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실, 위기의 순간
나는 심사관의 마지막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
"If it is determined that you entered the U.S. on ESTA with the intent to get married, your ESTA status will be revoked, and instead of undergoing this interview, you would be placed in removal proceedings."
(만약 박 씨가 결혼을 목적으로 ESTA로 입국한 것이 사실이라면, ESTA 자격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심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추방 절차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추방?
이 자리에서 바로?
나는 입을 열려 했지만, 목이 막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때 !!
로렌이 침착하게 나섰다.
"With all due respect, Officer, that’s not what happened."
(심사관님, 존중을 담아 말씀드리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심사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로렌을 바라봤다.
"Oh? Then enlighten me."
(그래요? 그럼 설명해보세요.)
로렌은 단호하게 말했다.
"Park didn’t come here with the plan to get married. He came because we were on the verge of breaking up. We weren’t even sure if we’d make it. That’s the truth."
(박이 미국에 온 이유는 처음부터 결혼이 아니라, 우리가 헤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그때 결혼할지도 확신이 없었어요. 이게 사실입니다.)
심사관의 시선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That’s a convenient explanation."
(그거 참 편리한 설명이네요.)
그러나 로렌은 흔들리지 않았다.
"It’s the truth. If Park had planned for marriage from the start, he would have applied for a fiance visa. But he didn’t. He didn’t even know if I still wanted to be with him."
(그게 사실이에요. 만약 박이 처음부터 결혼을 계획했다면, 약혼자 비자를 신청했겠죠.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어요. 심지어 제가 여전히 그를 원하고 있는지도 확신이 없었어요.)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말은 100% 사실이었다.
나는 로렌을 붙잡기 위해 미국에 왔다.
결혼을 염두했던 건 맞지만,
미국에 온 후에야 확신한 것이었다.
나는 심사관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Sir, I was lost. I had quit my job, left my home country, and came here because I couldn’t bear the thought of losing her. But I didn’t know if marriage was even possible."
(심사관님, 저는 모든 걸 내려놓고 왔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제 조국을 떠나서, 그녀를 잃는 게 두려워 여기 온 겁니다. 하지만 결혼이 가능할지조차 몰랐어요.)
"We only made that decision after I got here. We decided together, because we love each other, not because of immigration status."
(우리는 제가 미국에 온 후에야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그것도 함께 내린 결정이었어요. 사랑 때문이지, 이민 신분 때문이 아닙니다.)
심사관은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So you’re saying this marriage wasn’t premeditated? That it wasn’t planned before he arrived?"
(그럼, 이 결혼이 사전에 계획된 게 아니라는 말인가요? 박 씨가 미국에 오기 전에 계획했던 게 아니라?)
로렌이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Absolutely not."
(절대 아니에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No, sir. It wasn’t."
(아닙니다, 심사관님.)
심사관은 서류를 훑어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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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Honesty is crucial in this process. If I find any deception, this case will be reuated, and you will face legal consequences."
(이 과정에서 정직함은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어떤 거짓이라도 발견된다면, 이 케이스는 다시 검토될 것이고,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요.)
(*미국 문화에서 'Honesty'(정직함)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로렌은 자신 있게 말했다.
"We understand that. And that’s why we are being completely honest with you."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있는 거예요.)
심사관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말했다.
"Your military history is verifiable. Park, your records as a KATUSA show that you served alongside U.S. soldiers. That carries weight."
(박 씨, 당신의 카투사 복무 기록은 검증 가능하군요. 미군과 함께 복무했다는 점이 신뢰도를 높입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And Lauren, you work for a federal agency, correct?"
(그리고 로렌 씨는 현재 연방기관에서 근무 중이죠?)
로렌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Yes, sir."
(네, 맞습니다.)
심사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That also strengthens your case. It shows that you are a stable, law-abiding citizen."
(그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당신이 안정적이고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라는 점을 증명해줍니다.)
나는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의 정직함,
그리고 그동안의 기록들이
이 심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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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관은 서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
"This is a complicated case. Technically, entering the U.S. on ESTA with marriage in mind is not allowed."
(이건 복잡한 케이스군요. 원칙적으로 ESTA로 입국해 결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나는 숨을 삼켰다.
이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심사관이 다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However, given the evidence provided, your long-term relationship, and your service history, I see no reason to suspect fraud."
(하지만 제출된 증거들, 오랜 연애 기록, 그리고 박 씨의 군 복무 이력 등을 고려했을 때, 저는 이 결혼이 위장결혼이라고 의심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내 심장이 요동쳤다.
그의 말은 계속됐다.
"I’m approving your application for a conditional green card. Congratulations."
(임시 영주권을 승인하겠습니다. 축하합니다.)
그 순간, 로렌은 내 손을 더 꽉 쥐었다.
나는 순간 모든 긴장이 풀리며 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해냈다.
심사관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But remember, this is conditional. You will need to apply to remove the conditions in two years. If there are any discrepancies, this case will be reopened."
(하지만 이건 조건부입니다. 2년 후 조건 해제를 신청해야 하며, 만약 어떤 불일치가 발생하면 이 케이스는 다시 검토될 것입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We understand. And we’ll be ready."
(이해합니다. 그리고 준비하겠습니다.)
심사관이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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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실을 나서며
우리는 USCIS 사무실을 나서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로렌이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Holy shit… We did it."
(세상에… 우리 해냈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Yeah, we really did."
(그래, 정말 해냈어.)
그녀는 내 품에 안기며 속삭였다.
"Welcome home, Park."
(집에 온 걸 환영해, 박.)
나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대답했다.
"I’m home."
(그래, 나 집에 왔어.)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함께할 미래를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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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영주권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나는 아직 미국에서의 직업이 없다.
비자가 있어도 일자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So… what’s next?"
(그래서… 이제 뭐 하지?)
나는 로렌을 바라봤다.
그녀는 내 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Time to find you a job."
(이제 네 직업을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