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입니다. 퇴근후 집에 와 바로 씁니다. 먼저 많은 응원 댓글과 진심어린 조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주말과 추석 연휴동안 정말 많이 고민하였습니다. 36이라는 나이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창피하고 보배회원님들 앞에서 익명성에 기대 이런글을 남기고 있다는것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음... 일단 지난 수요일날 글을 쓴 이후 금요일날 월차를 내고 오전에 아내가 있는 수목원에 갔습니다. 가서  술과 과일 평소에 좋아하던 닭강정을 들고 한참을 있다가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당신한테 정말 미안한데 나를 좋아하는사람이 있데.. 근데 나도 그 사람이 싫지 않아.. 미안해... 당신을 잊을일을 없을꺼야...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늘에서 잘 지켜봐줘.. 그리고 오후에는  처가댁에 갔습니다. 그리고 장모님 장인어른께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00(와이프 이름)이와 사별한지 5년 지났다. 여전히 그립고 많이 보고 싶다. 그런데 제가 정말 힘들때 많이 챙겨준 회사후배가 있는데 저를 많이 좋아한다 하더라. 제 마음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친구와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건 없지만 일단 먼저 어머님과 아버님을 먼저 뵙는게 도리인것 같다 이런식으로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님은 그냥 우셨고 아버님또한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서 올라갈 시간이 되자 아버님께서 죽은 사람 붙들고 계속 있는것 보다 새사람이랑 잘 되어라면서 다시는 처가댁에 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무말 없이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를 한 후 올라왔습니다. 올라오는 내내 마음이 편하였다면 거짓말 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여느때 처럼 출근을 하고 일요일 역시 출근을 하였습니다.  고향은 안내려갔습니다. 일요일에는 회사후배가 잠깐 회사에 들렸습니다.  저는 그때 추석 잘 쉬라라는 말과 추석에 고향내려가냐는 말을 전했고 후배는 추석당일 부모님집만 간다고 했습니다. 

추석 연휴 저는 반폐인처럼 생각만 했습니다. 내가 후배를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후배가 아내와 닮은 구석이 많아서 좋은건지... 그리고 만약 좋아한다면 그 친구와 어디까지 약속할 수 있는지 (나이가 36이라 그친구도 적지 않은 나이라 가볍게 연애만 하기엔 그 친구의 시간이 아깝기 때문) 어디까지 그 친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등등 그리고 화요일 저녁에  전화를 걸어 내일 뭐하냐고 만날 수 있으면 만나자고 연락했습니다. 

 

어제 늦은 오후쯤에 그 친구 집에서 만났습니다. 원래는  카페 같은델 가려고 했지만 추석연휴로 인해 자주  가던 카페가 문을 닫어서 말이죠..

일단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웬지 모르게 떨려서) 그리고 차분히 그 친구를 바라보았습니다. 약간 그친구도 멋쩍어  하는것 같이 보였습니다.  차를 마시고 말했습니다. 

사실 네가 날 좋아한다고 했을때 당황했다. 그래서 못들은척 한거고 그 이후에 네가 진심으로 말할땐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랐다. 그리고 최근에는 솔직히 말하면 아내랑 네 모습이 겹쳐보인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회사후배로써 너가 좋은건지 아님 아내와 닮아서 그런지  근데 조언도 듣고 생각해보니 다 아니더라...그냥 나는 네 자체가 좋더라... 그냥 너랑 있으면 편안하고 후배라서가 아닌 그냥 더 챙겨주고 싶고 그렇다.. 

(여기서 슬의생 11화 멘트를 약간 따라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직 네가 날 좋아한다면 우리 진지하게 만날까? 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절 꼭 안아주었고 저도 꽉 안아 주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어제부터 만나게 되었습니다.

 

음... 끝입니다.  사귄다고 해서 특별한건 없습니다. 똑같이 회사를 다니고 똑같이 회사생활하고 (사내 연애라 티를 내진 않을겁니다.)

바뀐게 있다면 퇴근 후  항상 공허하게 마시던 맥주와 밥이 이제는 기대가 된다는것?  그정도 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일단 이번 주말 그 친구네 부모님댁에 가서 제 사정 다 말씀 드린뒤 허락을 받으면 그때부터 만날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설레발 치지 않고 자중하려고 사석에서는 주말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