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에서 앞차(앙증맞은 빨간색모닝)가 어슬렁거리는 바람에 받을 수 있는 신호를 놓쳐 몹시 짜증이 나 핸들을 두 주먹으로 쾅쾅 세번 내려쳤습니다. 크락션소리도 모기소리마냥 삑삑거리고..그렇게 분을 풀어낸 후 오른손으로 머리털을 쓰다듦으며 창문으로 옆에 차로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옆차로에 신호대기중이던 차량의 조수석에서 웬 30대 중후반의 사내가 절 보고 흐뭇한 아빠미소를 짓고 있더군요. 그렇게 서로를 마주봤고 저 역시 괜시리 웃음이 나와서 멋쩍게 머리를 긁적대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었죠. 그렇게 웃음기 띈 얼굴로 앞차량 운전석쪽의 빽미러를 무심코 바라다보니 앞차운전자도(이제보니 여자분이더군요) 거울을 통해 엉큼하게 저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눈이 마주치자 얼른 황급히 고개를 돌리던데..그렇게 고개를 돌리고선 중간중간 힐끔힐끔 저를 보더군요. 그때 저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신호는 다시 직진으로 떨어지고, 앞차에게선 언제그랬냐는 듯 아까와같은 둔탁함은 사라지고 날래게 출발하더이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정말이지 도로에 나왔으면 두리번두리번 어슬렁대지말고 빠릿빠릿하게 좀 움직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