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적재, 일감 제한된 열악한 픽업트럭의 현실
콜밴 수요, 픽업트럭보다 미니밴의 인기 높아
영업용 등록은 늘었지만, 운송 현장에서는 외면
물류 업체 “픽업트럭의 화물 시장 진입은 신중해야”
AI(인공지능)가 생성한 가상의 픽업트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쾌적함과 상용차의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다용도’ 픽업트럭, 자가용과 화물차라는 두 가지 역할을 한 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개인 소형(구 용달, 적재중량 1.5톤 이하)’ 시장에 진입하는 픽업트럭 차주가 늘고 있다.
실제로 영업용 번호판을 장착한 KG모빌리티의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 해 기준 2,182대가 운행되어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KG모빌리티와 기아도 신형 픽업트럭을 출시하면서, 일각에서는 개인 소형트럭 시장의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픽업트럭이 1톤 개인 소형 시장에서 자리잡기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큰 차체와 달리 적재함이 작아 실용성이라는 본질적 문제에서 기존의 1톤 트럭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 가려받는 픽업트럭, 화물 시장에서 치명적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만난 1톤 트럭을 운행하는 한 화물차주는 영업용으로 구입한 렉스턴 스포츠를 1년 만에 처분했다. 개인 사업과 레저 용도를 겸하겠다는 판단으로 구매했지만, 결국 다시 포터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는 “승차감도 좋고 외관도 마음에 들었지만, 적재함 폭이 좁고 바닥이 높아 파렛트를 실을 수 없었다.”며 “픽업트럭이 받을 수 있는 일의 폭이 좁아져, 실제 수익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1톤 트럭보다 실리는 짐은 적고, 짐도 가려야 한다면 굳이 스타리아나 픽업트럭을 쓸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1톤 화물 시장은 규격화된 상자와 파렛트를 기준으로 최적화돼 있다. 픽업트럭의 적재함은 외형에 비해 작고, 적재함 뒤쪽만 개방되어 지게차를 이용한 상하차도 어렵다. 혼자 짐을 올릴 때도 불편이 따르며, 적재 가능한 화물의 크기에도 제약이 따른다.
현대차의 소형 화물차인 현대 스타리아 밴의 영업용 차량.
픽업트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의 소형 화물차인 ‘스타리아 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넓은 적재 공간과 승차감을 내세워 콜밴과 소형화물 수요를 겨냥했지만, 픽업트럭과 같은 한계로 인해 실제 화물 운송 시장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화물차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픽업트럭의 문제는 ▲높은 적재함 ▲개방성 부족 ▲하중 분산 구조 미흡 등이다. 1톤 포터와 봉고처럼 평평한 적재함과 낮은 차고를 갖춘 차량에 비해 운송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픽업트럭의 영업용 시장 신규 진입은 신중해야
국내의 대표적인 픽업트럭이라 할 수 있는 KG모빌리티의 렉스턴 스포츠의 영업용 화물차 운행 차량은 ▲2018년 출시 이후로 617대 ▲2019년 1,022대 ▲2020년 1,319대 ▲2021년 1,581대 ▲2022년 1,818대 ▲2023년 2,002대 지난해 2,182대가 집계되어 매년 평균 24% 이상 증가했다.
KG모빌리티의 픽업트럭인 KGM 렉스턴 스포츠의 영업용 차량.
그러나 전체 1톤 영업용 등록 차량 약 23만 대(자가용 화물차 포함 기준) 대비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꾸준히 등록대수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마저도 화물운송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수요일 뿐, 같은 목적으로 재구매하는 비율은 ‘제로(0)’에 가까운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의 한 물류 업체 관계자는 “1톤 가까이 적재할 수 있는 소형밴 스타리아도 일이 없는데, 파렛트도 싣지 못하고 차량 가격이 더 비싼 픽업트럭은 더 말할 것도 없다.”며, “운송 현장은 단가 싸움이라, 실용성 없는 차량은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후 용달 시장 진입을 고려하며 자가용 겸용으로 픽업트럭을 문의하는 40~50대가 있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개인차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화물 운송을 위해서라면 말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 콜밴 업체 관계자는 “화물과 인원을 함께 수송하는 콜밴의 경우, 카니발처럼 더 편하고 고급스러운 차종들이 많기 때문에 픽업트럭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며,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픽업트럭은 어느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업트럭은 여전히 뛰어난 승차감, 여유로운 실내 공간, 다목적 활용성이라는 장점을 갖췄다. 젊은 창업자나 레저와 일을 병행하려는 차주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국내 1톤 화물 시장은 많은 짐을 쉽게 실을 수 있어야 하는 실용성이 절대적이다. 이 현실을 외면한 채 화물 시장 진입을 기대한다면, 픽업트럭은 결국 ‘틈새 차종’에 머물 수밖에 없다.
1톤 시장의 새로운 선택으로 주목받았던 픽업트럭. 그러나 운송 현장의 냉정한 평가는 앞으로도 여전할 확률이 높다. 다목적 차량으로서 픽업트럭의 매력은 충분하지만, 1톤 시장의 ‘대체재’로 가기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2024년 국내에서 운행 중인 영업용 픽업트럭 및 미니밴의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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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기자 junnypark@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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