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 속, 링컨 기념관을 거닐다
사진출처: 직접 찍은 내 사진.
워싱턴 D.C.의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링컨 기념관 앞,
리플렉팅 풀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리는 붉은빛 노을로 가득 찼고,
리플렉팅 풀 위로 반짝이는 불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순간,
이 도시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로렌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You know… I never really imagined myself living in the U.S. like this."
(있잖아… 내가 이렇게 미국에서 살 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로렌이 옆에서 피식 웃었다.
"And yet, here you are. With me."
(근데 결국 이렇게 됐네. 나랑 같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Yeah… with you."
(응, 너랑 같이.)
그 순간, 로렌이 내 손을 살짝 쥐었다.
그녀의 손끝이 살짝 차가웠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리플렉팅 풀을 바라봤다.
주머니 속에서 작은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경찰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온 반지.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지만,
막상 하려니 긴장이 되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며 로렌을 바라보았다.
"Lauren."
(로렌.)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Hmm?"
(응?)
나는 입을 열었지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Uh… give me a sec."
(잠깐만.)
나는 손을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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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의 눈이 순간 커졌다.
"Wait… what are you.."
(잠깐… 너 지금 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작은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내가 한국에서 경찰 월급을 모아
구입한 반지가 있었다.
노을빛이 반짝이는 반지 위로 내려앉았다.
"I wanted to do this the right way."
(나는 이걸 제대로 하고 싶었어.)
로렌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I know we're already planning to get married, but…"
(우리 이미 결혼할 계획이 있는 거 알지만…)
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Lauren, will you marry me?"
(로렌, 나랑 결혼해줄래?)
순간, 로렌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그리고
"You idiot…"
(바보야…)
나는 순간 긴장했다.
그러자 로렌이 작게 웃었다.
"Of course I will."
(당연하지.)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그 순간, 그녀가 나를 힘껏 안아왔다.
그녀의 손이 내 등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우리는 붉게 물든 저녁 하늘 아래,
깊고 진한 키스를 나눴다.
그녀의 손이 내 볼을 감싸며 속삭였다.
"No regret, right?"
(후회 없는 거지?)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No regret."
(후회 없어.)
그 순간, 우리는 남산타워 펜스에 함께 걸었던 사랑의 자물쇠를 떠올렸다.
그때도 적어놨었다.
"No regret."
그때처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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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공식적으로 약혼했다.
이제 결혼 신고만 하면, 정말 부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렌이 갑자기 한숨을 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Marriage is the easy part."
(결혼은 쉬운 부분이야.)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The hard part comes next."
(진짜 어려운 건 그 다음이지.)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What do you mean?"
(무슨 뜻이야?)
로렌은 피식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Now, we have to deal with USCIS. And that’s never fun."
(이제 이민국(USCIS)이랑 씨름해야 돼. 그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나는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결혼을 하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나는 작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Well… we’ll get through it. Together."
(그래도… 우리 같이 하면 되잖아.)
그녀는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Yeah. Together."
(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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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계속 미국에 체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