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주인이 포드에서 중국 지리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볼보의 브랜드 가치는 한없이 떨어졌다. S60과 S80의 신형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링으로 "볼보는 아직 살아있다"를 외쳤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은 볼보에 대해 "한물 간 차"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볼보는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시간을 가졌다. 볼보 포 라이프(Volvo For Life)라는 간결하면서 의미가 명확한 슬로건도 미래를 위해 버렸다. 그리고 '사람 중심의 디자인(Designed Around You)'라는 새로운 슬로건과 함께 V40을 내놨다.

 

 회사 역량을 집약한 제품인 만큼 V40에는 각종 첨단 장비가 즐비하다. 우선 세계 최초로 적용된 보행자 에어백이 눈에 들어온다. 안전을 최우선하는 볼보가 운전자나 탑승자 뿐 아닌 사고 피해자에 대해서도 100%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BLIS과 시티세이프티는 한층 강화됐다. 볼보의 새로운 미래 V40을 제주에서 시승했다.

 


 

 볼보 디자인의 변화는 S60부터 감지할 수 있었다. 그동안 볼보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단단하고 다부진 디자인을 탈피하기 시작한 것. 특히 직선 위주의 단조로운 디자인은 곡선을 이용하면서 다채로워 졌다. 그리고 마침내 V40에 이르러 완성도 높은 디자인 감성을 이뤄냈다.

 


 

 컨셉트카가 디자인 수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양산차로 만들어진 것 같은 V40의 디자인은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앞으로 볼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시승 참가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라고 할 수 있는 북유럽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데 디자인적 가치도 상당히 높다.

 


 

 물이 흐르듯 유연하게 디자인된 측면 라인은 V40만의 개성을 연출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또한 최신 디자인 경향인 '역동'을 담아내기 위해 전면부는 낮고 강렬하게 만들어졌다. 사실 최근에는 디자인 묘수로 얼마나 크게 보이는가를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운사이징 흐름으로 차체가 점점 작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자는 조금 더 커 보이는 디자인을 원하는 것. 따라서 V40도 해치백이지만 당당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럿 보인다.

 


 실내는 볼보답다. 겨울철 빙판길 운전과 잦은 야생 동물 출현으로 전방 주시가 필수적인 스웨덴의 도로 여건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간결한 센터페시어 버튼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V40은 곳곳에 포인트를 줘 단조로움을 상쇄했다. 특히 파노라믹 선루프로 개방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이 선루프는 열리지 않는다. 푸조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와 기능적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신경을 쓴 부분은 액티브 TFT 크리스털 디스플레이다. 운전자의 편의나 운전 모드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변경할 수 있고, 각각 표시 정보도 달라진다. 시인성 역시 훌륭하다. 시트나 스티어링 휠에 사용된 가죽 소재의 질감도 매우 편안하고 부드럽다. 착좌감 역시 몸을 안락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V40에는 직렬 5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T5와 직렬 5기통 2.0ℓ 디젤 터보 D4가 설정됐다. 이미 다른 차종을 통해 소개돼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들이다. 변속기는 기어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시승차는 이 두 가지 엔진 모두 준비돼, 로테이션 방식으로 시승할 수 있었다.

 


 

 우선 T5의 경우 최고 213마력, 최대 30.6㎏・m의 힘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솔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넉넉한 출력이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의 가속에서도 차를 앞으로 확실하게 밀어 나갔다.

 


  
 저회전 구간에서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는 설계된 터보의 역할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순발력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엔진 소리가 낮게 울리지는 않지만 가볍지도 귀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특유의 엔진 소리를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소음(Noise)보다는 소리(Sound)에 가까운 감성이다.

 


 

 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해도 힘이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초반엔 날카롭고 후반엔 여유롭다는 표현이 알맞다. 하체는 단단한 편이다. 세단인 S60과 동일한 수준의 세팅이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해치백 특유의 성능을 살린 점은 달리는 맛이 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스티어링 조작은 정확하고 민천하다. 스티어링 칼럼 스티프니스를 적용해 조향의 정밀성과 응답성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오늘날 곡선 주로에서의 접지력 향상은 안전과 달리는 재미를 위해 제조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볼보 역시 다양한 장치로 운전자의 운전 재미를 돕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컨트롤이다. 고속 주행 시 차의 뒤꽁무니가 흔들리거나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스티어링 조작과 관련해 차가 미끄러진다고 차가 판단하면 출력을 떨어뜨리거나 각 바퀴에 제동을 걸어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코너 트랙션 컨트롤이라고 불리는 토크 벡터링 기술도 마찬가지다. 전륜구동 차의 특성상 코너에서 발생하는 언더스티어를 의도적으로 줄여주는 기능이다. 좌우 바퀴에 각기 다른 토크를 배분, 안전한 코너링을 돕는다. 덕분에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가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며, 좌우 흔들림이나 쏠림 현상도 현저히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비슷한 기능은 요즘 모든 차에 공통적으로 많이 적용된다. 개인의 운전실력 차이가 첨단 장치로 좁혀지는 셈이다.
 

 

 D4는 1,750rpm부터 40.8㎏・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이런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한 출발 가속이 일품이다. 최대 177마력으로 동급의 경쟁 차종보다 뛰어난 운동 성능을 갖췄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토크에 밀려 휠 스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힘이 좋다는 이야기다. 다만 가솔린 엔진에 비해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디젤 엔진의 정숙성은 많은 발전을 이뤄낸 것도 사실이다.
 
 중고속에서도 차에 속도를 붙이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날렵하게 도로를 지치고 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곡선에서도 앞서 설명한 각종 기능에 의해 날다람쥐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신형 BLIS 시스템이나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액티브 하이 빔 등은 사용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최상위 트림인 D4 프리미엄에만 장착됐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D4 기본형이었다. 보행자 에어백 역시 프리미엄 차급만 적용돼 있다. 가장 낮은 트림인 T5 스탠더드에는 내비게이션이 채용돼 있지 않다.
 
 볼보가 가장 주력을 삼고 있는 제품은 디젤인 D4로 수입차 해치백 시장이 디젤 위주로 편제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물론 경쟁은 치열한 편이다. 대중 브랜드로서는 폭스바겐의 골프가 7세대 출시를 앞두고 있고, 푸조나 포드의 도전도 거세다.
 
 프리미엄 시장도 만만치 않기는 매한가지다. BMW가 1시리즈 해치백으로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고, 장르가 겹치진 않지만 3시리즈 투어링도 경쟁 차종으로 상대해야 한다. 벤츠 역시 A클래스의 국내 판매를 점치고 있다.
 
 분명 볼보 V40은 이런 경쟁 차종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은 상품성과 성능을 갖췄다. 이미 갖고 있는 무기가 훌륭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어떻게 판매하느냐다. 회사의 마케팅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다. 가격은 T5 스탠더드 3,690만원, T5 4,190만원, D4 3,980만원, D4 프리미엄 4,590만원이다.

 

 


시승/ 제주=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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