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확장법 232조, 미국서 생산 증대 요구

 -빅3 손해 별로 없어, 한국 및 일본 타격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국 내에서 생산된 완성차는 모두 1,217만대다. 이 가운데 266만대를 해외로 수출했으니 '미국 생산, 미국 판매'는 951만대인 셈이다. 하지만 같은 해 미국 내에서 신차 등록은 1,786만대가 이뤄졌다. 해외에서 완성차로 수입돼 미국에 등록된 자동차만 835만대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800만대가 넘는 수입차는 어디서 가장 많이 들어왔을까? 캐나다가 200만대로 가장 많고, 일본이 171만대로 그 뒤를 잇는다. 137만대의 멕시코와 100만대 수준의 한국도 미국에 많이 수출한 국가에 포함된다. 이밖에 독일 56만대, 영국 19만대, 이탈리아 13만대에 이르고, 프랑스와 스웨덴 등 나머지 여러 국가에서 완성차가 미국으로 들어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800만대다. 이 물량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25%의 완성차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무역확장법 232조다.


 그런데 국내에선 미국이 무역확장법 카드를 꺼내면 미국 빅3도 위협인 만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먼저 미국 내 생산을 기준할 때 가장 많은 완성차를 만드는 곳은 빅3다. 2016년 기준 GM이 240만대, 포드는 244만대, FCA는 150만대를 생산했다. 이어 135만대를 생산한 토요타를 비롯해 129만대의 혼다 등 일본 기업이 미국에서 399만대를 생산했으며, 현대기아차가 75만대, BMW 40만대, 다임러(벤츠 포함) 38만대 등 한국과 독일을 포함해 중소 제조사들이 183만대를 생산했다. 생산 규모만 보면 빅3가 635만대를 만들 때 일본, 한국, 독일 기업들이 미국에서 581만대를 생산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단과 SUV 등으로 구분되는 완성차의 종류다. 빅3의 경우 승용차는 134만대, SUV와 픽업 등은 501만대를 생산한 반면 일본기업은 189만대의 승용차와 209만대의 SUV를 생산해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승용 45만대와 SUV 29만대를 달성했고, BMW와 다임러(벤츠) 등은 거의 모두가 SUV를 생산했다. 미국 내수가 최근 SUV는 성장하되 세단은 내리막임을 고려할 때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들면 성장하는 SUV의 미국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어차피 감소세인 승용은 별로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무역확장법 232조가 겨냥하는 분야는 SUV다. 게다가 지난 3월, 한미 자동차 FTA 재협정 때 한국은 미국의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요구를 수용했다. 미국은 픽업이 주력이니 시장을 지키고 싶었고, 픽업을 수출하지 않는 한국으로선 철강 양해를 얻는 대신 픽업을 양보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실행하면 한국은 SUV 생산을 미국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 어차피 세단은 미국에서 생산해봐야 인기가 점점 줄고 있어서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지 못한 세단은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하지만 이미 세계 시장은 포화에 도달하는 중이다. 남은 미개척 거대 시장으로 아프리카가 꼽히지만 개발 속도를 고려할 때 늘어나는 글로벌 완성차 생산을 뒷받침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은 게 문제다. 


 이와 달리 미국은 어차피 빅3의 주요 생산 차종이 SUV와 픽업에 집중돼 있어 232조가 시행되면 오히려 수입 세단 경쟁차를 견제할 수 있어 이익이다. 또한 완성차를 많이 수입하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예외 국가로 인정하면 그만이다. 다시 말해 지난번 철강과 마찬가지로 이번 232조 또한 타깃은 일본과 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동차 부문에서 수출 장벽 위기만 벌써 두 번째다. 첫 번째는 픽업트럭 관세 연장으로 막아냈지만 이번 232조를 막을 카드는 사실상 거의 없다. 미국이 밀어붙이면 한국이 선택할 카드는 두 가지 뿐이다. 미국으로 일부 SUV 생산을 넘기는 것과 국내 생산 비용을 줄여 수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둘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도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생산을 늘리면 한국의 일자리가 줄고, 국내 비용을 줄이는 것은 인건비 감축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으로 어려운 과제를 한국에 던졌다. 북미 회담 취소 통보처럼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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