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무선전력전송연구단장 조동호 교수를 만나다

 

 지난 15일 세계경제포럼이 미래 10대 기술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한국이 제안한 전기차 무선충전기술이 포함됐다. 전선을 이용한 충전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전선 없이 전기를 충전하는 방식이 산업의 미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무선충전 방식은 현재도 스마트폰 등에 일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자파와 충전 효율 등의 문제로 어디까지나 전력소모가 적은 제품에 한정됐을 뿐 자동차와 같이 무거운 이동수단의 충전은 현실적인 구현이 쉽지 않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전기차 무선충전 방식(OLEV, On-Line Electric Vehicle)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세상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 배경이다.
 
 27일 본지는 OLEV 프로젝트를 이끈 카이스트 조동호 교수를 만났다. 현재 카이스트 무선전력전송연구단장을 맡아 OLEV 상용화에 적극 나서는 그에게 OLEV가 바꿀 미래 전기차 시장 전망을 요청했다. 

 

 조동호 교수는 만나자마자 "OLEV는 또 하나의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꺼냈다.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이 없어지면 다양한 장소에서 제약 없이 충전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조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OLEV 충전 효율과 안전성이 그만큼 입증됐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OLEV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도로에 전력선을 매설하고, 자동차가 그 위를 지날 때 무선으로 자기장을 이용해 급속 충전하는 방법이다. 조 교수는 "2009년에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이 제안했고, 이후 기술적인 구현 방법은 찾아냈지만 전자파에 대한 안전성과 충전 효율 입증 문제로 상용화가 오래 걸렸다"며 "최근 전자파 안전 기준을 통과했고, 충전 효율은 최대 85%까지 끌어 올려 경제성 문제도 해결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동호 교수팀이 해결에 노력을 기울였던 부분은 손실 없는 전력의 전송이다. 전기를 무선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저항을 줄이는 게 핵심이었다는 것. 이에 따라 전력 공급에 활용되는 주파수를 높여 전류의 흐름을 세게 만드는 일에 주력했다. 물살이 빠를수록 저항이 줄어드는 원리를 이용한 셈이다. 그 결과 기존 전기차 전력 소모량과 비교할 때 최대 9배까지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OLEV를 활용하면 버스의 경우 연간 3,000만원 가량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조동호 교수는 "시험 결과 1kW의 전력으로 약 1㎞를 주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00kW를 충전해 사용하면 버스 연료비가 하루 몇 천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굳이 완충을 할 필요도 없다며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는 필요한 만큼의 전력만 충전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기차 무용론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전기차가 늘어나면 전력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추가 전기 생산에 화석연료를 태울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친환경이 아니라는 입장에 대해 "전력 생산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국가의 발전 방식에 따라 친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OLEV는 기존 전력이 전송될 때 사라지는 손실을 줄이는 개념"이라며 "현재도 사라지고 있는 전기를 활용하는 만큼 추가적인 전력 생산은 없어도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기술 구현이 이뤄지면서 OLEV는 최근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기업과 일부 지자체 참여가 뒤따르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식품회사로 알려진 동원그룹은 OLEV가 미래 전략 사업으로 적절하다고 판단, 이미 '동원 OLEV'를 설립했고, 경북 구미시는 오는 7월부터 신설되는 버스 노선에 OLEV를 투입키로 했다. 대우버스가 OLEV 버스를 제작, 공급하면 동원이 OLEV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치단체가 운행을 하는 협업 체제다. 

 

 시스템 구축은 비교적 단순하다. 조동호 교수는 "기본적으로 자동차에서 동력이 많이 필요한 구간은 가속과 언덕을 오를 때"라며 "해당 구간에 전력선을 매설하고, 차가 정차할 수밖에 없는 종점과 기점, 그리고 환승주차장에 매설하면 운행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환승주차장의 경우 20-30초만 정차해도 필요 전력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충전 때는 전력과 자동차의 간격이 좁아질수록 많은 전기가 빠르게 충전되는데, 무선충전은 정차돼 있을 때 무선충전기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만큼 얼마든지 전력 전송량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선 없는 충전 방식이 소개되면서 OLEV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높다. 조 교수는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대중교통 체제 구축을 위해 관심을 보여 왔다"며 "OLEV는 기본적으로 버스와 같이 고정된 노선을 운행하는 대중교통에 적합한데, 미국은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아 OLEV의 최대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동일한 방식이 철도에서도 이미 연구되는 중이고, 일반 가전제품에도 확대시킬 수 있어 미래 산업혁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확신을 나타냈다.
 
 한편, OLEV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리튬폴리머 소재가 사용된다. 조동호 교수는 "배터리는 국내 제품이 품질 면에서 매우 뛰어나다"며 "충전이 수시로 이뤄지는 만큼 용량이 크지 않아도 운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 첨단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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