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40분 근무를 마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으로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창사 45년만에 처음 주간 2교대 근무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현대자동차가 4일부터 46년 만에 근무형태를 바꾼다.

 

 현재의 주·야간 2교대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변경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사인 기아자동차도 같은 시점 주간 2교대를 도입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년 동안 주간 2교대 도입을 위해 협상을 벌여오다가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최종 합의점을 찾았다.

 

 노사는 주·야간 2교대에서 밤샘근무를 없애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주간 2교대 도입을 추진했다.

 

 아직 남은 과제가 있지만 완성차 업계의 큰 형님격인 현대차가 동종업계 처음으로 주간 2교대를 도입함으로써 업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등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주간 2교대제로는 어떻게 근무하나

 

 현대차 창사 후 주·야간 2교대 근무제도가 처음으로 주간 2교대로 변경된다.

 

 주간 2교대는 1조와 2조로 나눠 일하는 방식이다. 1조는 오전 6시 50분 출근하고 오후 3시 30분 퇴근한다. 2조는 1조 퇴근시간인 오후 3시 30분 나와서 다음날 오전 1시 30분 귀가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3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1, 2조가 각각 8시간과 9시간을 일하는 것이다.

 

 종전 주·야간 2교대 방식은 주간조가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7시 퇴근하고,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일하고 다음날 오전 6시 근무를 마친다.

 

 주·야간 2교대는 각각 10시간씩 일하는 방식이다. 회사 경영사정이 좋을 때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8시간 정시 근무를 한 뒤 2시간의 잔업을 더 했다.

 

 현대차는 주간 2교대 본격 도입에 앞서 이미 올해 1월 7일부터 18일까지 울산공장을 포함해 전 공장에서 2주일 동안 주간 2교대를 시범운영했다.

 

 당시에는 1조가 오전 7시 출근했지만 본격 시행 시점에는 10분 앞당겨 오전 6시 50분에 출근한다.

 

 또 시범운영 기간에는 시간만 바꿨지만 4일부터는 주·야간 2교대 때와 똑같이 생산량까지 맞춰야 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이전 시간당 생산대수인 402UPH(Unit Per Hour)를 432UPH로 높였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종전 생산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7시부터 근로자들이 근무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완전한 주간 2교대 도입을 위해 3천억원을 투입해 생산설비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 10년간 끌어온 주간 2교대 노사협상

 

 주간 2교대라는 말은 2004년부터 나왔다.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이 제도의 필요성에 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외국 완성차 기업의 경우 제각각 근무형태가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국내 자동차 업계처럼 주·야간 2교대, 즉 밤샘근무를 하는 야간근무가 없다.

 

 노조는 주·야간 근무로 밤을 지새우며 일하는 방식 때문에 근로자의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에 근무형태의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후 노조는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 노사협상 때마다 주간 2교대 시행을 촉구했다.

 

 2008년 강성 성향의 노조 집행부인 윤해모 노조위원장 시절 노사는 주간 2교대 시행에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8시간+9시간 근무형태로 논의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 내 반발 역시 적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와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견제하는 노동세력인 일부 현장노동조직은 '3무' 원칙을 요구하며 딴죽을 걸었다.

 

 


첫 근무시간이 오전 8시에서 오전 7시로 앞당겨지자 오전 6시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 정문으로 근로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주간 2교대를 도입하더라도 임금 삭감 없이, 노동강도 강화 없이, 고용 불안 없이 시행해야 한다는 게 3무 원칙이다. 주간 2교대를 둘러싼 미묘한 입장차 때문에 노노,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 합리 노선의 이경훈 노조위원장 시절 노사는 주간 2교대 논의를 더욱 구체화했다. 이어 지난해 문용문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2013년 도입시기를 못박는 최종합의안을 도출했다.

 

 

◇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는

 

 4일부터 시작하는 주간 2교대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현안이 주말 특별근무 방식이다.

 

 주·야간 2교대 당시 시행한 주말 특근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특근이 있는 날이면 오후 5시 출근, 다음날 오전 8시 퇴근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지난달 주간 2교대 시범실시 때만 해도 기존의 이 같은 방식을 요구했다.

 

 평일 주간 2교대를 46년 만에 바꾸면서도 주말 특근만큼은 다시 밤샘근무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는 주간 2교대 도입취지와 다르다"며 수용 거부의사를 밝혔다.

 

 결국 추가 협의 끝에 노조가 평일 주간 2교대 방식처럼 토요일 하루 1조와 2조가 각각 8시간+9시간 특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3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근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 특근 시 휴일, 야간, 심야수당까지 받은 종전과 비교해 새로운 특근방식은 임금보존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이유로 막판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주말 특근 협의 중단을 선언했지만 아무튼 타결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주간 2교대 본격도입으로 노동강도가 강화한 만큼 일부 생산현장에서는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 집행부 의지와 상관없이 사업부별 노조가 인력충원 없는 주간 2교대에 반발해 제도 정착까지는 가시밭길이 전망된다.

 

 초반에 노출된 출·퇴근 차량이나 주차장 문제는 그나마 통근버스 확대와 주차장 추가조성 등으로 해결책을 찾아냈다.

 

 현대차 노조는 3일 "제도 보완과 완성에 더욱 매진해 조합원의 건강, 삶, 고용안정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며 "주간 2교대의 안정 정착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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