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문제 . ESTA

 

 

 

베이컨과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순간, 잠깐 혼란스러웠다. 여기가… 어디지?

그리고 곧 깨달았다.

 

 

 

 

워싱턴 D.C., 로렌의 자취방.

 

아침 햇살이 창문 사이로 비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부엌을 바라봤다.

 

 

로렌이 앞치마도 없이 

편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서 있었다.

 

 

묶은 머리, 익숙한 뒷모습.

 

 

 

치익-

 

 

 

베이컨이 팬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그리고 식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미국식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오트밀, 

베이컨, 

계란후라이, 

그리고 특유의 짠맛이 강한 소시지.

 

 

 

나는 순간 멍해졌다.

 

 

 

이거… 현실인가?

 

 

 

"You're up?"

(일어났어?)

 

 

 

나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Yeah, I slept well."

(응, 잘 잤어.)

 

 

"Good. You need a proper breakfast after that long flight."

(잘 됐다. 너 어제 긴 비행했잖아, 든든하게 먹어야지.)

 

 

 

나는 자리로 가 앉았다.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로렌을 쳐다봤다.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온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뭐지?

 

 

 

 

 

로렌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So… what’s your plan?"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씹던 베이컨을 삼키며 눈을 깜빡였다.

 

 

"My plan?"

(내 계획?)

 

 

"You came here, Park. But you know you can’t work on an ESTA, right?"

(너 여기 왔잖아, 박. 그런데 너 ESTA로는 취업할 수 없는 거 알지?)

 

 

 

 

 

 

ESTA는 관광비자였다.

 

최대 90일까지 머물 수 있지만,

그 이후엔 불법 체류가 된다.

 

 

 

 

그리고

취업이 불가능하다.

 

 

 

 

"You only have three months here."

(너 여기 3개월밖에 못 있어.)

 

 

로렌이 팔짱을 꼈다.

 

 

"What are you gonna do after that?"

(그 이후엔 어떻게 할 건데?)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나도 이 문제를 고민하긴 했었다.

 

 

나는 뭐든 할 각오였다 

 

막노동이든, 

캐셔든, 

청소부든, 

뭐든지.

그냥 로렌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것마저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했다.

취업비자나 영주권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Then let’s get married."

(그럼 우리 결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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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이 순간 멍해졌다.

 

 

 

"…What?"

(…뭐?)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If we get married, I can stay here legally."

(우리가 결혼하면, 나 여기 합법적으로 있을 수 있어.)

 

 

 

 

로렌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Pffft."

(푸흐.)

 

 

 

그녀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Wait, are you serious?"

(잠깐만, 너 진심이야?)

 

 

 

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Of course. You know why I came here, right? I didn’t come just to visit. I came to be with you."

(당연하지. 내가 왜 여기 온지 알잖아. 단순히 놀러 온 게 아니야. 너랑 함께 있기 위해서 온 거야.)

 

 

 

로렌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을 깜빡였다.

 

 

 

"You're really serious about this?"

(진짜… 진심이야?)

 

 

 

나는 손을 살짝 쥐었다.

 

 

 

"Yeah. I came here to live with you. So… let’s get married."

(그래. 난 너랑 같이 살려고 여기 온 거야. 그러니까… 결혼하자.)

 

 

 

그 순간

 

 

 

 

 

로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나를 끌어안았다.

 

 

"…Yeah! Let’s do it!"

(…응! 결혼하자!)

 

 

나는 그녀를 받아주며 피식 웃었다.

 

 

"You didn’t expect me to say it first, huh?"

(내가 먼저 말할 줄 몰랐지?)

 

 

 

로렌이 내 품에서 얼굴을 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Not at all. I was actually gonna say it first."

(전혀. 사실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Well, I beat you to it, then."

(음, 내가 먼저 말했네.)

 

 

로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내 볼을 꼬집었다.

 

 

"Fine, fine. You win."

(좋아, 좋아. 네가 이겼어.)

 

 

 

나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췄다.

 

 

 

"Then, let’s start preparing."

(그럼, 결혼 준비 시작하자.)

 

 

 

로렌의 눈이 반짝였다.

 

 

 

"Yeah… Let’s get married."

(응… 결혼하자.)

 

 

 

그녀의 미소는, 내가 본 어느 순간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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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결혼하고 싶으면 쉽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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