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처음으로 자동차 잡지를 손에 쥐었다. 역시 국민학생이었던 우리 누나가 내 생일날 나에게 정말 코피터지게 모은 돈으로 사준 것이었다. 졸지에 집에 있던 팽이, 잡다한 장난감들은 나의 보물 리스트에서 모두 탈락하게 되었고, 항상 이불을 덮어주곤 했던 커다란 곰인형 자리에 그 잡지가 들어가게 되었다. 학교, 집, 어딜 가도 잡지를 들고 있었지. 어른들이 벤스, 벤스, 하던 그놈의 회사가 벤"츠"라고 발음해야 좀더 올바른 것인지를 일깨워줬고, 무쏘와 갤로퍼가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려줬다. 경인고속도로 요금이 800원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아반떼가 세계랠리대회에 나가는지도 알게 되었다. 마북리연구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게 해주었고, 마지막으로 나의 영원한 드림카 "란에보"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 잡지이다. 중학교 막 들어가서, 언뜻 시내에서 보았던 "현대자동차 **대리점"을 기억해낸다. 문앞까지 찾아간다. 그날따라 교복에 때가 많이 타 있고, 비도 부슬부슬왔다. 조심조심 문을 열고 들어가 울기 직전의 목소리로 카다로그를 가리키며, "저거 하나만 주세요."라고 말을 하니 영업소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더라. 난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엄청 슬프고 억울했고, 괜히 그 영업소 사람들이 미웠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인터넷이 하나 둘 생겼다. 그때 당시에는 "자동차생활"이라는 잡지를 만든 곳의 웹사이트 게시판이 여기만큼 엄청 뜨거웠다. 거기서 알게 된 박모군은 나보다 어린 나이었는데 정말 많이 알았다. 그사람 결국 자동차생활 잡지에 나오더라. 동호회 쫒아가서 얼떨결에 인터뷰 한 듯한 그 표정.ㅋㅋ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창원에 살고 있다는 바람에 포기해야만 했었다. 지금은 무엇을 할 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대입이라는 것이 그렇게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줄은 몰랐다. 어느새 게임방과 컴퓨터는 마치 도둑질처럼 못된 짓중 하나가 되어버렸고, 아주 가끔 할 수 있는 "행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대학과 군대를 갔다 와서 난 회사원이 되었다. 가끔씩 하는 인터넷, 이젠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다 일일히 알지를 못한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차에 대해 많이 알더라. 하지만 나때는 안그랬다. 나 국민학교때는 정말 없었다. 아버지 친구에게 무쏘가 직렬5기통 2874cc의 디젤엔진을 얹는다고 얘길 하니 깜짝 놀라시더라. 4기통 2300cc가 올라간 601에 대해 얘길 하며 "앞범퍼가 달라 구분할수 있다"는 나의 말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시던 날이 기억난다. 그때가 국민학교때였지. 하지만 주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 혼자 배우고 혼자 알아내고 혼자 희열을 느꼈었다. 한동안 보닛업스페이서가 보닛을 앞으로 열리게 하는 것인줄 알았었다... 프레스토처럼... 정보의 공유가 없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어쨋든 그때는 그렇게 드물었다. 고등학교때 학교 게시판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다"라는 공문도 붙였지만, 결국 나 혼자였다. 엄청 귀했다. 최소한, 나때는 그랬다. 지금은 비록 부가티 베이롱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그때는 정말 열정 하나로 즐겁게 자동차를 배웠었다. 요즘처럼 클릭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혼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 정 어려우면 카센타를 찾던, 그런 것이었다. 지금 나의 지식은 매우 가난하다. 잘 모른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한때는 나도 차 좀 좋아했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때가 그립다. 정말 소중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