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아차, 스팅어 GT


 이런 국산차가 있었을까. 주차를 하고 나서도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기아자동차 스팅어를 보고 드는 생각이다. 기아에 이런 차를 원한 적도 없고, 기대한 적도 없어서 더 눈길을 끈다.

국내 제조사가 만드는 차에 ‘드림카’ 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은, 2019년형 스팅어의 최상위 라인업 ‘GT'를 시승했다.

 

 

■ 호 불호 있겠지만..전례 없던 디자인

 

 도입부부터 잔뜩 끼얹어진 미사여구에 다소 역겹다 생각하신다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다. 댓글에 욕이 이어질지언정, 스팅어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니까.

 


 기아차 디자인의 상징적인 포인트, 호랑이 코 그릴을 빼고 본다면, 이 차가 기아에서 만든 차라는 걸 알아챌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엠블럼 마저도 기아가 아니다.

 

 ‘GT' 콘셉트의 양산형인 스팅어는 콘셉트가에서 가져온 외형 그대로를 담아낸 모습이다. 유럽에서 GT 콘셉트가 최초로 선보여졌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기자는 ’이런 디자인을 했구나‘ 라는 정도의 생각 밖에 들진 않았다. 즐겨 읽던 잡지의 한 페이지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차가 양산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그때서야 가슴이 뛰었고, 기아에서 이런 차를 만들 것이란 소식은, 제법 큰 충격을 안겼다.

 

 그 시절의 소년이 예비군 5년차에 접어든 지금. ‘사회’에서 재회한 두 존재. 콘셉트카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담아낸 모습은 가슴을 뛰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기술에 따라, 디자인의 트렌드에 따라 디테일한 부분은 다소 옅어졌지만, 그 때 그대로의 패스트백 스타일을 상기시키며 보자니, ‘정말 내가 이 차를 운전해볼 수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회자된다. 실내에 앉기 보단, 바깥을 관찰 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스팅어는 전형적인 패스트백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아우디 A7, 포르쉐 파나메라, 애스턴마틴 라피드 등에서 봤던 익숙한 스타일의 패스트백 세단.

 

 그럼에도 어떤 차를 닮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측면부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면 처리는 1970년대 어느 고전적 GT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크게 멋을 부리지 않아도 그 ‘멋’이라는게 흘러 넘친다.

 

 낮게 빚어진 루프 라인과 긴 휠베이스는 전통적인 후륜구동 기반 고성능차의 비례를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요소들은 전부 다 녹아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주름진 전면부 범퍼 형상과 보닛의 에어덕트 등은 에어로다이내믹 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도 모두 고려된 것으로 보여진다. 고성능차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나타나지만, 공격적이고 거친 느낌보단 세련되고 역동적인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항공기의 날개를 형상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크래시패드가 인상적이다. 시인성을 높인 플로팅 타입의 디스플레이, 항공기 엔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에어벤트 등은 재밌는 디자인 포인트다.

 


 스팅어는 전장 4830mm, 전폭 1870mm, 전고 1400mm, 휠베이스 2905mm의 차체 사이즈를 갖췄는데, 전장은 K5의 4855mm보다 26mm 작고, 휠베이스는 K7의 2855mm보다 60mm가 길다.

 

 비슷한 체급의 제네시스 G70과 강하게 대비되는 점은 바로 뒷좌석이다. 휠베이스가 K7보다 길게 세팅된 탓에 실내는 넉넉하다. 본래 패스트백 스타일의 세단들은 2열 공간이 넉넉하지 못한 편인데,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거니와 헤드룸도 여유있다.

 

 
■ 주행 재미 높이는 사양 ‘눈길’

 

 스팅어에는 다양한 편의사양이 탑재되어 있지만, 주행 성능과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다양한 사양들이 단연 눈길을 모은다.

 

 기아차의 승용 라인업에는 최초로 적용된 AWD 시스템이 대표적이며, 이밖에도 R-MDPS, 액티브 엔진사운드,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런치컨트롤, 5가지 주행모드 등인데, 수입 고성능차에서 만나볼 수 있던 사양을 4000~5000만원대의 가격에 접할 수 있다는 건 스팅어의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스팅어 3.3 모델에는 스티어링의 조향 각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기어비를 조정하는 ‘가변 기어비 조향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원활한 스티어링 조향을 가능하게 한다.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M-LSD, Limited Slip Differential)는 일반 주행 시의 핸들링 성능뿐만 아니라 눈길W29;빗길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구동력도 향상시키는 등 주행성능을 극대화했다. 이를 이용해 드리프트 주행도 가능케 한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에 스마트, 커스텀 모드를 더한 5가지의 주행 모드는 환경에 따른 다양한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데, 스마트 모드는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판단해 스스로 에코, 컴포트, 스포츠 모드 주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커스텀 모드는 서스펜션, 기어비, 스티어링 무게감, 엔진 반응 등을 모두 운전자의 성향에 맞게 설정하는 모드로, 이를 통해 다양한 조합으로 운전자의 기호에 따른 주행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다.

 

 런치컨트롤은 출발 시 동력성능을 극대화 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이 급 가속할 때 바퀴에 지나친 미끄러짐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동력은 최대 수준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을 설정하는 기능으로,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가속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고속 주행 시 액셀러레이터를 떼는 순간엔 ‘중립 주행 모드’가 작동된다. 이는 2019년형 들어 신규 적용된 사양으로, 이를 통해 적게나마 연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연료가 아껴질지는 회의적이다.

 

 이 외에도 최상위 트림인 3.3 GT 트림은 AWD와 선루프를 제외한 모든 기능을 통합, 단일 트림으로 구성됐다. GT의 선택 비중이 높은 만큼, 고객 선호도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 ‘얼굴값’ 하는 주행 성능

 

 스팅어 GT는 라인업 중 가장 높은 출력을 발휘하는 3.3리터 람다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365마력, 52.0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네 바퀴를 굴리며, 주행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한 19인치 미쉐린 파일럿스포츠4 타이어가 적용됐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시내 주행에선 오래 주행할 경우 다소 피로할 수 있지만, 고속 주행에서의 든든함을 예상하게 하는 그런 단단함을 보인다.

 

 차체가 낮지만, 운전 시야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보여지는 것 만으론 운전에 부담이 갈만도 하지만, 대시보드 패널도 낮게 설계된 탓에 보닛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야 확보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한 뒤, 패들시프트를 통해 기어를 2~3단 정도 낮췄다. 4000~5000rpm 구간에 회전계가 위치하면, 엄지발가락 만으로도 넘치는 출력을 뽑아낼 수 있는 준비를 마친다.

 

 기아차를 타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가속 페달에 점점 힘을 줘 나가면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가상의 엔진음과 함께 몸이 시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속은 거침없다. 초반, 중반, 후반을 나누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전 구간에서 빠르다. 방심하고 있다 보니 속도계는 어느덧 4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변속기의 반응은 기존의 기아차가 보이던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회전대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강제로 변속을 하던 과거의 세팅과는 다르게, 바늘을 튕겨내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고회전 영역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제법 기특하다.

 

 무게 중심이 낮게 설계된 특성상 차체의 하중 이동은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고속에서 코너에 진입하더라도 제법 자신감 있게 주행에 임할 수 있게 한다. 고속에서 다소 컴포트한 성향을 추구하는 제네시스 G70와는 다른 양상이다.

 

 다만 엔진 사운드는 불만이다. 높은 영역의 엔진 회전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송출되는 사운드는 어딘가 심심하다. 이는 밖에서 들어도 비슷한 양상이다.

 

 어느 정도 조율된 느낌이지만, ‘왜애애앵’하는 특유의 심심한 엔진 소리는 이 차의 매력을 다소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끄러운 엔진 사운드를 모두가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가변배기 패키지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건 어떨까 하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 G70와 확실한 차별화 갖춰

 

 이렇게 가슴 뛰는 기아차가 있었을까, 개발에 참여한 기아차 임직원들에게도 스팅어는 제법 각별했을 것이다. 기아 GT 콘셉트를 그대로 양산화한 디자이너들의 자부심, 이런 고성능차를 가졌다는 것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이 모두 느껴졌다.

 

 스팅어는 기아의 고급차 전략에 대한 방향성도 기대하게 만든다. 럭셔리를 강조하는 제네시스 G70와 달리 퍼포먼스와 성능을 강조했다는 점은 스팅어와 G70의 충분한 차별점이다.

 

 좋은 차와 사고 싶은 차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그리고 스팅어는 정말 사고 싶은 차다.

 

 


박홍준 기자 hjpark@dailycar.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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