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첫 동반 적자…북미 생산량 증가로 AMPC 수혜 확대 기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국내 배터리 3사가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하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배터리 업계가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로 북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만큼 향후 이를 바탕으로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 배터리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천255억원을 내며 2021년 3분기 이후 3년여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4분기에 2천5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동기(영업이익 2천953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삼성SDI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7년 1분기(-693억원) 이후 7년여만이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SK온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5천987억원, 영업손실 3천594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SK온의 경우 4분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금이 전 분기 대비 34% 증가한 813억원을 기록하며 북미 시장 내 판매 물량 확대가 실질적인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용 배터리 출하 본격화, 이에 연계한 AMPC 수취 금액의 증가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SK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SDI도 AMPC 수혜금이 전 분기(103억원) 대비 142% 증가한 249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 4일 8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신고하며 북미 시설투자 자금 조달에 나섰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3조7천4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차전지 업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완성차 제조사(OEM)의 신규 전기차(EV) 출시 계획, 하반기 스텔란티스나 혼다 합작법인(JV) 등 신규 프로젝트의 북미 론칭, 에너지 안보와 관세 대응 니즈(요구) 증가로 인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현지화 요구 증가 등이 매우 좋은 사업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점진적 회복을 예상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전기차 업체향 신규 원통형 제품 공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RE+ 2024' 전시 부스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북미 전기차 시장이 향후 배터리 실적 반등의 핵심인 셈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에 대해 "배터리 부문 손익이 1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개선될 전망이며, 현대차와 포드 등 주요 OEM과의 합작법인이 본격 가동되고 북미 고객사 신규 모델 확대에 따라 AMPC 수취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SK온의 1분기 AMPC 수혜 규모가 949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에 대해 "북미 신규 라인의 분기별 생산량 증가에 따른 AMPC 반영금액 증가와 ESS 성수기 효과에 따른 분기별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SDI CES 2025 전시장 전경

[삼성SD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기차 의무 규정 철폐 선언과 관세 정책 조정 등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월 현대차·기아, 포드,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했다.


포드는 5천666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1월 실적을 달성했고, 현대차는 아이오닉 5 판매가 전년 대비 54% 증가하는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아이오닉 9·EV9 GT 등 현대차·기아의 신차는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2025 가장 기대되는 신차'에 선정되는 등 올해 출시될 전기차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아이오닉9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24년 대비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16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레딧 등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에 전기차 구매 후기와 문의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는 등 여전히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며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외부 환경 변화가 급격한 전기차 수요 둔화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가격 균형'이 이르면 2026년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북미 시장에서는 중저가형 전기차 보급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환경 변화에도 실제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판매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견조한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바탕으로 북미 중심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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