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전기', 만들 수 있다면 모두 활용

 

 2019 IAA에 참가한 포드의 슬로건은 '보다 멀리'를 의미하는 'Go Further'가 아니라 '전기로 가자'는 'Go Electric'이었다. 그 만큼 EV에 대한 강력한 집념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EV에 대한 의지는 포드뿐 만이 아니다. 폭스바겐의 ID.3, 메르세데스 벤츠의 EQV 및 EQS 컨셉트, 아우디 AI. 트레일 컨셉트, 포르쉐 타이칸, 오펠의 코르사e, 현대차의 '45' 컨셉트, 혼다 'e' 컨셉트 등은 모두 배터리 기반의 순수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로 등장했다. 강화되는 유럽 내 배출규제 영향이 BEV의 변곡점을 넘어 수익성을 향한 도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현대차 포니 45 컨셉트

 

벤츠 EQS 컨셉트

 

 9일(현지 시간), 유럽 내 최대 모터쇼인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을 찾았다. 지난해 파리모터쇼가 자동차 박람회의 초라함을 보여준 것처럼 독일 또한 모터쇼 위상의 흔들림은 피할 수 없었다. 독일 내 완성차기업의 참여는 활발했지만 불참한 해외 기업도 적지 않아서다. 푸조를 비롯해 볼보, 토요타, 닛산, GM, FCA 등은 굳이 프랑크푸르트를 찾지 않았다. 기아차도 별도 부스를 꾸리지 않고 그저 시드 신차만 곳곳에 전시하는 게릴라식 참여에 머물렀다. 자동차가 점차 움직이는 전자제품으로 변모하고 있으니 전통적 개념의 모터쇼에 참가할 이유가 줄어든 탓이다. 이를 두고 올레 칼레니우스 다임러AG 회장은 "자동차의 지능화는 IT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며 "이들이 개발한 기술이 실험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라는 점에서 CES와 같은 박람회가 모터쇼 대신 주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우디 AI. 트레일 컨셉트

 

2019 IAA 포드의 슬로건

 

 실제 지능화에 대한 도전은 거셌다. 동력의 전기화에 맞춰 부문별 연결이 활발히 전개됐기 때문이다. 요헨 헤르만 다임러AG CASE & eDrive 개발부문 부사장은 "EQ 브랜드의 제품력을 높이기 위해 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가 매우 밀접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EQC의 경우 메르세데스 앱을 통해 어디서든 충전 정보를 알 수 있는 게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혼다 e 컨셉트

 

오펠 코르사e EV

 

 자율주행과 연결 등이 IT 기반이라면 움직이는 이동 수단의 원천 동력으로 내세워진 '전기'는 다변화 시대로 돌입했다. 먼저 내연기관은 48V 시스템의 적극 도입에 따른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배출 규제를 피한다. 자동차 내 사용 전력의 전압을 높이면 불과 1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효율은 10% 이상을 개선할 수 있어서다. 두 번째는 PHEV 등을 통해 규제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PHEV는 유럽에서 인기가 그리 높지 않다. 현대차 유럽 관계자는 "PHEV가 일정 기간 BEV로 넘어가는 과도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BEV의 빠른 성장, 다시 말하면 배터리에 담아내는 전력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에서 BEV로 직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BEV 보조금이 4,000유로(한화 520만원)에 불과하지만 소비자 인식이 변하면서 제품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현대차도 코나 EV 물량 확보에 주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ID.3 EV

 

 독일에서 활용 중인 충전 인프라

 

 그러나 EV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폭스바겐이다.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 개발 이후 첫 번째 대량생산 제품인 ID.3 EV로 모든 전시 공간을 가득 메웠다. 작센주 츠비카우 공장을 오는 2021년까지 완벽한 EV 전용 생산 기지로 바꿔 ID.3 EV 외에 ID 크로즈(Crozz) EV, 그리고 세아트(SEAT)의 엘본(el-Born) EV 생산도 결정했다. 또한 츠비카우 뿐 아니라 중국 등지에도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워 2025년 글로벌 EV 생산 및 판매를 100만대로 끌어 올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폭스바겐그룹 차원에선 2028년까지 100종의 EV를 내놔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ID.3 EV 시작 가격을 3만 유로(한화 3,900만원) 이하로 책정한 것도 '박리다매(薄利多賣)'에 따른 대량 생산 및 판매 전략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오는 11월 본격 생산되는 ID.3 EV의 경우 3개월 만에 이미 3만3,000대가 계약돼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BMW iNEXT 수소연료전지 컨셉트

 

 

  

 

람보르기니 시안 HEV

 

 하지만 BEV가 유일한 전동화의 돌파구도 아니다. 벤츠와 BMW 등이 수소전기차(FCV)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BMW그룹 글로벌 수소연구개발 총괄인 위르겐 굴드너 부사장은 "대형 이동 수단의 경우 배터리의 한계가 분명하다"며 "수소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모터쇼에 'BMW I 하이드로젠 넥스트' 수소연료전지 컨셉트를 내놓은 것도 수소 부문의 기술력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X5 하이드로젠을 선보이고, 2025년에는 다양한 양산형 수소연료전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물론 다임러그룹도 수소 부문에선 뒤지지 않는다. 요헨 헤르만 연구개발 부사장은 "GLC 수소연료전지를 비롯해 다양한 'EQ' 브랜드에 수소연료전지 제품을 포함시킬 것"이라며 "승용에 이어 다임러그룹의 상용 부문도 수소를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BEV와 FCV를 전동화의 핵심으로 보고 두 가지 동력원을 적극 활용하는 투트랙 작전이다.

 

 

 

 

포르쉐 타이칸 EV

 

 동력 전환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뤄지는 것과 달리 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도 확인됐다. 올레 칼레니우스 다임러AG 회장은 "자율주행의 완벽한 전제 조건은 '안전(Safety)'"이라며 "과거 자동차 안전의 개념은 충돌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거나 교통약자를 자동차가 보호하는 것이었지만 지능화 측면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결합과 데이터 보안 또한 안전의 영역에 포함돼 개념이 매우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규모의 축소와 동력의 전환, 그리고 IT 기반의 모빌리티 혁신이 어우러진 모습으로 구성됐다. 그 중에서도 단연 시선을 이끈 부분은 전동화(Electrification)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라인하르드 프리스 폭스바겐 츠비카우 공장 책임자는 "제조사가 전기차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작센주에 있는 자동차 전시장은 의무적으로 충전 인프라를 설치해야 한다"며 "100년이 넘은 내연기관 공장이 모두 EV 전용 시설로 바뀌는 것에 따른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IAA가 불과 2년 만에 전동화의 변곡점에서 전동화의 본격화로 탈바꿈한 셈이다. 자동차회사가 미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EV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함을 명확하게 보여준 박람회였다는 의미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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