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기르면 나가라?"?美 육군, 면도 안 할 시 '강제 전역' 엄포에 '다양성' 논란
입력2025.07.11. 오전 10:52
기사원문
10(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미 육군이 일정 기간 내 수염을 깎지 않는 병사는 군 복무를 계속할 수 없도록 관련 지침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육군은 이 같은 조치를 "군 규율과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흑인 장병들의 피부 특성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흑인 남성의 약 60%는 수염이 피부 안쪽으로 파고들어 자라면서 발생하는 '가성모낭염(Pseudofolliculitis barbae)'을 앓고 있다. 이 질환은 면도 시 심한 피부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지금까지는 의료적 사유로 면도가 면제돼 왔다.
또한 종교적 사유로 수염을 기르는 경우에도 예외가 적용돼 왔으며, 현재까지 육군 현역·예비군·주방위군을 포함해 약 4만명이 면도 면제를 받은 상태다.
지난 3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무건리 훈련장에서 '한미 연합 공중강습 훈련'이 열려 수리온 헬기에서 내린 미군 장병이 목표지역 점령을 위해 전술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20년 넘게 육군에서 복무한 피부과 전문의 실번 소던(Sylvan Soden) 박사는 "곱슬모를 가진 일부 흑인 병사는 면도 시 피부 속으로 파고드는 수염으로 인해 상처와 염증을 겪는다"며 "이번 지침은 이런 의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그는 최근 군의 신체 적합성·체형·면도 등 기준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해 온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지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현재 국방부는 과거 군 내부의 인종·성차별 해소를 위해 도입된 일부 DEI 정책들을 대거 철회하고 있다.
한편, 영국군은 지난해 젊은 층의 모병 활성화를 위해 수염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독일·벨기에·덴마크·캐나다 등도 군인의 수염 기르기를 허용하고 있다.
기자 프로필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