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족들과 모일 시간이 있으면
아무 사진이나 찍고, 동영상도 찍으세요...
일상 생활도 좋고, 인터뷰 형식도 좋고, 다 좋아요!
저희 아부지는 매일 아침 2km구보 하시고
담배도 안하시고 술은 가끔 반주 정도로 드시고
격주로 등산도 가셨습니다.
주변에서 알아주는 건강한 몸을 가지셨는데,
혈액암 발병 후 3개월 만에 떠나셨네요;;;
(오늘이 생신입니다...)
너무 건강하셔서 전이 속도도 빨랐다더군요.
처음 1달간 항암치료 하시고 1차 항암이 끝났을 때
어머님께서 불필요한 연명치료는 안하시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자식 입장에서 그게 됩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고 치료를 하려고 했는데
담당 의사가 본인은 의사로서 더 치료를 하고 싶지만,
만약 본인 부모라면 더이상 치료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그러면서 포천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을 안내해 줬습니다.(이때가 2개월째)
그렇게 매일 경기도 이천-수원-포천-그리고 다시 이천으로 출퇴근 했네요;;
매일 수백키로씩 달리면서도 피곤 하지도 않았습니다.
35년동안 못한 효도 남은 1달이라도 쏟아부어보자...
어머님께서는 병원성 바이러스 때문에 임신한 와이프는 병원 근처도 못오게 하시더군요.
다행이 직장에서도 편의를 많이 봐줬습니다.
형제가 있어서 좋다는걸(누나) 이 때 많이 느꼈네요.
누나한테 많이 기대고 역할도 나눠서 했습니다.
매일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는,
발이 코끼리 발처럼 부어 있었고
머리는 다 빠지시고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섬망증세로 헛것을 보시고
엉덩이에는 피부가 썩어들어가고
대소변을 다 받아야 했습니다.
피부가 썩으며 나는 악취와 대변이 섞이고...
1인실에 온갖 방향제를 놓아도 악취는 여전 했습니다.
지금은 저도 두 아이의 아빠로 매일 기저귀를 갈고 있습니다. 아부지도 그러셨겠죠. 그런데 전 아부지의 기저귀를 갈 때마다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참...제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아부지께서 더 힘들어하실까봐 내색 안하려 노력했죠...
호스피스에 오고 2달만에 처음으로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제 인생에서 아부지와 목욕 하는건 처음이였죠.
물론 거동을 못하시니 자원봉사 오신 분들 5명이 도와 주셨습니다. 그렇게 개운해 하시는 모습 처음 봤습니다.
돌아가시기 2주전...
마약성 진통제로 버티는 도중...
맥주가 드시고 싶으시답니다.
의사에게 물어보니 뭐든 좋다고 합니다.
맥주 하나 사와 혼자 드실 수 없어 빨대를 꽂아 드렸습니다. 너무 시원 하다고 좋아하십니다.
좋아하시는 모습이 저한테는 너무나도 큰 고통 이였습니다. 알콜을 준다는건 치료를 포기 했다는 뜻이니까요...
이 기간동안 제일 무서웠던게 뭔지 아십니까??
전화가 왔는데, 병원 번호가 떴을 때입니다.
아부지는 이미 맥박도 너뮤 약해서 기계로 잡히질 않고 수동으로 잡아야 간신히 잡힐 때였습니다.
호스피스 병원이라 그런지...간호사도 알더군요.
1주일 남았다...3일 남았다...
오늘은 집에 가지 말아라...
보통 주말엔 저도 병원에서 같이 잤는데
어머님 께서는 만삭인 아내를 혼자 두면 안된다며 극구 저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서둘러 다시 병원으로 가는데
그 번호가 찍혔습니다...
마지막 통화라며, 아버님께서 말씀은 못하시더라도
들을 수 있다며 대화 하라더군요.
35년만에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병원에서
너무나도 편안히 주무시고 계신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사실 이 기간동안 미리 영정사진을 준비 했습니다.
제 폰을 아무리 찾아도 아빠 사진은 없더군요...
겨우 겨우 결혼식때 찍은 사진에서 아버지만 편집 했습니다.
그렇게 보내 드리고, 유품을 정리 하는데...
15년전 알바하고 첫 월급으로 사드린 싸구려 반지갑...
첫 직장에서 월급 받은 돈으로 사드린 등산용 스틱. 방한 용품...
그리고 낡고 낡은 2G 폴더 폰...
폰의 비밀번호를 몰랐지만, 간단하더군요...제 생일.
남들 등산 가서 스마트 폰으로 찍는데
아부지는 낡은 폰을 옆사람에게 넘기면서 자신을 찍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분께서 천만다행으로 사진 촬영 대신 동영상 버튼을 잘못 누르신 겁니다.
이 짧은 7초의 영상이 저희 아부지의 마지막 육성입니다.
아빠가 뭔 스마트 폰이냐..쓸 줄도 모르는데...
이 말을 했던 제 자신이 너무 한스럽더군요;;
두 손주 녀석 보고 가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매년 이 맘때 아부지 생각이 나서 글 적어 봅니다.
내년 부터는 이 글을 읽으며 떠올리겠네요.
아...혹시나 호스피스를 준비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다큐멘터리 영화 목숨 한번 보세요..
저희 아부지가 계셨던 병원에서 찍은 건데...
네이버에서 1200원 정도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직도 그립고 생각나고 가끔 꿈에 보이기도 합니다.
살아계실때 자주 찿아뵙지 못했고 항상 살아계일껏만 같았고
그래서 언제든 찿아가면 환히 웃음짓고 계실것만 같았지요.
어느날 아프시단 전화에 대수롭지 않게 병원을 찿았는데 임종을 준비하라는 담당의사말에 가슴이 내려앉는 경험을 맛보았습니다.
그 후로 떠나실때까지 좋은 음식 좋은옷들은 아무 소용이 없더군여
아직 부모님 여희치않으신횐님들 계시면 정말이지 성심성의껏 잘 하시길 바랍니다.
돈한푼 보내드리는것보다는 자주 얼굴 보여드리고 같이 식사도 해드리고 하는것이 효도입니다.
이제 은퇴하시고 좀 쉬시나 했는데;;;
침대째로 병원앞 정원 나가시면 그렇게 좋아하시던 ㅠㅠㅠㅠㅠㅠㅠ
고작 병원 1층 정원....
그 후로는 어머님 모시고 많이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네오 ㅠ
그래서 어머니한테 아버지한테 못한효도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