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배 형님 아우님들

 


항상 눈팅만 하다가 제 자신도 채찍질 할겸 글 한번 싸질러 보려고 합니다.


소개드릴 차는 보배매물에도 한때 올라왔었던 1962년식 영국 똥차입니다.


매물을 올렸을때 정말 좋지 않은 일을 겪고 많이 힘들어하다가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이 녀석은 제가 끝까지 안고 가야할 것 같아서 판매보류 했었습니다. 

 

바로 와서 당장 업어가신다는 분도 계셨었는데 정말 연락주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자 그럼 스토리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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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사업실패로 인해 현실도피성으로 호주 워홀 막차를 탔었습니다.

 

평소 레트로카에 관심이 많았지만, 무턱대고 온 워홀에서 오래된 클래식카가 가져가고 싶더라구요.

 

당시 친한 동생이랑 각각 한대씩 가지고 왔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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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는 이 없이 아무것도 모른채 준비를 하다보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차를 핸들링 하는 업체도 찾기 힘들었거니와

 

무엇보다 인터넷 속에 알려진 정보들이 잘못된게 대다수라는걸

 

번호판을 받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많은분들의 도움으로 번호판을 교부받고 차를 들고 

 

시내로 들어오는데 엔진이 오버히트 해버렸죠.

 

이때는 정비 지옥이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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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봄에 본넷에서 퍽! 소리가 나면서 엔진이 멈췄습니다.

 

당시 금연 1년차였는데, 상황이 너무 힘들고 당황스러워서 이 날 다시 흡연을 시작했네요.

 

이때 큰 실수를 한게 엔진 리빌드를 하는김에 차를 전체 리스토어 하자고 결심한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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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소를 수소문해서 입고시키고 엔진을 분해했더니 크랭크샤프트가 반쪽이 나있었습니다.

 

원인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트윈캬브의 싱크로가 원인인지, 밸브 조정이 안되서 점화 타이밍이 어긋난건지

 

저 단단한 주철이 종이짝 마냥 찢어진게 지금도 미스테리네요.

 

크랭크샤프트는 전세계 영국차 관련 업체 및 자동차 클럽에 메일을 돌려 3개월만에 겨우 구했습니다.

 

미국에서 AUSTIN 클래식카 오너가 친절히 도와주더라구요. 역시 천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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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을 리빌드 하는동안 친구들과 셀프로 차 분해를 했습니다. 쌩여름에 더위먹어서 헤롱거리던게

 

당시엔 어찌나 즐거웠는지.. 저때는 무슨 객기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징글징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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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분해하고 엔진룸을 먼저 도색 한 뒤 리빌드 된 엔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시동이 안걸리네요. 업체 사장님이 말하길 견인차가 캬브레터가 달린채로 차를 가져왔다고 했는데

 

캬브레터에서는 기름이 줄줄 세고 일부부품이 파손되어 캬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엔진도 시동이 유지가 안되는 현상이 있었죠.

 

이후 9개간 차도가 없자 사장님이 다른업체를 소개시켜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사장님께 민폐였네요. 결국 다른 정비소에서 세팅을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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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세팅이 끝난 뒤 바디 도색도 했는데,

 

업체에서 꼼꼼하게 해주지 않으려고 해서 제가 직접 손이 안닿는곳을 긁어내고 방청작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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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이 완료되고 저는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가는곳마다 사장님들이 한마디씩 하십니다.

 

도색 어디서 했냐고? 얼마주고 했냐고? 지불한 금액에 놀라고 퀄리티에 다들 혀를 차십니다. 

 

정말 대충 칠했다고 하네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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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도색한 당일 캬브레터 세팅을 위해 정비소로 차를 견인 했는데

 

견인도중 급격한 커브를 틀다 차가 떨어졌습니다.

 

당시 너무 화가나서 사진을 찍을 기분도 안나서 남은 기록은 없지만

 

앞범퍼 철판이 찢어지고 좌측 휀다가 구겨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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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판금으로 수리하려고 했는데 곡률이 심한곳이라 똑같이 맞출 수 없다 하여

 

영국에서 범퍼와 휀더를 주문하고 여차저차 4개월이 지나 정상출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멘탈은 이때부터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죠

 

다른업체에서 도색처리를 하였는데 기존 컬러와 새롭게 칠한 컬러가 색깔이 안맞는거에요

 

재도색 2번 시도 후 색 맞추기가 힘들어지자, 이전에 올도색 했던 업체에서 오더받았던 페인트집을 찾아내서

 

똑같은 색상으로 조색을 부탁드렸더니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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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출고받고 1주일 정도 지난 후 사고가 났습니다.

 

택시가 제 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급격하게 손님을 태우려고 꺾었다가 제차를 그대로 박았죠

 

새로 구매한 휀더가 찌그러졌습니다. 도색한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새 휀더가요.

 

저는 블랙박스가 없어서 경찰 대동하에 경찰서에서 택시기사 블랙박스를 까고

 

경찰이 택시기사의 과실이 높다며 가해자로 지정해줬습니다.

 

저는 그간 이 차를 복원하면서 너무 사람들에게 속고 사기당하고 배신당해

 

너무 지친 나머지 원만하게 합의를 하려고 했는데

 

보험접수과정에서 제가 가해자로 등록되어 있더라구요.

 

저는 가던길 가다가 택시가 급격하게 꺾어서 박은건데

 

택시공제조합은 사람들이 기피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여차저차 인맥의 도움으로 그냥 제가 좀 손해보는 쪽으로 원만하게 보험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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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제 이 차가 꼴도보기 싫어서 친한 동생에게 수리가 완료 되면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때는 이미 사람에게도 차에게도 지칠대로 지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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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차는 이렇게 복원이 거의 완료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2017년 부산에 큰 태풍이 오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제가 거주하는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이 침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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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위치한 곳은 크게 물이 고이지 않아 괜찮은 상태였지만 1,2층 더 아래로 내려갔으면 끔찍했을겁니다.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샜는데 다행이 시트쪽으로는 떨어지지 않았고 본닛과 휀더쪽으로 많이 떨어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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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자동차는 석회수를 뒤집어쓰게 되었고 보상받을 길도 없었습니다.

 

비가 잠잠해질때를 기다려 비를 맞으며 본가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죠.

 

참 불행중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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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갠 뒤 차를 말리고 며칠 뒤 운행을 하던도중 엔진이 힘이 없고 푸닥거리다 차가 멈춥니다.

 

차가 너무 낮다보니 물이 고인 주차장에서 벗어나면서 물이 배선쪽을 건드려 쇼트가 났나봅니다.

 

당시에 타는냄새가 나서 의심하긴 했는데, 결국 이런사단이 났고

 

원인은 제네레이터에서 전기를 배터리로 공급이 안되더라구요.

 

처음에는 배선쪽 문제인지 모르고 배터리만 3번갈아보고 제네레이터 포함 전기계통 부품을 모조리 싹 교환했지만

 

고쳐지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정비실수로 새로 구입한 제네레이터까지 불타버렸죠.

 

그 이후로 너무 정신적인 데미지가 큰 나머지 차량 풀 배선을 구입하고 그대로 4년째 방치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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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가죽트림을 다 뜯어놓고, 차에 기스내고 유리차엥 오줌싸고

 

불과 몇년전만 해도 새차처럼 번쩍였던 차가 폐차직전 차량처럼 컨디션이 떨어졌습니다.

 

요즘엔 어릴때처럼 열정도 없고 시간도 없고 체력도 안되서 차를 복원할 엄두도 안나다가

 

얼마전 차를 더 개판친 고양이들을 보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재복원을 하려고 하네요.

 

형님 아우님들 부디 더이상 사기꾼은 안만나게 기도해주세요!

 

 

 

 보배는 모 사건때문에 영상 올리는게 많이 조심스럽지만 

 

다시 복원해보자 하는 의미로 으쌰으쌰 시네마틱 한번 찍어봤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 차를 보면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했던 사람이 배신을 한것과

 

차 때문에 마음고생한 기억때문에 만족은 커녕 지금도 씁쓸함이 많네요.

 

이제는 훨훨 털고 희노애락이 많았던 차에게 다시 새 생명을 불어넣고자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