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2021년 4월 5일에 발생한 완도 모닝 보복살인미수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이자 사촌 조카인 천호성 변호사입니다.
보배드림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으로 여러 언론의 취재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mbc 실화탐사대 제작진이 방송을 하기로 결정해주셔서 가해자와 가해자의 아들이 최소한 언론의 취재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더 미친 짓은 못하리라는 안도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5월 8일에 YTN의 ‘제보이거실화냐’ 팀에서 취재한 내용이 위 동영상과 같이 유튜브에 업로드가 되었습니다. 그 먼 섬까지 가서 고생하신 제작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건을 자꾸 보배드림에 글을 쓰고 언론에 제보를 하느냐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피해자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변호사이기 이전에 피해자의 가족이고, 족보 없는 젊은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게 이것 뿐이라는 생각에서 절박함을 담아 글을 쓰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보면 우리 사법체계가 정말 더럽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지워지지가 않고, 변호사라는 일에 대한 깊은 회의감과 절망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더러워서 변호사 못하면 딴 일 할려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경찰, 검찰, 법원의 지극히 비정상적인 수사와 재판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였고,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른 수사와 재판이 있었다면 가해자는 진작에 구속되어 피해자를 차로 쳐버리는 저런 미친짓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해자는 저런 미친짓을 하고도 여전히 자유를 누리며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고 오히려 차를 못피한 피해자 잘못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고 있고,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난 5월 5일 MBC 실화탐사대 제작진이 완도경찰서에 구속영장 재청구와 관련하여 취재를 하였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장 재청구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하던 경찰이 그 다음날인 5월 6일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저 동영상에 가해자의 자백을 보고도 여전히 살인미수가 아니라 특수상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특수상해 혐의에 더하여 작년 10월경부터 올해 4월 경까지 이뤄졌던 가해자의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 행위들(피해자 측이 해당 기간동안 약 15회 경찰에 신고하고, 10여건 이상 고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을 더하여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입니다.
지난 번에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시키더니(4월 8일에 경찰이 특수상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4월 10일에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이번에는 해남지청 검사가 경찰이 5월 6일에 재청구한 영장을 기각시켰습니다. 대충 들어보니 담당 검사가 가해자를 불러 피해자에게 추가로 보복하지 말라고 잘 타일렀다고 하네요.
이 사건에서 피해자 측이 주로 경찰의 행태를 문제삼고 비판하여왔고, 가해자가 2020. 9. 2. 관련 횡령배임 사건에서 징역 4년을 선고(인정된 횡령배임액은 약 34억 가량임에도 법정구속되지 않았고, 더 골 때리는 것은 법정구속을 시키지 않은 해남지원 형사합의부 소속 판사 중 1인이 위 1차 구속영장을 4월 10일에 기각시킨 판사와 동일 인물입니다) 받았다는 점 때문에, 검찰은 대단히 수사를 잘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위 횡령배임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해남지청은 사건을 뭉개다시피 했고, 피해자 측이 대검찰청 등에 진정을 넣고 지랄발광을 해서 겨우겨우 수사가 진행된 것이며, 2년 2개월이 넘는 수사기간 동안에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하나 청구하지 않고, 거의 모든 범죄의 입증자료를 피해자 측이 관련 민사소송 등에서 확보하여 검찰에 제공한 것입니다. 그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실제 가해자의 범죄금액은 더 늘어났을 것이고, 1심에서 가해자가 법정구속을 피하기도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경찰은 영장을 2번이나 청구했으니 자신들은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약 5개월간 15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본인들의 눈 앞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가해자를 현행범 체포의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고, 4월 5일 가해자가 피해자를 차로 쳐버린 그 당일도 마찬가지로 출동한 경찰들은 가해자를 현행범 체포를 하지 않고, 가해자를 집에 돌려보냈습니다. 제 상식과 경험으로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현행범체포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이유(멈출 생각이었다면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것이고, 속도를 조금 줄이는 정도로 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로 살인미수가 아닌 특수상해로 지난 4월 8일경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4월 10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네요.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에는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재범의 우려와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적혀있는데, 판사 본인은 가해자에 대한 횡령배임 형사재판을 1년 이상 담당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 가해자는 이미 특수상해 등의 동종전과가 있다는 사실, 불구속으로 횡령배임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에 가해자가 자신을 고소한 피해자를 차로 쳐버린 것이라는 사실, 가해자는 2020년 10월 말경부터 2021년 4월경까지 약 5개월간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으로 피해자로부터 10여건 이상 고소를 당하여 추가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어떤 논리로 재범의 우려가 없고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를 정말 물어보고 싶네요.
당신 가족이 피해자라도 똑같이 판단했을 거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같은 사람은 그냥 판사하지 마세요.
근데 물어볼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의 영장제도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죽여버리겠다고 하는 가해자로부터 차에 받힌 것은 피해자이고, 그런 가해자가 구속되느냐 마느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데, 피해자는 가해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어떠한 불복도 할 수가 없습니다.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그렇고 경찰이 청구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시킨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사법체계 하에서 피해자는 심하게 말하면 그냥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형사소송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검찰과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얼마나 제대로 수사를 하느냐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물론 사건이 너무 많고 수사할 사람은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고, 그러한 한계 속에서도 정말 열심히 수사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제가 겪은 현실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의지와 수사능력은 피해자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사의지의 강약에는 수사외압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mbc에 제보를 하였고, 어디까지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지도 않은 사실을 추측으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제도적으로 피해자의 형사소송절차에의 참여권과 영장기각에 대한 불복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의 개혁이 있어야만 피해자와 같은 고통을 받은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2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기에 심적으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크지만, 그래도 언론에 알리고 이슈화가 되어서, 최소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보복을 하는 미친 짓은 막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긴 글을 마무리합니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게 추천 좀 꼭 부탁드려요.
# 4월 5일 사건 직후 했던 국민청원은 5월 12일자로 기간이 만료되고, 현재까지 약 18,500여 명이 청원동의를 해주셨네요. 20만명을 못채워 아쉽지만 청원동의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추가로 청원을 할거 같지는 않지만, 만약에 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영장기각에 대한 피해자의 불복권을 제도화해달라는 취지의 입법청원을 피해자와는 별개로 제가 개인적으로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제가 입법청원을 하는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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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측이 보배드림에 게시한 이전 글 링크 :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2261948
그래서 변호사님이 여기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뭐죠? 배우신 분이라면 요약글 다시 부탁 드립니다.
다 삭제하셨나요?
힘 내세요!!!!
시간이 걸려도 꼭 가해자가 충분한 댓가를 치르도록 노력해 주시고, 꼭 사이다 후기 바래봅니다.
정의롭게 좀 판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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