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리네요.
모두를 피해 없기를 바랍니다.
20년도 더 지난 과거에 군대 관련 커뮤니티에서 운영진을 하며 괜한 똥폼좀 잡던 시절에
일명 곰신이라 불리는 여자 회원들로부터 엄청 욕먹은 적이 있었드랬죠.
지금처럼 눈이 많이 내리던 날
"내 남친은 간부(하사)니까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내무반에 난로 피워놓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쫄병(병사)들 눈 치우는 거 감독하고 그러겠지요?
내 남친은 절대 눈이나 쓸고 하는 하챦은 일은 못하게 해야 겠어요.
눈길에 미끄러져서 허리라도 삐끗하면 큰 일이쟈나요. 호호호"
대충 이런 뉘앙스의 글을 어느 곰신 회원분이 올렸는데
제가 댓글로 좀 아는척 주제넘은 짓을 하고 말았지요.
" 님 남친은 지금 훈련을 나가있다면 언 손을 호호불며 땔감을 찾아 다니거나
눈이 녹아 스며들어 질퍽거리는 군화속에서 퉁퉁불어 터져 쓰라린 발다닥을 외면하며
고참들의 눈치를 보며 절뚝거리며 걷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부대내에 있다면 내리는 눈을 보며 속으로 부르짖을지도 모르겠네요. 악마의 똥 덩어리라며...
내 장담하건대 님 남친은 오늘밤 거의 날새기로 돌아가며 눈을 쓸어야 할겁니다.
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눈내리는 날의 낭만 그런거 없습니다.
최소한 님 남친이 있는 그 부대에는...
또 하나, 님 남친의 계급은 그 부대에서는 제일 낮은 계급입니다."
그 후, 저는 근 일주일정도 곰신 회원들에게
#낭만도 모르는 #또라이 시키 #군대 계급도 모르는 놈이 군관련 카페 운영진을??
#눈내리는 날 저녁엔 #애인과 함께 #근사한 곳에서 #와인잔 기울이며 #데이트도 좀 하고 그래라
등등의 다구리를 당했드랬죠.
뭐 결국은 최초에 글을 올린 곰신 회원과 그 남친으로부터 정중한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신촌 민들레 영토에서 그 커플에게 거금을 쓴 것은 안 비밀 ㅠㅠ)
군대를 잘 모르는 여자회원분의 낭만과 환상을 깨버리고, 남자친구를 걱정하게 만든것에 대해서는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하더라고요.
뭐 그냥 눈이 많이 내리길레 오랜만에 보배에 접속해서
쓰잘데기없이 재미도 없는 구식택택묵은 이야기 한 번 해봤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거금을 썼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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