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용 부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이 있다.
생산직과 사무, 영업팀까지 80명 정도가 있으니, 지역에서는 꽤 규모가 있는 회사다.
신사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를 물려받아 대를이어 호사로운 삶을 살아간다.
주인이라는 자리에 있지만, 신사장은 회사일에 관심이 없다.
느즈막히 출근해서 자재 입고전 대금 결재와 관련한 내용만 보고는 회사를 나서는게 보통이다.
20년 경력에도 한결같이 타수가 줄지않는 골프를 즐기거나, 낮선 여자들을 태우고 낮선곳으로 다니길 좋아한다.
사실 납품업체들 중에 신사장이 알고있는 회사는 단 한곳도 없다.
‘김, 이, 박’ 세명의 부장이 사실상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라 할수있다.
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던 직원들이라, 신사장은 그들에게 자신이 해야할 일까지 맡겼다.
거래처를 만들고 그에맞게 제품을 생산하고, 납기일까지 맞추고 수금하는 모든 과정을 세명의 부장들이 관리한다.
승승장구 하며 때로는 철야까지 해야 했지만, 지난 일년간 매출이 많이 줄었다.
공사 현장들이 줄어든 이유도 있고, 재료값 상승으로 수익도 많이 줄었다.
급기야 최근들어서 수익과 지출이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신사장의 아버지가 회사를 관리하던 시절엔 회사 정문을 들어서면 종일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오늘 첫 출근하는 신입 생산직원의 이름을 미리 받아서, 친근하게 불러주곤 했다.
그러니 한번 인연이 된 사람들은 그만두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반면에 신사장은 사무실내 한손에 꼽을 정도의 사람과 생산파트의 두사람 말고는 이름을 아는 직원이 없다.
아니, 알고싶지 않은 모양이다.
누구든, “어이!” 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신사장은 직원들을, ‘신분이 낮은’ 부류라고 생각한다.
세명의 부장들이 골프를 같이 가자고 요청하지만, 단 한번도 응한적이 없다.
천한 것들과 라운딩을 한다는건 용납할수 없는 일이다.
수익과 지출이 평행선을 이루자, 세명의 부장들을 불렀다.
“야! 요즘 회사 꼬라지가 어떤지 알고는 있어?
수익을 이따위로 해놓고!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
세명의 부장들이 신사장보다 서넛정도 나이가 많지만, 한번도 존중을 해본적이 없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명신기계나 일신기계는 지난 이년간 적자만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만큼 버티는게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면 또 좋아질거라, 어떻게든 적자없이 버티면 될겁니다.”
“시발!
경기 안좋은걸 누가 몰라?
그런걸 알면, 더 열심히 할라고 생각해야지!
내가 그렇게 만만해?
하라면 할것이지?
니가 사장이야?
내일부터 회사 나오지마!”
신사장은 퇴사를 무기로 위협하면, 당연히 꼬리를 말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신사장의 갑질로 맘고생을 해오던 세명의 부장들은 이미 결심을 한듯 하다.
“예, 시간내 퇴직금이나 주시고, 하루라도 늦으면 노동부 통해서 받을겁니다.
잘 해봐요.”
인사도 없이 회사를 나가버린다.
뭔지모를 답답함이 가슴을 두르고있다.
잘못된 상황에 세 부장들을 잡고싶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김양!
커피한잔 타와라!
그러고 저새끼들 밑에 직급, 세마리 불러와라!”
십년넘게 근무한 직원의 성을 기억해주니, 고맙다.
요즘 저런곳 있으면 당장 신고하는데 말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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