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자동차가 다른 차들과 나란히 도로를 주행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6?25 전쟁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육발이’ 또는 ‘지에무씨’라고 불렀던 GMC 트럭이다.

꽤 낡아 보이긴 했지만 주행에는 문제가 없는 듯이 보였으며 트럭의 앞 부분에는 연료통으로 보이는 통들이 얼기설기 엮어져 있었다. 잠시 정차한 트럭의 앞모습이다.

 


▲ GMC(일명 ‘제무시’) 트럭의 앞모습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GMC 트럭

GMC 트럭은 미국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사에서 1944년경 제작되어 우리나라에 해방 무렵 들어왔다고 한다. 6.25 전쟁 때 군용으로 사용하다가 미군이 두고 간 것이 대부분이다. 처음에 개인은 소유를 하지 못하였으나 전쟁 이후 중고차로 개인에게 불하되었고 이때부터 광산이나 산판(山坂)에 이용되었다.

1960년대 전량 폐기 처분될 위험에 처하였으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 트럭이 우리나라 지형과 건설 현장에 적당하다고 하여 폐기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차대전 당시 미군의 기동과 수송의 주역이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몇대 남지 않은 귀중한 차량이다. 한때 GMC 엔진과 드럼통을 펴서 버스를 생산하는가 하면 정미소 발동기로 이 트럭의 엔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트럭은 전후 6개의 바퀴가 모두 엔진의 동력을 받아 회전한다. 앞, 중간, 뒷바퀴 모두에 동력이 전달되어 바퀴가 같이 구른다. 경사 45도까지 거뜬히 올라갈 수 있으며, 엔진이 타이어보다 높이 있어서 깊은 개울, 진흙탕, 모래밭 등 어떠한 곳이라도 갈 수 있다. 최고 속도는 75km/h이다.

 


▲ 제무시 트럭의 주행모습을 뒤에서 촬영한 것


트럭의 명칭 또한 독특하다.

GMC의 명칭인 ‘제무시’는 해방이 되면서 들어온 군용트럭의 영어 발음을 일본식으로 부른 것이다. 당시 타이어가 10개인 트럭을 ‘십발이’, 스리코타는 ‘육발이’로, 지프는 ‘사발이’라고 불렀다 한다. 바퀴가 6개여서 ‘육발이’로 불렸던 GMC 트럭은 6.25전쟁 당시 유행가 가사에 “사발이 육발이 엔진을 걸고 따라서 가겠어요 삼팔선까지...”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인기였단다.


개인이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5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제무시 트럭.

역사의 한 장을 넘기듯이 조심스레 운행하는 트럭의 모습이 살아있는 박물관을 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