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려다가.. 써 보는 것임(가슴에 엉어리..)
부산 남포동 가면 팥빙수골목 있고 40대 이상 되보이는 아줌마, 할머니가 7~8개 리어카 매대에서 레트로 뿜뿜 고전방식
파랑색 얼음가는 팥빙수를 수제 끓였다는 팥을 넣어 옛스럽게 내놓는다. 한그릇에 7000원인가??
암튼 예전보다 두배 가까이 올랐음.
무더운 여름에 부산가면 가끔 옛날 생각에 들리긴 하는데, 한달전에 부산 출장길에 일부러 찾아갔다가 (그전보다 리어카가 많이 없어짐) 5개 정도 남아있는 팥빙수 매대 리어카 중에 대충 느낌이 가는 곳에 앉아서 "어머니, 팥빙수 한그릇만 주세요~" 하며 예전보다 왜 이리 리어카가 줄었냐는 질문을 정말 궁금하여, 웃으면서 몇 마디 나누었다.
코로나에다 예전부터 영업하시던 할머니분들이 나이가 많이 들어서 줄어들게 되었다면서 힘차게 손잡이 돌려서 얼음갈아서, 다 만들어진 팥빙수를 내주었다. 언제봐도 레트도 감성의 빙빙 돌리며 얼음을 가는 장면은 참 추억이 새록새록이다.
근데.. 한,두 수저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는 중에 아주머니가 옆에 팥빙수 리어카 아주머니와 마주보며, 자꾸 키득키득 웃는것이었다. 나는 왜 자꾸 웃냐고 물었다. 아주머니 왈, "손님이 아까 나보고 어머니라고 해서 웃기기도 하고,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웃는다."라고 한다. 흠~~~ 그 아주머니. 나이가 마스크를 써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 얘길 듣고 쳐다보니, 내가 70년 개띠인데..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나이로 보였다.(아님, 나보다 어린 나이였나..??)
그러면서 불만섞인 말투로 "이모님이나, 사장님, 이런 말도 있는데, 왜 어머니라고 부르냐?", "손님이 그건 실례한거죠~" 라며 내심 기분 언짢은 표정으로 뾰루퉁해하며 또 말을 한다. 어이가 좀 없었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예를 들면, 내 나이또래 초등학교, 중학교 남자 선생이면 학부모한테 누구누구 어머니, 어머님이라 부리지 않는가? 그 자리에서 나는 처음에 그 팥빙수 아줌마한테 과연 뭐라고 호칭을 했어야 했는가? 나는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시든, 가게에서 영업을 하시든, 결코 함부로 호칭을 사용한 적은 없다. 그날도 굳이 호칭을 생각까지 하지도 안했지만, 무심결에 "어머니, 팥빙수 한그릇.." 내뱉었는데, 그게 내가 그리도 실례를 범한 것인가? 아님 내가 이제 그리도 나이를 쳐 먹어 보여서 (나 이제 50 좀 넘은 불타는 청춘이련만..) 나 처럼 늙다리 동급으로 보이긴 싫어서인가? 별에 별 생각을 다했다. "이모님~"?? 여긴 국밥집이 아니다. "대표님~"?? 여긴 거래처 사장이 아니다. "사장님~"?? 그렇게 부르기에는 가게의 사이즈가 내 기준에는 작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생각은 못했다.
암튼, "팥빙수 사장님"이라 일단 부르겠다. 그러나 멀리서 일부러 모처럼 찾아간 손님(당신은 그걸 모를수도 있겠지..)에게 맛있게 먹으려고 하고 있는 면상을 앞에다 두고, 나는 크나 큰 잘못이 없었던 갓 같은 데, 옆에 사람과 키득키득 웃으며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다. 그 이유라는 것도 팥빙수 아줌마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일수도 있는 것같고.
갑자기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생각과 의견이 궁금하여 여기에 글을 적어보는 것이다.
좋은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에 반해, 마음 더러웠던 기억은 오래 남는다했다.
나는 7000원이 아까워, 마음상하고 기분 더러워도.. 말 한마디 안하고 싹씩 먹었다. 그러고보니 그날 팥빙수.. 팥도 거의 들어있지 않았고, 마트에서 파는 필리핀산, 델몬트 후루츠 통보림 열대과일도 신내꼽째기(해석:아주쪼금) 들어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 이전, 마지막 방문때 애들하고 갔을때, 팥빙수 할머니들은 얼음을 더 갈아주며, 팥빙수로 한끼를 채울정도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난 이제 옛적 초등시절, 울산 살면서 가봤던 내 마음의 추억의 명소하나를 그날로 지웠다. 다시는 쳐다보지도,
생각 1도 안할것이다. 인정이 뭍어나는 사람사는 냄새.. 자꾸 없어만 진다. 안타깝다. - 끝 -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