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런 일로 보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에겐 처제가 1명 있는데 처제가 저저번주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에 방영이 된 사건이라 아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처제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관련자가 죄가 있다면 명확한 처벌을 받게 하고자 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사건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어 이 사건에 공감이 가시고 마음이 움직이신다면 조금의 도움이라도 바라고자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합니다.
<개요>
처제는 30대 중반 이후의 나이에 뒤늦게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여 40살이 되던 해에 지방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교육행정 공무원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주로 하는 업무는 해당 학교의 행정에 관한 업무였을 것입니다. 작은 학교였지만 많은 교육 행정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말에 의하면 작은 학교라고 하더라도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는 큰 학교 못지 않다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해당 학교의 행정실엔 행정실장 1명과 실무자(주무관) 1명이 학교 행정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되는데 큰 학교는 2명보다는 많은 수의 행정 담당자가 배치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1명이 담당하는 업무 자체의 양은 작은 학교라 하더라도 적지 않다는 것이 교육 행정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의견인 거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같은 직렬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만한 내용인데 해당 업무는 익히는데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으며 더군다나 인수인계 없이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공무원의 특성상 인수인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하는데 처제 또한 부임 직후 인수인계 없이 업무를 시작하였고, 3년 전 부임한 해당 학교에서 근무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처제의 인간됨됨이>
제가 처제를 안지 16년의 세월이 지났고 그만큼 처제에 대해 아는 바로는 온화한 성격에 남에게 싫은 소리를 쉽게 못하며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오래된 친구들이 많으며(초중고등학교 동창 모임, 어린시절 고향 동네 친구 모임, 대학교 동창 모임, 대학교 동아리 모임 등등 많은 모임이 아직까지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각 친구들끼리 오랫동안 모임을 가져온 인물입니다. 또한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의 이번 선택이 도저히 이해가 안가고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비단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장례식장에 추모하러 온 많은 지인들이 이건 인정할 수도 없고 자기가 알던 처제는 절대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입니다.
그런 처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팩트를 기반으로 써보겠습니다.
<발단>
앞서 22년 초에 초임으로 부임한 처제는 해당 학교에서 지금까지 근무해오고 있었다고 설명드렸습니다. 부임 후에 힘든 점도 있었겠지만 잘 적응하여 열심히 근무를 하던 과정에서 23년 여름에 부임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행정실장이 오면서 처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제의 유품인 그의 핸드폰에는 지난 1년여간 학교 일에 관련된 통화 녹음 1건 및 음성 녹음 25건 정도가 녹음되어 있었는데 음성 녹음은 근무 시간에 켜놓고 녹음한 건이며, 길게는 2시간이 넘고 1시간이 넘는 파일이 5건이 넘습니다.
대부분의 음성 녹음엔 작년에 부임한 행정실장의 음성이 담겨 있었고 행정실장과의 마찰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미 언론에 드러난 녹취가 있는데 그건 정말 새발의 피입니다. 저는 25개의 모든 녹취록을 다 들어봤고 모든 파일을 직접 속기작업까지 끝마친 상태입니다.
들어보면 가관입니다. 공무원 사회가 이런 사회인가요?
저희 부모님 두분 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셨는데 저희 부모님 두분 다 그런 일을 겪고 행하셨던 분들일까요?
이 나라의 미래를 양성하는 가장 깨끗해야만 하는, 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직원 간에 어떻게 그런 언행을 ‘장기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모든 녹취에서는 처제가 다른 직원들에게 막말하거나 대들거나 화내는 장면은 단 1초도 없습니다.
녹음 파일을 기반으로 파악하기론 오로지 행정실장과의 관계만 문제가 될 뿐, 다른 직원과의 마찰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알던 바르고 침착하며 공손한 처제의 일상이 그대로 녹아있었습니다.
행정실장이 고함을 지르고 악쓰고 몰아세울 때도 듣기만 하던지 낮은 음성으로 예 아니오만 대답하며, 행정실장이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한다던지, 사실이 아닌 것을 기반으로 몰아세울 때도 한마디 말도 못하고 듣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살얼음판 같은 나날이 계속되오고 있었습니다.
<절정>
처제는 올해 12월 31일이 지나고 내년 1월 1일이 되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는 것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12월 초까지 다음 발령지는 정해지지 않았었고, 다른 학교로 발령되는 것이 거의 확정인 상태였습니다.
그렇기에 다음 발령지로 근무지가 이전되기 전에 처제가 맡은 일을 다 끝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녹음내용을 보면 이게 과연 다 끝낼 수 있는 환경인가 싶습니다.
다 끝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도 부족한 판국에 행정실장은 폭언, 고성 등을 통해 처제를 몰아붙이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도 추궁을 하는가 하면(여기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 녹음 대화에서 나중에 행정실장이 처제가 한 것이 맞았다고 인정하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처제의 다음 발령지에 관해서 행정실장이 악평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지금 당장 일을 끝내야 되는 상황이라면 그런 얘기까지 옆에서 계속 얘기하면서 처제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 과연 듣는 사람이라면 이게 정말 정상적인 근무환경인지 무조건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지금 저희 유가족만 아는 어떤 진실이 있는데 이는 언론에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다음 글을 쓰게 되고, 해당 내용을 공개할만한 상황이 되면 추가로 더 공개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12월 초까지 출근하였던 처제는 그 주말에 이사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주말에 이사를 하였습니다.
처제의 많은 지인들에게 이사를 하기로 했다고 사전에 알렸습니다만 해당 날이 가까워지면서 나 혼자 이사할 수 있으니 집으로 초대는 못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언니인 제 와이프에게도 이사 전날쯤에 이사 혼자할 수 있으니 와서 도와줄 필요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처제의 생일이 있는 달인 11월에도 대부분의 친구들과 만남은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1명정도 만났고 나머지는 처제가 피했기에 못 만난 거 같습니다.
그 친한 지인들끼리 나눈 당시 카톡내용을 보면 그렇게 오래 만나온 사이인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진짜 그런 경우는 처제 일평생 처음이었을 정도로 매우 바쁘고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내년부터는 다른 근무지로 출근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으라는 마음으로 다들 그렇게 처제에게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처제는 이미 11월 초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도구를 구매했었습니다. 그래도 그 도구를 사용할 상황은 발생하지 않기를, 스스로 얼마나 바라왔을까요. 도구를 구매하고서도 12월까지 계속 출근을 하며 자신이 맡은 일을 어떻게든 마무리 지으려고 아등바등 일해왔던 처제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처제는 12월 첫 주말에 이사를 하고 그 다음주 월요일 화요일도 연차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연속 5일을 쉰거죠. 몇 달만에 처음있는 장기 휴일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계속해서 행정실장은 전화를 해왔습니다. 문자에는 업무내용을 묻는 문자가 와있고 처제는 답을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 첫 자가 집을 마련한 처제는 수요일에 이사한지 며칠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목요일 아침에 처제가 출근을 하지 않자 학교에서는 처제에게 연락을 해보고 즉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여기서도 의문점이 있는데 보통 출근을 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부모님이나 집에 전화를 하는 것이 순서인데 경찰에 연락을 했다는 거 자체가 학교에서는 이미 처제의 정신상태를 다 알고 있었다고밖에 생각이 안듭니다.
유서에는 자신에 대한 수사 또는 조사를 거부하며 자의에 의해 생을 마감한다며, 죽음을 결심한 이유는 정상적으로 일을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너무 많은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는게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면서도 그 누구도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그렇게 힘들게 한 사람에 대해 평가하지도 않고 제가 알던 그 착한 처제의 그 모습대로 홀로 떠나갔습니다.
아직 할 말이 많습니다만 법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이 정도 선에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억울한 처제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서 진실이 밝혀지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y1GdADvRY0&rco=1
사건반장에 방영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