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트럭터미널 재개발에 입주 운송사들 흩어지고
화물차주들 너도나도 저운임과 고정비 부담 호소
트랙터 차주 “30만 원 운임이 요즘은 20만 원
“화물차주 시름에 정부와 여야 모두 답해야”
서울특별시 양천구의 서부트럭터미널 전경.
고금리, 미국발 관세 폭탄 등 국내외 요인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국내 물류운송 현장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화물차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상용차정보는 지난 4월 화물차주들이 전국을 오가는 거점인 서울 양천구 소재 서부트럭터미널과 인천 SK내트럭하우스를 찾았다.
10여 년간 표류해 온 서부트럭터미널 재개발, 현실화될까
서울 서부트럭터미널을 찾은 오전 10시, 예상과 달리 터미널은 한산했다. 간혹 운행을 마친 화물차들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지만, 활기찼던 예전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서부트럭터미널은 수도권 물류의 요충지로, 몇 년 전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활기가 넘쳐났다.
그러나 지금은 운송업체 사무실, 화물차 주차장 할 것 없이 모두 썰렁해 보였다. 화물운송 시장 침체에 맞물려 터미널 재개발을 앞두면서 서부트럭터미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 보였다. 1979년 문을 연 서부트럭터미널은 서울시의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에 따라 새로운 복합물류거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부트럭터미널 비대위 측의 공고문
이러한 변화를 앞두고 현재 건물 일부는 이미 폐쇄됐으며, A·B동에 위치한 일부 사무실만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표류해 온 재개발 계획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입주사와 터미널 간의 분쟁으로 곳곳에는 이주 관련 공고문이 붙어 있고, 상당수의 사무실이 떠난 복도는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30년간 터미널에서 운송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A씨는 “서부트럭터미널 재개발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상당수가 떠났다.”며 “250여 곳이 넘던 사무실은 지금 60곳 정도만 남아있는데, 아마 6월 전후로 모두 비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폐쇄된 C동과 달리, A·B동 은 세입자가 임차인에게 사무실을 임대하는 구조여서 이주 과정에서의 비용 문제로 갈등이 있다.”며 “최근에는 일감을 콜(Call)로 직접 연결 받는 방식이 늘어나 터미널의 중요성이 예전같지 않지만, 차고지에 주차한 수많은 차량들의 이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경기 침체로 30% 이상 감소한 화물 운임
현장에서 만난 화물차주들은 공통적으로 경기 침체로 인한 운임 하락과 고정 지출 부담을 호소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화물 운임이 이전 대비 약 30~40% 감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한 트랙터 차주는 “예전엔 30만 원 하던 운임이 요즘은 20만 원이 채 안 된다.”며, “물동량은 줄고 화물차는 많다 보니 단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당연히 낮은 단가의 화물은 피해야 전체적인 단가가 오르겠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현실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할부금에 기름값, 보험료, 세금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며 “요즘은 번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씁쓸한 현실을 전했다.
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1톤 용달(개인 소형) 차주도 같은 생각이었다. “화물차 일은 상차 기다리는 시간부터 직접 화물을 옮기는 노동까지 포함된다.”며 “수지타산을 따져보면, 마이너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모든 것이 발전하는 요즘, 화물 운송 시장만 오히려 거꾸로 가는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서부트럭터미널 재개발에 반대하는 비대위의 플래카드.
증가하는 고정 비용으로 인한 지출의 쳇바퀴
차량 유지비에 대한 부담 역시 화물 차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인천 SK내트럭하우스에서 만난 카고트럭 차주는 “신차로 뽑은 트럭이 5년이 지나자 고장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며, “국산 트럭에 만족했던 기억으로 재구입했는데 이번엔 내구성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수리비 부담이 크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수리를 미룰 수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출장 수리를 받고 있던 또 다른 차주는 “2000년식 트럭이라 자주 고장이 나지만, 칠순이 넘은 나이에 새 차를 사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로 2021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물차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53.7세에 달한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내 화물차주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깊어지는 실정이다. 여기에 꾸준히 상승하는 차량 가격도 부담이다.
한 카캐리어 차주는 “신차 가격이 예전보다 너무 올랐다.”며 “할부금, 보험료, 각종 세금을 감당하다 보면 차량은 또 다시 고장나기 시작하고 이는 쳇바퀴 돌 듯 계속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형 상용차는 유로6 등 배기가스 규제 대응 등을 이유로 적게는 수백만 원 이상이 올랐고, 이 부담은 오롯이 차주의 몫이 되고 있다.
인천 SK내트럭하우스의 전경.
정부의 입장, 과연 누구를 향해 있나
화물차주들의 고충은 여러 문제가 하나로 얽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경기 회복과 함께 합당한 운임 보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비싼 차량 가격과 보험료, 세금 등 각종 고정 지출이 차주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화주 측의 입장을 더 고려하고 있다는 인식이 현장에 팽배했다. 화물차주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 마련과 실질적인 지원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물류의 중추를 담당하는 화물차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여야 정당, 관련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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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기자 junnypark@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