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 서울고법원장 퇴임사서 법원신뢰 확고했으면 서부지법 사태 없었을 것이라며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 존재 기반이자 존재 이유라며 이것이 흔들릴 때 정치권 등 외부 세력이 그 틈을 타서 법원을 흔든다 했다.

윤준(64·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등법원장이 35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며 퇴임사에서 소회를 밝혔다.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의 존재 기반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그는 “그것이 흔들릴 때 정치권 등 외부 세력은 그 틈을 타서 그럴 듯한 명분을 앞세워 법원을 흔들고 법관들마저도 서로 반목하게 만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장은 “민주주의 최후 보루인 법원과 법관을 지키기위해서는 모든 법관이 재판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재판과 언행에 신중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서울서부지법 집단 난입 사태를 거론하며 “흥분한 폭도들이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평생을 봉직해 온 법원이 그런 참사를 당할 때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윤 원장은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확고했더라면 감히 그런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이어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믿음이 반석처럼 굳건하였다면은 그런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을 것”이라며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우리의 존재 기반이자 존재 이유”라고 했다.

윤 원장은 고(故)윤관 전 대법원장의 아들이다. 그는 “제 의지 보다는 할머님과 어머님의 뜻에 따라 법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할머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효성이 깊은 부모님, 특히 당시 시집살이를 힘들게 하시던 어머님의 면을 조금이라도 살려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운 좋게 법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법관이 된 후에도 그저 현직 법관이신 아버님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 왔다”며 “법관의 본분을 좇아 열심히 살아왔으나 얼마나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저의 재판으로 인하여 혹여 억울함을 당하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사죄드린다”고 했다.

윤 원장은 1990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고법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이용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광주고법원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