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환기자]생계를 위해 구입한 수억원대의 고가 덤프트럭이 잦은 고장을 일으켜  운전자들이 경제난과 스트레스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덤프트럭들이 외국에서 수입된 차량이거나 주요 부품을 외국산으로  사용하고 있어 AS인력들조차 차량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수리가 지연되고 제대로된 정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운전자들은 작은 고장에도 AS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엔진 등 주요 부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10일~20 동안 차량을 입고 시키는 것도 다반사여서 생계조차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차량의 결함으로 수리를 맡기더라도 제대로 수리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일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보상을 받을 수도 없어 고장난 차량을 붙들고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고장 반복에도 '원인'은 몰라

상용차 메이커인 스카니아 코리아가 판매한 수억원 대의 고가 덤프 트럭이 같은 고장을 반복적으로 일으키고 있지만 수리가 지연되면서 말썽을 빚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는 이 모(남.40세)씨는 지난 2월 말께 스카니아 코리아가 판매하고 있는 덤프트럭(G420)을 2억 여원에 구입했다.

지난 2월27일 차량을 인도 받은 이 씨는 지난 3월4일 부터 차량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여일 지난 뒤 갑자기 냉각수 역류현상이 발생, 양주에 위치한 AS센터를 찾았다.

차량을 점검한 담당직원은 원인을 모르겠다며 냉각수 보조통 캡을 교환해 줬지만 바로 다음 날 같은 증상이 또 한 차례 발생했다.

놀란 이 씨가 다시 한번 양주 AS센터를 찾아 입고시켰고, 이번에도 담당직원은 오일 누수 현상만 수리할 뿐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답답한 이 씨가 인천에 있는 AS센터까지 찾아 가자 직원은 고장이 의심되는 엔진 부품 교환 등을 위해 또 한번 차량을 입고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이 씨는 차량을 입고 시켰지만 같은 증상은 반복됐고, 결국 엔진을 통째로 교환하는 작업까지 이어졌다.

엔진까지 교환했지만 냉각수 역류현상은 그치지 않았고, 화가 난 이 씨는 스카니아 본사 측에 차량 교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본사 담당자는 내부규정을 앞세워 거절했다. 이 씨는 차량을 출고 받은 지 한달 여가 지나도록 차량을 제대로 이용 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차량 수리와 보상절차가 어렵게 이뤄지긴 했지만 이 씨는 이번 일로 인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씨는 "차량을 출고 받은 지 40여일이 지나도록 차를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한데다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그나마 일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상절차가 이뤄졌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런 보상은 커녕 수리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스카니아 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차량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 수리를 진행함과 동시에 고객이 일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상절차까지 원만하게 해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용 못하는 부품, '이거 받고 떨어져(?)'

구입 1년만에 부러진 차량 부품을 유상 수리토록한 뒤 , 항의하는 소비자에게 무용지물 부품을 건넸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대구 달서구에 살고 있는 이 모(남.44세)씨는 지난 해 3월께 타타대우상용차가 생산, 판매하는 유로4(EURO4) 15톤 덤프트럭을 9000여만에 구입했다.

차량을 구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결호스가 파손되는 등 이곳 저곳에서 소소한 하자가 발생했지만 차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던 이 씨는 직접 수리를 하며 이용해 왔다.

이렇게 8개월 정도가 지난 작년 12월께 차량의 후측 스프링이 부러져 이 씨는 AS를 요청했다.

당시 서비스 센터 직원은 "스프링의 경우 무상AS가 되지 않는 소모품인 만큼 부품비와 공임비 등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이 씨는 스프링을 20여만원에 구입해 직접 교체했다.

이후 파손된 스프링의 사진을 들고 전문가에게 원인 규명을 요청한 결과 "까맣게 그을린 부분과 부러진 모습 등으로 유추해 볼 때 스프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잘못됐다"는 말을 듣게 됐다.

제작 과정에서의 결함이라고 판단한 이 씨는 지난 3월께 타타대우상용차 측에 부품비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스프링 제조 업체에 문의한 결과 결함은 아니다"면서도 "고객 편의를 위해 스프링 한 세트(4개) 중 1개를 무상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씨는 "1개의 스프링을 무상으로 받긴 했지만 제조상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 씨는  "하자가 있을 경우  4개로 구성된 한 세트를 교환해야만 하고 판매도  세트로만 가능한데 1개를 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작은 기업도 아니고 1억에 가까운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쓸 수도 없는  스프링을 주면서 인심 쓰는 듯한 태도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타타대우상용차 관계자는 "회사 내부 규정상 소모품 자체를 무상으로 교환해 주지 않는데 고객의 편의를 위해 한 개라도 제공했던 부분인 만큼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차량 결함, 밝히는 건 운전자 '몫'

대형 트럭이 운행 도중 전복된 사건을 두고 제조업체와 운전자간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엇갈리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 살고 있는 김 모(남.41세)씨는 지난 해 12월께 대우타타상용차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대형 트럭(모델명 440SCR)을 1억35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두달여 동안 별다른 이상 없이 차량을 운행하던 김 씨.

지난 달 23일 새벽 1시께 김씨는 평소와 다름 없이 운행을 하던 중 커브길을 돌다가 갑자기 차량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더니 차체가 운전석 쪽으로 쏠리면서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다.

다행히 새벽시간대여서 다른 차량과의 추돌은 없었지만 운전석에 타고 있던 김 씨는 인대가 끊어지는 등의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사고 이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김 씨는 지인들에게 현장수습을 통해 원인파악을 부탁했다. 지인들은  사고 현장에서 녹이 다 슬어 부러진 플라게트 볼트 2개를 찾아냈다.

플라게트 볼트란 사람의 몸과 비유했을 때 몸을 지지하고 있는 발목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절대 부러져서도, 이탈해서도 안되는 중요한 부품이다.

부러진 채로 발견된 볼트를 대우타타상용차에 문의한 결과 업체 측은 "그 상황에서는 볼트가 부러진다 해도 차가 전복될 수도 없을 뿐더러 차가 전복되면서 부러진 만큼 운전자의 과실이 크다"고 일축했다.

납득할 수 없었던 김 씨와 동료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타타대우상용차 측은 "당시 커브길을 운전하면서 과속을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 조사와 차량 내부에 설치 돼 있는 타코메다에는 38km라는 속도가 기록 돼 과속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증거물들을 내세우며 김 씨가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타타대우상용차 측은 무조건 운전자 과실만을 주장하며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

특히 김 씨는 자차 사고에 대한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어서 타타대우상용차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자동차 수리비는 물론 병원비와 일을 할 수없는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대다수의 보험회사들이 차 값이 비싸 자차는 회피하고 있는데다 만약 가입이 허용돼도 워낙  엄청난 고액이어서  미뤄두고 있다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면서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1억원이 넘는 차량을 판매한 타타대우상용차 측은 무조건 운전자 과실로만 몰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혔다.

이어 그는 "현재 경찰과 국토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새로 도입된 공법으로 만든 볼트 4개만으로 대형 차량을 지지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차량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볼트로 인한 고장이 발생해 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타타대우상용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와 고객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경찰과 국토부 조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