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합격


 


나는 대학 졸업 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뉴스 기사를 봤다.

 




2012년부터 경찰공무원 시험과목이 바뀐다고 한다.

과목: 한국사, 영어, 경찰학, 형법, 형소법.

 

 

 

이건 완전히 나를 위한 시험이다.

 

 

한국사? 

릴 때부터 역사만화, 역사책, 역사소설 파면서 누구보다도 빠삭한 과목.

 

 

 

영어? 

중고등학교 때 미드, 원서 파면서 배운 내 최애 과목. 

거기다 카투사 경험에 국제연애까지.

 

 

 

 

결국, 남은 세 과목만 제대로 공부하면 되는 상황.

 

 

 


‘이건 해볼 만한데?’

 

 

 

그렇게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박혀서 

 

딱 3과목만 공부하고, 기출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겠지만, 5개월도 채 안 돼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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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에게 전하는 합격 소식… 

 

 

 

나는 당장 로렌에게 카카오 보이스톡을 걸었다.
(*이때 드디어 카카오 보이스톡 서비스가 시작됐다.)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Hey, guess what?"

(야, 뭔지 맞혀봐.)

 

 

 

로렌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I don’t know. You finally learned how to cook?"
(글쎄? 드디어 요리라도 배웠어?)

 

 

 

 

나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No, I passed the police exam!"
(아니, 경찰공무원 필기시험 붙었어!)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Lauren?"
(로렌?)

 

 

 

 

로렌이 대답했다.

 

 

 


"That’s… fast."
(그거… 빠르네.)

 

 

 

 

 

뭔가 이상했다.

 

 

 

보통 이럴 때는 "Wow, congrats!" 같은 반응이 나와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로렌의 목소리는 영 기쁘지 않았다.

 

 

 

 

"Wait, you don’t sound happy."
(잠깐만, 너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로렌이 잠시 침묵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It’s not that I’m not happy for you. I just…"
(네가 합격한 게 기쁘지 않다는 게 아니야. 그냥…)

 

 

 

 

 

그녀는 말을 흐렸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Lauren, you never liked this idea, did you?"
(로렌, 너 사실 내가 경찰 준비하는 거 싫었지?)

 

 

 

 

로렌은 한숨을 쉬었다.

 

 

 

"Yeah… I didn’t."
(응… 솔직히 그래.)

 

 

 

 

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Why?"
(왜?)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I just… worry about you. Police work is hard. Dangerous."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래. 경찰 일은 힘들고, 위험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Yeah, but it’s stable. It’s a good job."
(그래도 안정적인 직업이잖아.)

 

 

 

 

 

로렌이 씁쓸하게 웃었다.

 

 

 

 

 

"Yeah, I know… It’s just… Never mind."
(응, 알아… 그냥… 됐어.)

 

 

 

 

그녀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나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가 있다!



 

 

 

 그녀는 단순히 

경찰 일이 힘들고 위험해서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걱정하는 척만 하고 있었다.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꼈지만, 깊게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