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 후,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앞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마친 우리.
하지만
프러포즈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실이 눈앞에 닥쳐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기지개를 켜며 로렌에게 다가갔다.
"Breakfast?"
(아침 준비했어?)
로렌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Of course. Gotta feed my future husband."
(당연하지. 내 미래 남편은 잘 먹여야지.)
나는 피식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음식을 한입 베어 문 순간,
머릿속엔 고민이 가득했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Lauren."
(로렌.)
"Yeah?"
(응?)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봤다.
"Even after we get married… I still need a job."
(결혼해도… 난 일자리가 필요해.)
로렌도 포크를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봤다.
"Yeah, I know."
(나도 알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ESTA doesn’t allow employment. If you want to stay long-term, you need to get a green card."…"
(ESTA로는 일할 수가 없어. 장기적으로 있으려면 영주권이 필요하고…)
로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That’s why we have to get married soon. That way, you can apply for a green card."
(그래서 우리가 빨리 결혼해야 해. 그래야 네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잖아.)
시간은 90일 밖에 없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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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알리는 순간
결혼을 결심했다면,
이제 부모님께 알려야 했다.
솔직히,
나는 이 부분이 가장 긴장됐다.
우리는 우선 로렌의 부모님께 먼저 전화했다.
(전화 연결)
"Hi, sweetheart! How’s everything?"
(안녕, 우리딸! 어떻게 지내?)
로렌이 한숨을 한번 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Mom, we have something to tell you."
(엄마, 드릴 말씀이 있어요.)
"Okay… What is it?"
(그래… 뭔데?)
나는 순간 숨을 삼켰다.
로렌이 단호하게 말했다.
"Park and I… we’re getting married."
(박이랑 저… 결혼해요.)
정적.
그리고
"Excuse me?!"
(뭐라고?!?!?)
나는 움찔했다.
로렌의 엄마 목소리가 예상보다 컸다.
"WHEN?! WHERE?! HOW?!"
(언제?! 어디서?! 어떻게?!)
로렌이 민망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Uh… very soon?"
(음… 곧?)
나는 속으로 ‘큰일 났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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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차례였다.
부모님께 전화하는데… 손에 땀이 났다.
(전화연결)
"엄마… 저 결혼합니다."
"뭐라고?!?!?!"
폭풍 같은 반응이 예상됐지만,
직접 들으니 역시 강렬했다.
"지금? 미국에서?"
"로렌이랑 둘이서 잘 얘기한 거지?"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 정말 사랑하고,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면 된 거지."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박.... "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엄마, 아빠 걱정 마세요. 저 진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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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결혼 절차 ? 한국과는 다르다?!
부모님께 알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구청에 신고만 하면 결혼이 성립되지만,
미국은 좀 달랐다.
* 혼인 신고 전에 ‘Marriage License(결혼 허가증)’를 받아야 한다.
* 공식적인 결혼식 혹은 서약(목사 혹은 판사 앞에서)이 있어야 한다.
* 그러면 결혼 증명서가 발급된다.
나는 로렌을 보며 물었다.
"So… what’s next?"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로렌이 눈을 반짝였다.
"Let’s go find a pastor."
(목사님부터 찾아야지.)
나는 피식 웃었다.
"That easy?"
(그렇게 간단해?)
로렌이 윙크했다.
"Yeah. Welcome to America, babe."
(응. 미국에 온 걸 환영해, 자기야.)
그리고 우리는,
그 길로 즉흥적인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