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그램방 들어가보니…
“총질” “국회에 불 지르자” 등
폭력사태 모의 글 잇따라 등장
세력규합 ‘가짜뉴스’ 전략까지
서울청, 선고일 ‘갑호비상’ 건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 일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처럼 폭력 사태를 모의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24일 서울경찰청은 선고 당일 비상근무 최고 단계인 ‘갑호비상’을 발령할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날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선고 당일 대규모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마찰이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청에 갑호비상 발령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인 갑호비상이 발령되면 소속 경찰관의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 경찰력의 100%를 동원할 수 있게 된다. 박 직무대리는 이어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헌재 주변 취약 시설물 등에 대해서도 관련 기능 협조를 받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 성향의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선고일을 겨냥해 실제 폭력 행사까지 모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지난 20일부터 극우 성향 텔레그램 방 다수에 잠입해 관찰한 결과, 참가자들은 선고에 맞춰 “국회에 불을 지르자”는 등 폭력을 암시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강제 계몽시키려면 총질이 제일 쉽다” “이미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폭동이라도 안 하면 뭘 해야 하느냐” 등 격앙된 모습이었다. 약 600명이 참여한 한 텔레그램 채널은 이른바 ‘탄핵 심판일 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구체적 실행계획까지 마련했다. 실행계획엔 “주요 도시에 집결 후 심판 당일 헌재와 국회로 행진해 대규모 봉기” “경찰 내부 붕괴 유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탄핵 반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가짜뉴스 제작’도 이들의 전략에 포함됐다. 채널 관리자가 특정 주제의 가짜뉴스를 생성하기 위한 방을 만들면, 참가자들은 관련 정보를 종합해 이미지 형태의 가짜뉴스를 제작하고 커뮤니티와 SNS 등에 배포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경찰과 중국 공안(경찰) 간 유착 의혹을 제기, 혐중·반경찰 정서를 조장하는 가짜뉴스 제작이 대표적이다. 22일엔 “경찰과 중국 공안과의 연계를 집중적으로 파볼 것”이라는 공지와 함께 가짜뉴스를 기획·제작하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링컨처럼 암살될 수 있다”는 음모론, 헌재 헌법연구관 중 화교나 북한 유학생이 있다는 주장도 SNS와 오픈 채팅방을 타고 확산일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부지법 사태가 모의된 것처럼, 헌재 선고일을 겨냥한 폭력 사태도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의 선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도 탄핵 심판의 결론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해 암묵적으로 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근절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