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진짜 부부가 되었고,
부부로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민국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결혼은 했지만, 계속 체류할려면 임시영주권이 필요했다.
임시영주권이 없으면 취업불가,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는 상황)
"내일이 드디어 그날이네."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의 서류들을 다시 한번 훑어봤다.
우리의 지난 7년을 증명해야 하는 날.
로렌도 맞은편에서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
"We've got this. We’ve prepared everything."
(우린 준비 다 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복잡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으로 ESTA로 미국에 왔다.
원칙적으로는 장기 체류나 결혼 목적으로 ESTA를 사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진짜였다.
"We’ll just tell the truth, right?"
(그냥 사실대로 말하자, 맞지?)
로렌은 내 손을 꼭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Of course. Because this is real."
(당연하지. 우린 진짜니까.)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
"Yeah."
(그래.)
우리는 손을 꼭 맞잡았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상상했다.
‘심사관이 만약 우리가 ESTA를 이용해서 불법 체류를 시도했다고 의심하면?
만약 이게 위장 결혼으로 보이면?’
나도 모르게 긴장된 숨을 내쉬었다.
로렌은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Stop overthinking. Just trust us."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를 믿어.)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푸른 눈은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솔직하게 가자.
숨기지 말자.
우린 거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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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 도착 ? 예상보다 험악한 분위기
다음 날 아침, 우리는 USCIS(이민국) 심사 사무실에 도착했다.
"Nervous?"
(긴장돼?)
나는 옆자리의 로렌을 보며 물었다.
그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Not really. But you look like you're about to faint."
(아니? 근데 넌 지금 기절하기 직전 같아.)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커플들이 앉아 있었다.
누가 봐도 "위장결혼" 같은 분위기의 커플도 있었고,
정말 사랑하는 듯한 커플도 있었다.
그리고
"Park and Lauren?"
드디어 우리의 이름이 불렸다.
우리는 심사관의 방으로 들어갔다.
중년의 백인 남성이 서류를 뒤적이며 말했다.
"You’ve been together for seven years. That’s quite some time."
(7년 동안 함께했다고요? 꽤 오래됐군요.)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Yes, we met when I was in the military. She was in the U.S. Army at Camp XXX."
(네, 제가 군복무 중일 때 만났어요. 로렌은 XXX 기지에서 주한미군으로 근무했죠.)
심사관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Interesting. But let’s get to the real question."
(흥미롭군요.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죠.)
그리고 그는 갑자기 우리를 날카롭게 쳐다봤다.
"So, you entered the U.S. on ESTA and got married shortly after. Why didn’t you apply for a fianc? visa (K-1) instead?"
(ESTA로 입국한 뒤 바로 결혼했네요. 애초에 약혼자 비자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