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었을 적에 한때 연모했던던 여학생과 비슷함.
당시 나는 가난한 복학생이었고 그녀는 갓 입학한 고등학생 티나가더니 일이년쯤 지나고
어느 순간인가 부터 갑자기 옷차림이 세련되지더나 학교에 안나오는 날도 많아지고
과에서 애들하고 분식점이나 학교앞 술집에서 과모임이나 이런데 나오질 않더라고
지금같이 겨울로 접어드는 날이었지.
그해의 마지막 수업 종강을 앞두고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고
나는 도서관에서 주섬주섬 전공서적을 싸들고 나오다 추위를 녹일겸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손을 녹이며 담배한대를 땡기던 때
당시 내평생 처음 본게 아닌가 싶은 검은색 벤쓰가 학교 정문을 통과하고 그녀는 조수석에서 내렸었어.
반가워서 담배를 얼른 비벼끄고 다가가려고 하는데 운전석에 앉아있는 아버지 쯤
되어보이는 아저씨 앞에 살갑게 웃음을 짓는데 아..아빠가 아니구나라고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지.
어쨌든 시험을 마치고 종강이 되고 이제 만나기도 어려우니 일단 삐삐번호나 교환할까
하려고 용기를 냈지. 집이 어디냐고 물어도 보고..몇 년을 여러 수업에서 마주쳤지만 눈인사 말고는
말도 건네 본적이 없을 만큼 내가 쑥맥이었던 것.
그래서 잘만하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었거든.
하지만 그녀는 그야말로 답지에 이름만 적어내는 스피드로 시험을 보고 나갔음.
그녀를 내려주고 돌아간거 같은 그 번쩍이는 까만 벤쓰는 시험이 끝날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더라고.
차에 올라타는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음.
어쨌든 그녀와 나이도 비슷한거 같고...
젊었을적 사진을 보면 영 지금의 젊은이들한테는 인기가 없겠지만 이거는 사진빨을 안받았기 때문임.
하지만 당시 90년대 초의 순수함을 느낄수 있을꺼야. 이른바 X세대.
그러다 까맣게 잊고 나는 들으면 알만한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하고 있는데 어느날 전무님이 나를 부르더니
좀 그날 저녁에 좀 도와달라고 하시더군 원래 비서처럼 붙어있는 과장하나가 있었는데 모친상이라...
그래서 따라나간 곳이 모처의 호텔
아니 오후 6시 밖에 안되는데 벌써 쳐자러가나 했는데 따로 엘리베이터를 타니까 별전치로 직행하더라고
나는 가방모찌니까 내려가서 차안에서 대기하려는데 스치듯 지나가던 여자가 어디서 많이 본 사람.
얼굴도 변했고 옷차람도 변했지만 체격이나 목소리가 똑 같아서..
그래서 팬클럽 가입함.
아 우리 영부인께서는 여대를 나오셨기 때문에 내 기억과는 상관이 없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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