 들고..
저는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꿈나라로 갔네요.

zzZ...........















산새들이 지저귀며 단 잠을 깨웁니다.
텐트 문을 열고 나가니 아침 햇살이 반겨줍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고래의 언덕'...





시야가 좋아서 저 멀리 폭포까지 보이네요.





캠핑장 위 언덕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들꽃도 보고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도 듣고..
흙냄새 풀 냄새 맡으니 몸이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스스스 소리가 들립니다.
무언가 마른 나뭇잎 사이를 지나갑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1미터가 넘는 뱀이..





저를 보더니 아내도 힐끗 쳐다봅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갈 길을 가네요.

이 녀석은 얼굴이 독해(?) 보이진 않던데..
사이즈가 커서 무섭네요. 이름이 뭘까요?





언덕을 내려와 강변 산책로를 걷습니다.
저 앞에서 두릅이 불쑥  눈에 들어옵니다.





파릇파릇 생기 있는 두릅향이 참 좋네요.





오늘 아점은 얼큰 담백한 선지국입니다.





서큘레이터 먼지가 거슬려서 청소 타임!





유기농 판매장에 들러서..





저녁에 먹을 신선한 채소를 겟 합니다.
두릅은 진열대에 올리자마자 동이 난다네요.





붕붕이들을 꺼내 배터리를 먹입니다.





자.. 오랜만에 원 없이 달려 볼까나..





트랙사스 슬래쉬 4X4 붕붕이 영상입니다.





신나게 달린 모습이 역력합니다.





오후가 되자 아내는 졸음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맹이랑 둘만의 모험길을 떠나기로!

음악을 들으며 비포장길을 달리고 달립니다.





차박 캠퍼들의 성지인 한탄강변입니다.
많은 캠퍼틀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네요.





아빠와 딸은 주상절리 앞에서 잠시 쉽니다.

제가 지맹이에게 문제를 하나 냅니다.
"가수 비 매니저가 하는 일이 뭔지 알아?"

"매니저면 운전도 하고 일도 도와주겠지~"

"아니야.. 비 매니저가 하는 건 '비만관리!'"

알 수 없는 침묵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지맹이가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아빠~ 벌이 자꾸 쫓아다녀~??"

"괜찮아! 지맹이가 꽃이라서 그래..♡"





비가 안 와서 그런지 한탄강 물이 탁하네요.





물가에 앙증맞은 파라솔이 보입니다.
아주머님들의 고스톱 경기가 한창이네요.
저도 한 게임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아빠~ 우리 이제 돌아가 볼까?"





험난한 장애물을 넘으며 전진합니다.
이까짓 물 웅덩이 쯤이야 식은 죽 먹기!





날이 좋아서 그런 지 걷는 게 더 좋나 봅니다.





킥보드의 상태가 오늘의 여정을 말해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서 광합성 중입니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해가 기우네요.





숯을 달구고 목살과 등갈비를 올립니다.





유기농 판매장에서 구입한 채소!





신선한 채소와 골뱅이도 무쳐줍니다.





86 아시안 게임 때 장인어른께서 구매하신 오래된 그릴입니다.
한 번 사용하시고 창고에 넣어 두신 걸
몇 년 전부터 제가 사용하고 있답니다.

34년이나 되었지만 현역처럼 보입니다.





아주 적절하게 잘 익었네요.





옆에서는 그릴에 삼겹살을 굽습니다.
목살과 등갈비는 순삭이니까요.





깻잎과 상추 무침에 고기를 살짝 올려주면 풍미가 더해집니다.





앗.. 옆 사이트 캠퍼님이 김밥을 주셨네요.
오전에 텐트 설치를 조금 도와드렸거든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기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여기 목살 추가요~"





가래떡과 쫀드기의 환상적인 조합.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캠핑장의 저녁 시간은 사랑이 넘치네요.





식사가 일러서 취침 시간도 빨리 옵니다.
침대에 나란히 누우니 잠이 달아났네요.

한 시간 넘도록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맹이가 대답이 없어서 돌아보니 zzZ.....

아내와 저도 불을 끄고 잠을 청합니다..
굿 나잇...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자서 찌뿌둥합니다.
새벽엔 흐리더니 하늘이 개고 있네요.





산책을 하며 오랜만에 점프샷을 남깁니다.





깔끔한 순댓국이 속을 달래 줍니다.





"지맹~ 아빠랑 레이싱 한 판 콜?"





반환점을 정하고 경주를 시작합니다.





간발의 차이(?)로 지맹이가 승리했네요.





레이싱은 어느새 육박전으로 이어집니다.
경주에 진 아빠가 분풀이를 하는 순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서 정비를 마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청설모..
위험한 찻길에서 무얼 주워 먹는지..
훠이훠이 쫓아도 꿈쩍도 안 하네요.ㅠㅠ





곧 장박 살림을 철수해야 해야 합니다.
짐을 미리미리 조금씩 가져오고 있네요.





짐 정리를 마치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지맹이는 음악을 틀고 댄스 삼매경..





정리를 마무리하고 처가댁으로 달려갑니다.
맛있는 김치찌개를 해드리려고 했는데..
한눈을 파는 사이에 사고가 났네요.ㅠㅠ





장인어른을 위한 두릅전도 부치고요.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어도 꿀맛입니다.






걸음마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딸아이가 벌써 5학년이 되었습니다.


이마에 조그만 여드름이 송송 나고..
아침마다 고데기로 스타일링을 하고..
장바구니에 예쁜 옷들을 골라 담고..
히죽거리며 화장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아닌 '청소년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합니다.

 

딸아이가 너무 빨리 커가는 게 서글프지만..
한 편으론 혼자서 이것저것 하려는 모습이
무척이나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네요.


딸아이는 여느 또래들과는 다르게 요즘도 매일 제게 안기고 뽀뽀를 합니다.
길거리를 걸을 때도 손을 꼬옥 잡고 다니고
잘 때도 제 옆에 누워 깍지를 끼고 잡니다.


딸아이가 눈앞에서 쌩긋 웃고 있으면 심장이 콩콩 빠르게 뜁니다.
'갱년기 증상인가..?' 생각이 들다가도..
금세 이것이 '설렘'이란 걸 알아차립니다.


그럴 땐 나지막이 주문을 외웁니다.

 

"나대지 마.. 심장아, 좀 나대지 마..."


너무 쿵쿵거리면 아내가 질투할지도 모르니까요.








"딸..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할 거야.."












오늘도 행복하세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