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5년 10 월, 상병진급휴가를 마치고
복귀 하던날이었다,
대대작전통제실에서 휴가복귀신고를 마치고 중대행정반으로 이동하던중 동기를 만났다
"감자야(감자는 군시절
부대내에서 유일한 강원도사람이라 붙혀진 별명)니혹시 지갑에 돈가진거 있나?"
'응.쫌있지,근데 왜?'
"그라몬 얼른 딴데다 감추그라"
'뭔일인데?'
"이유는 복귀신고 끝나면 말해주꾸마"
나는 동기의 말을듣고 지갑에있던 현금을 전투화 안에넣고 다시 신었다
행정반에 가서 신고를 마치자마자
당시 행정보급관님이 검지손가락 으로 책상을 톡톡치며.
"지갑 꺼내"
영문도 모른채 지갑을 꺼냈고
혹시 몰라남겨두었던 2만 3천원 중 2만원을 행보관님이 가져가시며
이렇게 말씀 하셨다
"현금가지고 있다가 적발되면영창보낸다..가봐"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내무실로 쪼르르 달려가 동기에게 물어봤다
'야.이게 뭔 일이나..'
"말도 마래이, 4내무실.. 이뱅장님
사고쳤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전역 한달을 남겨둔 수송부 정비병 이었던 이모 병장이. 열흘전
초소 근무자들 을 인솔해서 복귀하던길에 살모사 한마리 를
포획하면서 부터 였다
뱀 술을 담궈서 전역할때 들고
나가려는 계획을 세웠고
점오가 끝날때 까지 TV장식장
아래 수납공간 안쪽에 있던
전투화 수선통 에 임시로 보관하고있었다
일석점오 가 끝난후 모든 병사의
관심은 온통 군화 수선통 으로
쏠렸고 의기양양 하게 수선통의
뚜껑을 들어올린 이병장..
"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낮 빛이 변한다
그랬다
살모사가 사라졌다
취침전 얼마남지않은 시간동안
뱀을 찾기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장식장을 샅샅이 뒤지고, 급기야 통째로 들어내서 찾았지만
여전히 살모사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당직사관 이었던 행보관 님 께
보고를 했다
자초지종 을 들은 행보관님 의
얼굴은 붉다못해 시커매 지셨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욕들이
쉴새없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리곤 바로 생활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손가락으로 침상을
가리키며 사자후를 내뱉으셨다
"침상 뜯어"!
그 한 마디에 생활관에 모든 병력들은 일사분란 하게
장판을 걷고 나무합판을
들어올렸다
그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입이 쩌~억 하고 벌어 졌다
침상 바닥에 있던건 뱀 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역사를 간직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인,
무수히 많은 빈 술병 들이었다
다시 행보관 님의 입에선 토속적이고 원초적인말들이
쏟아졌고
급하게 창고에서 가져온
마대자루에 술병을 옮겨담기
시작했고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가던 즈음에
벽쪽에서 술병을 정리하던
후임병사의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침상 바닥 벽쪽에는 바로 옆 생활관 과 통하는 주먹만한 구멍
3개가 뚫려 있었던 것이다
이미 시간은 자정이 되어가고
병사들의 얼굴은 썩어갔다
금방 마무리 될일이 아니란걸
행보관 님 도 아셨는지
대충 침상정리 를 시키고
병사들을 취침 시켰다
다음날…
연병장 에서 일조점오 를 마치고는
각 부처 일과를 모두 중단한채
중대 에 모든 생활관 침상을
뜯어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모든 병사들의
머리속은 의구심 이 들기 시작한다.
'이거..아무래도 뱀이 문제가 아닌데,
같은 라인에 있는 2,4,6 생활관 만
털면 되는데 왜 건너편
생활관 까지… .'
시간이 갈수록 행보관 님은
뱀은 둘째치고
공병에만 관심있어 보였다
그렇게 모은 공병이 두돈반 에
3대가 채워졌고
공병 뿐만 아니라 수통,탄띠,방독면,반합,소총가스마개,야전삽.등등 엄청난 군용물품 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문을 들은 옆1,2,3중대
행보관 님 들도 침상을
들어 올렸고 술병 과
엄청난 군수물자 들을
예비용으로 확보했다고 한다
부대 생활관 에서 나온 술병은 모두합쳐 두돈반 총9대 분량이
모아졌고,
뱀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각 중대 행보관 님 들 이었다
빈병을 팔아 만든 두둑한 운영비와
침상에서 나온 넉넉한 살림들..
그리고 병사들에게 돈이 있으면
술을 몰래 반입해서 먹게된다는
결론에 도달.
그래서 지갑에 3천원 이상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면
영창 보낸다는 공지가 내려 온
것이다
'아~ㅋㅋ그랬구나.어쩐지 이 뱅장님이 안보이드라,영창갔나?'
"아니,말년이라꼬 영창대신
군기교육대 들어갔다,
그라고 내가 뭘 발견했는지 아나?"
동기는 품속에서 담배 한갑을
꺼내어 나에게 건냈다
'오잉..야~이게 뭐이나'
"구석에 오래된 신문지에
싸여있길래 뭔진 몰라도 일단
주머니에 챙겨놨는데..
나도 놀랬다"
그건바로 화랑담배 였다
그것도 두갑
살모사가 남기고 간 선물이었다,
신이나서 담배를 뜯었다
'잉? 옛날 담배는 거꾸로 들어있네'
한개비 뽑아 입에물고 불붙혀
한모금 들이켰는데
'툇.퇴툇.툇. 뭐이나 이거'
"ㅋㅋㅋㅋ 그거 필터 없는 거여"
알고보니 초기에 나왔던 군용 담배는 필터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뱀은 찾지 못하였다
살모사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시간이 흘러 고참이 된 나는
일찌감치 분대장 자릴 맞후임
'뽕'(이등병때 화생방물자 정리도중 호기심에 몰핀을 자신의 손바닥에 쏘고 반나절 기절. 로 얻은 별명)에게
넘기고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나 역시 침상바닥을 술병으로 채워넣기 시작했고
96년 11월 28일
서울에 첫눈이 내리던날
전역 하였다
다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중 제일 압권이 M-2 칼빈 소총 1정은 분해되서 탄약이랑 꽁꽁 숨겨있는거랑,
M-1 소총탄 수십발, 그리고 수류탄 한개......그리고 육군용품 다수.
방공포가 90년대에 관할이 육군에서 공군을 이관 되면서, 수십년간 짱박혀있던것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제가 복무할때는 육군에서 공군으로 이관 된지 크게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공군이지만, 내무실 문화는 육군과 똑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방공포 간 동기들 이럴꺼면 내가 육군갔지 하며 한탄하던게 생각 하네요.
참고로 당시 육군은 26개월 공군은 30개월 이였습니다
저도 비슷한시기에 방공포 근무했었읍니다.
육군에서 공군으로 전군되며 육군출신 부사관선배들과 공군출신 부사관 선배들로 계열이 나누어졌었죠
그래서 군번도 달랐었는데 나중에는 공군군번체게로 통일되었었죠
비행장내 방공포는 단거리대공무기 특기일텐데 특기번호가 18XX로 분류 되어서 우스겠소리로 십팔소리 나오는 특기라고 했었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공군 내에서 방공포 특기는 찬밥신세였었읍니다.
항공정비특기인 동기들은 2년~~3년만에 중사진급하는데 저희 특기는 진급이 엄청 오래걸렸죠
제경우만 해도 하사 9호봉때 중사진급했읍니다.(벌점 없고 사고친것 없고 상점 다 채운상태에서)
제 동기들도 거의 9~~10호봉때 진급했죠 (중,장거리 방공포는 그나마 빨리 진급하죠)
그래서 부대내에서 왠만한 타부서 중사들이 하사인 저에게 경례하고 다녔었죠
저녁에 퇴근하고 야간 대학을 다녔는데 저희 학교와 공수부대가 결연맺어서 특전사 부사관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일도 가끔 있었는데 특전사 부사관들이 놀라더군요.
하사 9호봉이 가능한건지 몰랐답니다.
하사 인데, 중사들이 경례하는, 나중에는 머리 띠 두루고 진급 시켜달라고 시위 아닌 시위를 해서
중사를 달았다는.....ㅎㅎㅎ
글을 읽다 보니, 방공포 늘 산 꼭대기 있는 부대만 생각 했지, 기지내 벌컨은 누가 운영했었는지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네요.....당연히 헌병들이 운영 하는 줄로....흠.
자 잡아 영차 하면 판으로 들렸어요~~ 예전 침상은
정말 구루마로 날랐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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