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조정 없이 디젤 퇴출은 불가

 -디젤 미세먼지 중 세단형 디젤은 0.3%


 정부가 공식적으로 클린 디젤 폐기를 선언했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면 새로운 것도 별로 없다. 이미 도입했거나 시행이 예고된 것이 대부분이다. 내년부터 노후 1t 디젤 트럭을 폐차하고 LPG 1t으로 바꾸면 추가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디젤차 환경개선부담금 부과도 2016년 벌어진 미세먼지 논란 때 이미 확정된 내용이다. 따라서 이번 클린 디젤 폐지는 여러 정책을 다시 한 번 모아 놓은 것일 뿐 이전보다 진전된 것은 없다.


 그런데 클린 디젤 폐기를 보면서 아쉬운 것은 발표된 정책들이 미세먼지 감소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국내 전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디젤 가운데 세단형 승용차 비중이 매우 낮아서다. 그럼에도 정부의 디젤차 억제 정책은 '디젤=미세먼지=세단형 승용차'로 인식되는 것이 문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2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배출되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제조업 연소다. 미세먼지 전체의 64.9%, 초미세먼지는 52%를 산업 현장에서 배출한다. 이어서 건설기계, 항공기, 농기계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각각 11.9%와 17.3%로 2위를 차지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도로이동오염원(자동차)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10.8%, 초미세먼지는 15.6%로 세 번째 비중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부문에서 배출은 누가 주범일까. 환경부에 따르면 단연 화물차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68%를 디젤 화물차가 뿜어낸다. 디젤 RV도 22.5%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둘을 합치면 디젤 자동차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91.4%에 달한다. 반면 2005년부터 판매가 허용된 세단형 디젤 승용차의 배출 비중은 0.3%에 머물고 있다. 먼지 배출이 가장 적은 분야인 목재 및 펄프제조업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2005년 세단형 디젤 승용차 판매 허용 이후 미세먼지가 확대됐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항목은 RV다. SUV와 MPV 등의 RV는 오래 전부터 디젤 엔진이 사용돼 왔다. 그럼에도 디젤 미세먼지 얘기만 나오면 세단형 디젤 세단의 증가를 지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그 중에서도 수입 디젤을 언급한다. 예전보다 전체 디젤 승용차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SUV 선호 현상이지만 미세먼지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가 바로 수입 세단형 디젤의 증가다.


 이런 사실은 질소산화물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자동차와 비도로이용오염원(농기계, 건설기계, 항공기, 철도, 선박 등)부문이다. 각각 32.1%와 21%를 점유한다. 따라서 질소산화물 감축의 우선 정책을 자동차에 두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자동차 부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이 가장 많은 차종은 단연 디젤 화물차다. 67.4%의 질소산화물을 화물차가 내뿜는다. 그 다음이 10.4%의 버스와 8.5%의 RV다. 이외 휘발유, LPG, 디젤 등의 승용차는 6.9%다. 모든 배출가스는 줄여야 하는 게 맞지만 세단형 디젤 승용차 판매 허용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증가로 연결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디젤을 억제하려면 화물과 버스 등을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물류와 건설, 대중교통 등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억제가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디젤 승용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UV의 억제로 모아진다. 쉽게 보면 디젤 SUV가 아니라 가솔린 또는 LPG SUV로 바꿔 나가야 한다. 하지만 관건은 기름 값의 변동이다. 상대적으로 고효율인 만큼 기름 값이 오르면 디젤 SUV도 덩달아 주목 받는다. '친환경'은 당장 자신과 관계 없어 보이는 모두의 영역이지만 유지비는 피부에 와 닿는 개인의 경제적 영역이어서 포기가 쉽지 않다. 이를 조정하는 방법은 경유의 세금을 휘발유만큼 높이는 것이지만 이 경우 유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생계형 소형 화물의 유지비 부담, 물류비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 등이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디젤 억제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외에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해서다. 지난 2015년 발간된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온난화는 명확하고, 이런 변화가 인류에 미칠 영향 또한 명백하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오는 2100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3.7도 오르고, 평균 해수면은 63㎝ 높아진다. 게다가 장기적인 기온 상승 수준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례하는 만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미만으로 묶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디젤이 가솔린 또는 LPG보다 유리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표시연비에 따르면 탄소배출량이 적은 차는 대부분 가솔린 하이브리드 또는 디젤이다. 따라서 환경대책은 미세먼지와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쪽으로 세워야 한다. 어느 한 쪽을 누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