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의원면직 선언
파출소에서 근무한 지 1년.
신임 경찰로서 버텨왔지만, 결국 나는 결정했다.
경찰을 그만둔다.
그날, 팀장과 소장이 나를 불러 세웠다.
"박, 네가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이제 시보도 끝나가는데."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입니다."
"야, 무슨 개인 사정인데?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
(*시보란, 임용후 1년간 큰 사고 없이 지내면 정식공무원이 되며, 신분보장을 받는다)
하지만 이건 도와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나는 경무계로 직행.
"박, 너 미쳤어? 이거 다시 생각해 봐!"
"너 이제야 시작인데, 경찰 때려치우면 뭐 할 건데?"
하지만 내 결심은 단단했다.
"의원면직서 접수하겠습니다."
경무계 직원이 한숨을 쉬었다.
"너 진짜 확실해? 의원면직이 뭔지 알지?"
---
의원면직 vs 직권면직
의원면직(議員免職): 본인의 자발적인 퇴직. 사표를 내고 2주 후에 수리됨.
직권면직(職權免職): 징계나 기타 사유로 강제 퇴직.
경무계 직원이 설명을 하면서도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넌 아직 경찰 생활 제대로 시작도 안 했어. 그냥 힘들어서 그러는 거면 한 번 더 생각해 봐."
하지만 난 힘든 게 아니었다.
로렌 없이는 안 될 것 같았다.
경무계 직원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았다. 하지만 2주 동안은 취소할 수도 있어. 그동안 다시 한 번 고민해 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
출국 준비
의원면직이 수리되기까지 남은 2주 동안,
나는 남은 연가를 싹 다 썼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찰 생활에서 제대로 쓰는 휴가였다.
그리고 바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워싱턴 D.C.행 편도 티켓 구매 완료!"
…하려다 멈췄다.
편도 티켓으로 ESTA 입국이 불가능했다.
(*미국 관광비자 면제프로그램, 90일간 체류가능하다)
"망할, 이런 건 미리 알아봐야지."
할 수 없이 왕복 티켓을 끊었다.
어차피 미국에 도착하면 돌아오는 표는 취소하면 됐다.
---
로렌이 있는 곳, 워싱턴 D.C.
비행기가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에 착륙했다.
이곳이 바로 로렌이 있는 곳.
그리고…
내가 이제부터 모든 걸 걸어야 하는 곳.
D.C.의 공기는 한국과 달랐다.
무겁고 습한 느낌.
"이제 진짜다."
난 택시를 잡아 로렌이 있는 메릴랜드, 베데스다로 향했다.
운전기사가 물었다.
"So… you here for work?"
(일 때문에 왔나?)
나는 창밖을 보며 피식 웃었다.
"No. I’m here for someone."
(아뇨. 어떤 사람 때문에 왔어요.)
운전기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Must be someone really special."
(정말 특별한 사람이겠네.)
"Yeah… she is."
(네… 정말 특별한 사람이죠.)
---
그녀를 다시 만나다
드디어 도착한 로렌이 사는 아파트 앞.
미국에서 '아파트(Apartment)'는 한국과 개념이 달랐다.
한국처럼 대규모 단지가 아니라, 1~2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렌트형 공간이었다.
우리로 치면 원룸 건물을 아파트라고 부르는 셈이다.
나는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손바닥엔 땀이 흥건했다.
"만약 그녀가 집에 없으면?"
"만약 벌써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면?"
"만약 내가 문을 두드리는 순간, 그냥 문을 닫아버리면?"
망할, 생각할수록 더 긴장됐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그리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거기엔…
로렌이 서 있었다.
머리는 대충 묶었고, 화장기 없는 얼굴.
하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그녀였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Park?"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Hey."
로렌이 한 걸음 다가오며 경악했다.
"What the hell are you doing here?!"
(뭐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