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캐버노 ‘국방 우선순위’ 선임연구원 인터뷰
‘주한미군 1만명까지 감축’ 주장 보고서 발간
제니퍼 캐버노 '국방 우선순위' 선임연구원. /X(옛 트위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9일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약 2만8500명 수준인 주한 미군 중 지상 전투 병력 대부분을 철수하고 약 1만명 정도만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 들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일부 철수·이전 배치’에 관한 내러티브가 부쩍 늘어난 미 조야(朝野)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데, 국방부가 해외 주둔 미군 태세를 들여다보고 있고 이르면 8월 새 국방전략(DNS)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콜드웰 전 고문과 함께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한 미군 감축은 단순히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넘어 대외 문제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 내 큰 경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리가 제안한 규모보다는 작겠지만, 앞으로 4년 내 주한 미군 철수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된 미군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캐버노는 랜드연구소,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등을 거친 국방·군사 분야 전문가로 지난해 7월부터 ‘국방 우선순위’에서 군사 분석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캐버노와의 일문일답.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 차량들이 대기해 있는 모습. /주한미군
- 주한 미군을 1만명만 남겨야 한다는 도발적 주장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 계기는.
“국방부가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태세 조정을 검토하고 있고 새 국방전략(NDS)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평가·분석에 있어서 우리의 권고 사항을 고려해 반영해주기를 희망한다. 미국은 동맹에 대한 방위 공약을 유지하겠으나 동맹이 방위비 분담을 늘리고 자체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방부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워싱턴 DC에서는 한미 관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 미국의 이익을 지원할지, 그게 한국이 더 많은 방어 부담을 지는 것을 의미하는지, 또는 미국이 한국 내 기지를 활용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인지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게 논쟁의 핵심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데, 한국의 국방 지출은 미국의 다른 동맹·파트너와 비교하면 준수한 편이다.
“한국이 다른 동맹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국방 분야에 투입했고, 국방에 대한 기여도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왔다는 점은 확실히 칭찬받을 만하다. 그래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방어하는 일은 한국이 더 잘할 수 있다. 내 평가로는 한국은 핵을 제외하고는 북한과의 군사적 균형 측면에서 포지셔닝이 잘돼 있다. 한국이 추가 투자로 체계를 강화하고 더 많은 탄약 비축량 등을 확보하면 대북 재래식 방어는 더 많은 책임을 가질 수 있다. 현재 한미 간에 논의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이 미군 감축으로 가는 첫 단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어떤 태세 조정을 할 것으로 보나.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전략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방부는 향후 인도·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한국 내 미군 기지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이 인·태 지역 비상사태 때 한국에서 철수·이동시킬 수 있는 병력 규모에는 한계가 있고, 유사시 한국 내 미군 기지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장도 없다. 한반도 지역에 약 3만명의 병력이 고정돼 있는 꼴인데 이 병력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이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위험 요인이다. 따라서 국방부가 이 부분을 핵심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일보DB
-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양안(兩岸) 갈등이 한국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얘기해 왔는데.
“국방부는 대만 방어가 주요한 시나리오임을 명확히 했다. 다른 모든 것보다 앞서서 준비해야 할 유일한 분쟁이고, 이란·북한 등 이 전쟁을 치르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다른 분쟁에 휘말리는 위험을 줄이는 게 우리의 우선순위여야 한다. 내 생각에 펜타곤(국방부)의 사람들은 한국에 있는 기지를 활용해 비상 작전이나 공격 작전을 수행하고 싶어할 것 같다. 예를 들어 공군 항공기를 동원해 대만 영공을 방어하거나 서해에서 중국 함정을 타격하는 공격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그런 작전을 펼 때 한국의 승인을 받는 게 보장되지 않았고,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낮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내 미군 기지를 유지 보수, 물류, 정보 등 지원 기능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도록 하는 게 더 실현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 트럼프 정부 들어 주한 미군 감축·철수에 관한 내러티브가 늘었는데 현실이 될 수 있는 시나리오인가.
“우리가 제안한 규모보다는 작겠지만 앞으로 4년 내에 어떤 철수라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모든 곳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한국에서의 군사 배치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뿐만 아니라 대외 문제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 내 광범위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몇 달 동안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유럽이 포함되고 한국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미국은 지원 부대를 배치하고 일부 공군력을 제공할 것이다. 다만 최전선을 방어하는 책임은 한국이 지기를 기대한다.”
-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내가 유럽 지도자들에게 하는 조언과 같다. 한국이 미국 지원 없이 방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해보라는 거다. 미국에 가장 의존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미국에도 방위 부담을 확대할 의지가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이 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협상에 유리하게 하려고 별짓을 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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