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이용한 버스글램핑입니다.

13년 전 같은 취미로 인연을 시작해
지금까지 자주 연락하며 지내오는 버덕 형님들과 어울려서
나름 의미 있는 여행을 해보자는 취지로
이 곳 강릉의 캠핑장을 찾아온건데요
 
고등학교 시절에 만나
소싯적에 덕질했던 옛날 이야기들을 꺼내며
술도 한잔하고 즐겁게 보냈습니다.
(이 모임에선 제가 영원한 막내 ㄷㄷ)

나이가 들고 직장일하면서 오프 모임 갖기가 힘든 요즘
다들 덕후라는 실무에서는 물러나셨고
저만 간간히 '현재도 진행형'이네요 ^^
 
오늘은 즐기고 내일 날 밝으면 리뷰자료를 만들겠다는 
그 약속을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잠들기 전에 옆집도 찍어보구요

토요일은 태풍이 일본을 덮치면서
강원지역에도 찬바람과 비를 뿌렸는데요

일요일 아침
예사롭지 않은 파도를 잠시 구경해보았습니다.

강릉시 사천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이곳 캠핑장은 안 좋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이들이 차를 끌고 찾아와 즐거운 한때들을 보내고 가셨습니다.

멀리서도 쉽게 보이는 특이한 버스

과거 부산에서 시내버스로 달리던
차량 다섯대가 내구연한 만료로 인해 대차되면서
'버스글램핑'이라는 제 2막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2대는 삼화PTS출신
3대는 삼진여객 출신이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한국산 중고 시내버스들은
인기 수출 효자상품이었습니다.

근래들어 현역 시절의 차량들이 
관리 상태가 우수한 것도 한몫했지만
타국에서 원하는 조건과 잘 맞았기에

러시아, 미얀마, 몽골 외 다양한 나라에서
한국산 시내버스들이 전파되어 상품의 우수성을
알려왔습니다.

그러나 공급받던 국가와의 이해관계가 틀어지면서

특히 CNG 버스를 적극적으로 수입 받던 미얀마의
수출 시장이 사실상 끊기게 되니 매년 많은 댓수가
시장 매물로 들어오던 차량들은 '폐차'라는
운명의 장난에 들어서게 됩니다.

이들도 그런 입장이었을겁니다.

폐차 직전에서 운좋게 다섯대가 살아남아
지난 5월에 렉커에 실려 강릉으로 왔더군요.

그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펜션이 될거라는 당시 관계자분의 말씀을 듣고
언젠가 반드시 이용해 보리라는 결심을
오늘에서야 이룬것이었습니다.



운영 초반에는 버스에 번호를 새겨 객실(?!)을 구분지었다고 하는데요

요즘은 컬러로 나눠서
그린, 블루, 옐로, 핑크, 스카이 블루로 나눠 운영하고 있습니다.

야외에서도 식사나 담소가 가능하게끔
장비들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이 차는 핑크보단 퍼플이 나을텐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산에서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본적으로 시내버스 도색이 캠핑장이라는 공간과
강릉 해변의 지형과 어울려서 그런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스티킹의 흔적까지 남아있으니
버덕인 우리들 입장에서 소재가 신박하다는걸 느꼈습니다.



당연히 차량은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되어있구요


범퍼와 미러, 와이퍼에 객실에 맞는 색상을 칠해
구분을 명확하게 지어줬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이 차는
당시 삼화PTS에서 155번 노선에 있었던
2941호 차량이라고 하는데요

같이 놀로왔던 형님이 집요하게 이 차의
현역 시절을 인터넷으로 찾아내셨다고...ㄷㄷㄷ

실내에서 내리는 문을 열면
양변기와 샤워 시설이 갖춘 공간이 나옵니다.
변기물 잘 내려가고, 온수 잘 나옵니다.

버스글램핑은 실내에서
매력적인 요소들이 나오는데요

영업용에서 쓰던대로
계단에 불 들어오고

데시보드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미등, 주행등, 방향지시등
잘 나옵니다.

요건 작동 안 시켜봐서 잘 모르겠네요 ^^

어차피 버스는 단단히
고정되어있는데다

주행하는데 필요한 기관들이
일부 탈거되어 있어

저기 저 파킹브레이크가
OFF로 가도 문제없습니다.

워셔액은 없어도 와이퍼는 작동 잘되더군요
애기들은 분명히 좋아할거에요

격벽도 그대로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주의해야할 점이 있는데요

격벽을 열다 격벽문 아래에
발등이 긁히거나 찍힐 수 있으니

아이도 성인도 모두모두
조심 또 조심해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당부입니다. 피 나는줄 알았습니다.)

평상시 신발을 신고 버스를 타기에,
그리고 격벽을 열 일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격벽문은 크고 단단합니다.

실내 모습입니다.
숙박 공간처럼 기본요소는 잘 갖춰져 있습니다.

냉장고 잘 작동되고
싱크대 물 잘 나옵니다.
샤워기와 같이 사용하면 수압이 살짝 떨어지는 점
참고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실건

난방 설비인데요
난방온도는 최대 60도까지 올릴수 있습니다.
냉장고가 있는 저 바닥면...절절 끓습니다.

창문들은 외부에서 피스로 막아
바람이 세어들어오는 걱정을 없앴습니다.

출입문도 내부에서 별도로 시건장치가 있어
헐렁하게 열리는 일도 없습니다.

이 공간에 최대 5인까지는
숙박이 가능할거 같네요

화장실 출입시 계단이 있사오니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시고

특히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주행이 가는 한 상태의 버스를
캠핑카로 개조해 개인이 직접 운전하고
숙박하는 사례들만 봐왔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시설을 이용해보니
매우 이색적이았습니다.
다들 만족스럽게 즐겼고, 다음에도 기회 있으면
또 이용해보자고 한뜻으로 목소리를 내었네요.

혹시나 버스글램핑을 이용해보고자하시는 분들께
정보 공유를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 4인이 숙박할 당시
토요일, 2인 기본이 150,000원
인원 추가시 인당 15,000원이 들어갔구요
화로 대여비 20,000원 들었습니다.

주소는
강릉 베이스캠프 카라반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해안로 940-12
(지번 :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91-1)

☎. 033-642-7171
미리 예약해두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