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경주의 한 펜션에서 로렌과 함께 

오붓한(?) 생일밤을 보냈다.

 

 

이건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ㅎㅎㅎ

 

 

 

그 후로 우리는 울산 근교의 다양한 곳을 

운전하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경주포항부산 기장양산밀양 등

 

 

이제는 로렌에게 울산만의 

또 다른 특별한 데이트 장소를 보여줄 차례였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축구장.

울산을 대표하는 스포츠

그리고 울산 사람들의 열정이 담긴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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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들어서며 느낀 미묘한 감정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앞에 도착한 순간

로렌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나는 표를 확인하며 말했다.

 

 

 

"We should hurry. The game’s about to start."

(우리 빨리 들어가자경기 곧 시작하니까.)

 

 

 

하지만 로렌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쳐다봤다.

 

 

"Hey, you okay?"

(괜찮아?)

 

 

로렌은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It’s been a long time since I’ve been in a stadium like this."

(이렇게 큰 축구장에 온 게 정말 오랜만이야.)

 

 

나는 순간 깨달았다.

로렌이 축구선수였다는 걸.

 

 

 

어릴 적국가대표 U-17에 발탁될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고

누구보다도 축구를 사랑했던 그녀.

 

 

하지만 지금은 선수로서가 아닌관객으로서 이곳에 서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Does it… feel weird?"

(뭔가… 이상해?)

 

 

 

로렌은 가만히 경기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A little. It’s nostalgic, but also bittersweet."

(조금그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고나는 슬쩍 손을 내밀었다.

 

 

"Well, let’s make some new memories then. This time, just as fans."

(그럼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자이번엔 그냥 팬으로서.)

 

 

로렌은 내 손을 보고 피식 웃더니내 손을 꼭 잡았다.

 

 

"Sounds like a plan."

(좋은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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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전로렌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I get that people love soccer, but why do Ulsan people go so crazy for Hyundai FC?"

(사람들이 축구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왜 울산 사람들은 울산현대에 이렇게 열광하는 거야?)

 

 

나는 피식 웃었다.

 

 

"Because Hyundai built this city. Literally."

(현대가 이 도시를 만들었으니까말 그대로.)

 

 

로렌이 고개를 갸웃하자나는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Look, Ulsan isn’t just some random city. It’s Hyundai’s city. Hyundai Heavy Industries, Hyundai Motors, Hyundai Mipo Dockyard, Hyundai Rotem, Hyundai Electric… The whole city runs on Hyundai."

(울산은 그냥 평범한 도시가 아니야현대의 도시지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현대미포조선현대중전기현대로템… 도시 자체가 현대로 돌아가.)

 

 

로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That’s… a lot of Hyundai."

(… 진짜 현대가 엄청 많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Most families here have at least one person working for Hyundai. My dad worked there. Supporting Ulsan Hyundai FC? It’s not just about soccer. It’s about supporting your family."

(울산 사람들 중에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현대에 안 다니는 집을 찾기가 더 어려워우리 아빠도 현대 다녔고내 친구 아빠도 현대고울산에서는 가족 중 한 명은 무조건 현대에 다녀그러니까 울산 현대를 응원하는 건 그냥 축구가 아니라가족을 응원하는 거랑 마찬가지야.)

 

 

 

로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So, basically, if you don’t support Hyundai, you’re betraying your family?"

(그럼 현대 응원 안 하면 가족 배신하는 거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ly.“

 

 

경기장에 가까워질수록 경찰 버스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로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Uh… why are there so many police officers?"

(… 경찰이 왜 이렇게 많아?)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This isn't just a game. It's war."

(울산 vs 포항이건 그냥 경기가 아니야전쟁이지.)

 

로렌이 고개를 갸웃했다.

 

 

 

"Because this is like basically Korea vs. Japan."

(이건 사실상 한일전 같은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Think of Real Madrid vs. Barcelona. This rivalry runs deep."

(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처럼 엄청난 라이벌이야.)

 

 

 

나는 한숨을 쉬며 더 설명했다.

 

 

 

"You know how Koreans feel about Japan in soccer, right? Well, for Ulsan fans, Pohang is basically Japan."

(너 한국 사람들이 축구에서 일본 상대하는 거 얼마나 진지한지 알지울산 사람들한테 포항이 딱 그래.)

 

 

 

 

로렌이 피식 웃었다.

"Oh, so it's a grudge match. Got it."

(그러니까 감정 싸움이 걸린 경기구나.)

 


"Exactly. If we don’t win the championship, it’s fine. But we HAVE to beat Pohang."

(그래리그 우승은 못 해도 포항한테는 무조건 이겨야 돼.)

 

 

 

로렌이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What if I support Pohang today?"

(그럼 내가 오늘 포항 응원하면 어쩔 건데?)

 

 

 

나는 곧바로 정색했다.

 

 

 

"Then I’m breaking up with you."

(그럼 난 너랑 헤어질 거야.)

 

 

 

로렌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Damn, that serious?"

(진짜 심각하네?)

 

 

"Yes. That serious.“


 


 


로렌은 내 반응이 너무 재미있는지 낄낄 웃으며 팔짱을 꼈다.

 

 

 

 

울산과 포항은 1시간 거리의 이웃 도시지만축구에서는 완전히 적이었다.

 

경찰 기동대가 대기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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