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부터 외국인학교 스포츠팀 리그시즌이 시작되어서 격주 금요일마다 나가고 있습니다. 

(한 주는 홈 게임이라 학교에서, 한 주는 어웨이 게임이라 외부로)

여학생 선수단 24분과 외국인 선생님 2분, 그리고 통역과 각종 매니저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인 선생님 1분 해서 총 27분이 탑승하셨습니다. 

목적지는 대구 봉덕동에 위치한 워커 기지였고 고등학교 학생 스포츠단 리그 원정경기 같습니다.

 

외국인을 처음 태워본건 아니고 이전에도 여러번 외국인 운행을 했었고, 국적은 한국이지만 외국 생활을 오래 하고 오신 분들도 전세버스 운행을 통해 나름(?) 겪어봤는데 놀라운건 모두들 버스 기사가 편안하게 운행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다는 점입니다.

 

도와줘봤자 얼마나 도와주겠냐?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제같은 경우도 승객분들 한 분도 빠짐없이 만나서 반갑다, 잘 지냈냐 등의 간단한 인사를 제가 하기도 전에 먼저 다 해주시고 저 멀리서 버스 문쪽으로 뛰어오면서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오더라구요. 경기장 도착해서 하차할때 이길 수 있다고 하이파이브 하자고 시도 해봤는데 정말 서스럼없이 잘 해주시더군요.

 

경기 끝나고 이겼는지 졌는지 물어보기도 사실은 부담스러워요. 물어봤다가 괜히 울상짓는 목소리로 졌다고 하면 저도 할 말이 없어서 어제는 안물어봤는데.. 알려주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한국인 선생님이 버스에 오자마자 저한테 "우리 이겼어요~~" 하고 싱글방글 웃으면서 말씀하시는게 참 저도 그 팀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학교 스쿨노선 전담하는 노란버스가 있지만 이렇게 외부로 나갈 때는 다른 업체 전세버스로 운행을 하거든요. 학단 나가보면 제가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은 버스기사를 너무 먼 사람으로 대해서 이게 맞나 싶을 정도라고 생각 한 적이 있기도 하고... 여러번 나갔음에도 학년이 달라지니 또 새로운 사람이 너무 삭막하게 대해주셔서 제 차에 탄 승객이라 할지라도 정이 안생겨서... 정말 운전만 하는데 선생님과 학생님들이 먼저 다가와주니까 저도 덩달아서 기분 좋게 운행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어떻게든 편안하게 모시고 싶다는 감정이 되새겨질 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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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경기 하러 간 틈을 타서 영내에 있는 (군사시설 바깥이긴 한데 어쨋든 영내이긴 함) 편의시설을 가보았는데 카드 결제 문자가 해외승인으로 날라와서 깜짝 놀랐습니다.ㅎㅎ

 

특히 버거킹 카운터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던 문구 "WHAT CAN I GET FOR YOU?"는 상당히 인상적이였습니다.

한국에 버거킹이 있다해도 한국과는 다른 메뉴판, 한국어가 적혀 있지 않아서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먼저 한국직원을 호출해서 주문을 도와주셔서 어려움 없이 주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거킹 뿐만 아니라 매점 직원들이 단 한 명도 지치고 힘들어하는 기색을 표하지 않고 웃으면서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알바생인지 정직원인지 그런건 아무 상관이 없었고 다들 즐겁게 일하는 모습만 보이더군요.

타코벨이나 익스체인지 마트처럼 한국에서 경험 할 수 없는 곳은 문의를 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친절하게 응대해주고, 플러스로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친절히 알려주려고 하고요..


애 어른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영내 걸어다니다가 눈이 마주치면, 모르는 사이여도 서스럼없이 1초의 지체도 없이 웃으면서 목례하는게 신기했습니다. 제가 머리가 정말 짧아서 군인으로 여겼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웃음과 인사가 생활화라고 느낀게 길가다가 아는 사람끼리 만나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꼭 멈춰서 대화를 하다가 가는 광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지내냐 요즘 뭐에 맛들렸냐 대충 그런 대화를 하는 것 같은데 귀찮다는 내색 하나 없이 서로들 다 웃으면서 그렇게 대화하고 있다는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하루 동안 평소에 겪을 수 없는 상황을 겪어보고 나서 복귀 후 느낀건, 역시 사람은 웃으면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버스운전이 지치고 힘들때가 많고 특히 전세버스가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밤 잠을 많이 못자는 경우가 더러 있잖아요? 그러고 싶지 않아도 힘든 기색을 표출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같은 경우는 그런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복귀하고 담날 일 나갈 때까지 3시간밖에 못자는 상황이 예상되는 데다가 전 날 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출발한 운행임에도,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일 끝나고 집 들어가서 잠들기 전까지 힘들게 일했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 짜증내는 기색 하나 없이 싱글벙글 재밌는 분위기가 이어지다 보니 저도 덩달아서 그런 기분에 젖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운행 나가서는 운전석 뒤에 앉은 아주머니 한 분이 "젊은 기사님 사람을 많이 탔는데(30명 남짓) 운전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여쭤보시던데 참 기분이 얼마나 구겨지던지.. 아무리 운전이 경력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제가 먼저 불안한 운행을 한 것도 아니고 불친절하게 인사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버스가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질문이 마음에 꽂히니까 마음 속이 콕콕 찔리듯이 아프더군요..ㅜㅜ 손님 입장에선 나이 많은 버스기사 님들만 뵙다가 젊은 사람이 버스 운전을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겠고 반대로 불안하기도 하겠는데 그렇게 비수가 꽂히게 여쭤보시니 참 할 말이 없었는데.. 어제 미군기지에서 얻은 교훈으로 그냥 하하하 웃으며 젊은기사 처음 보시죠? 하고 끝냈습니다..

 

오늘도 모두들 안전운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